'스페인 하숙', 익숙한데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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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하숙', 익숙한데 빠져든다
진화하는 '나영석표 예능'...'차승원 유해진 케미'와 소소한 즐거움에 호평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9.03.2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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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스페인하숙> 현장 사진. ⓒtvN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tvN <스페인 하숙>은 해외에서 촬영하는 <삼시 세끼>처럼 보인다. 배우 차승원이 요리하고, 유해진이 필요한 도구를 뚝딱 만든다. <윤식당>도 겹쳐 보인다. <윤식당> 출연자들이 직접 만든 요리를 여행객에게 팔았다면, <스페인 하숙>에서는 순례자들에게 한 끼 식사를 대접한다.

‘나영석표’ 예능 프로그램은 다른 듯 닮아있다. 지난 12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싫증 난다는 지적이 나오자 나 PD도 “우려는 현실이 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지난 15일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첫 방송부터 7.6%(닐슨코리아 유료가구)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지난 22일 방송은 8.3%, 최고 시청률 11.4%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뻔하지만 채널을 멈출 수밖에 없는 ‘나영석표’ 예능의 흥행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스페인 하숙>에서 다시 만난 배우 차승원과 유해진의 조합이 좋다. 차승원과 유해진은 <삼시 세끼>에서처럼 ‘부부 케미’를 자랑한다. 나 PD가 “차승원과 유해진 씨가 서로 의지하고 웃음을 주는 관계를 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순례자가 머무는 공간인 알베르게가 배경인 만큼 차승원은 한식은 물론 현지에서 먹기 어려운 식혜와 같은 후식을 만들어 순례자에게 내놓고, 유해진은 순례자가 푹 쉴 수 있도록 잠자리를 살핀다. 배정남 역시 현지인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며 ‘부부 케미’에 신선함을 더한다. 이처럼 <스페인 하숙>에서는 익숙하지만, 부담 없는 출연자들이 소소한 즐거움을 만든다.

▲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놓인 <스페인 하숙> 안내판. ⓒtvN

또 ‘나영석표’ 예능에서는 공간이 출연자만큼 큰 역할을 해낸다. <스페인 하숙>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하숙집을 연 것 자체가 차별화된 지점이다.

사실 ‘나영석표’ 예능에서는 다양하게 공간이 변주돼왔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 속 세계 곳곳은 ‘미지의 공간’으로, <삼시 세끼> 시리즈 속 강원도 정선과 만재도 등은 일종의 ‘파라다이스’처럼 그려졌다. 출연자가 하는 일이라곤 끼니를 준비해 먹는 게 전부지만, 쳇바퀴 돌 듯 떠밀리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정성스레 먹거리를 준비해 나누는 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때가 많다.

<스페인 하숙> 속 알베르게는 ‘환대와 나눔의 공간’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길 위지만, 출연자들은 순례자에게 기꺼이 정성스레 한 끼를 대접한다. 색다른 공간을 강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볼거리를 담아내기보다 오히려 출연자들이 그 공간에 스며들고, 그들의 이야깃거리가 묻어나게끔 만든다.

더구나 이번 <스페인 하숙>에서는 출연자들이 한 발짝 더 물러났다. 출연자보다 시청자에게 공간을 더 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나영석표’ 예능에서 또 다른 경험을 한다.

시청자들이 동행자(<꽃보다 할배>)로서, 관찰자로서(<삼시 세끼>), 혹은 손님(<윤식당>)으로서 프로그램에 몰입했다면, <스페인 하숙>에서는 마치 주인공이 된 느낌을 선사한다. 유해진이 첫 순례자인 일반인 출연자에게 “차 선수가 만든 요리를 처음 먹은 일반인”이라고 말한 데서도 이 예능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넌지시 환기한다.

또 일반인 출연자들이 길 위에서 ‘연예인’을 만나는 건 일종의 ‘서프라이즈’일뿐, 그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예능의 소재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순례자들이 걷고 쉬는 시간을 온전히 보장한다.

이처럼 ‘나영석표’ 예능은 날이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는 예능 트렌드에서 하나의 장르가 됐다. 무조건 웃겨야 한다는 예능의 강박을 깨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평범함을 무기로 시청자가 몰입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는 셈이다.

쏟아지는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나영석표’ 예능이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고,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인 ‘케렌시아’(Querencia)가 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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