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5.25 토 14:10

너무나 편파적인 베네수엘라 사태 보도

미국 등에 업은 '과이도 쿠테타' 편드는 언론... 외신 입맛대로 인용·왜곡 김상준 독립PDl승인2019.05.07 12:09:33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4월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한 반정부 시위 남성이 시위대와 국가방위군 간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불에 타는 버스 앞을 지나고 있다.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이날 야권 정치인 레오폴도 로페즈와 중무장한 소규모 군인들과 함께 “군대 무장봉기로 마두로를 축출하자”라며 거리로 나섰다. ⓒAP/뉴시스

[PD저널=김상준 독립PD] 지난달 베네수엘라를 찾은 이유는 2002년 우익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시위 도중 경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총탄에 남편을 잃은 우르따도 다마리스 씨를 만나 지지부진 했던 다큐멘터리 제작에 관해 의논하기 위해서였고, 두번째는 한국당이 정부 공격에 활용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사태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필자가 베네수엘라로 출발하기 이틀 전인 4월 1일에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에서 베네수엘라의 국유화 망령을 볼 수 있고 민족끼리의 대북정책에서 베네수엘라의 반미좌파연합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뉴스 소비자에게 ‘베네수엘라는 반미와 공짜 복지로 망해 가고, 복지정책을 펴며 남북의 평화를 안착하려는 정부 때문에 한국도 베네수엘라 꼴이 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실제 필자가 단골로 다니는 동네 중국식당 주인 아주머니도 늘 틀어 놓는 종편TV 뉴스의 국제 소식에 어쩌다 베네수엘라 뉴스가 나오면 혀를 끌끌 차다가 식료품가게의 휑한 선반 그림에서는 아예 사람이 못 살 곳이라고 단정을 내려버렸다.

“물론 베네수엘라의 경제 상황이 안 좋지만, 저 뉴스 화면은 경제 상황이 가장 심각한 2017년에서 2018년 가을쯤까지의 뉴스”라며 “미국이 베네수엘라가 석유 판매를 거의 못 하도록 제재를 가하고 있어, 부자들이 생필품을 사재기 해놨다가 비싼 값에 파는 것”이라고 말해도 아니라고 했다. 종편TV 뉴스의 원색적인 빨간 자막과 한층 높인 앵커의 목소리, 편향적인 영상 이미지를 식당 주인은 신뢰한 것이다.

AP, 로이터, AFP 통신 카라카스 지국과 그곳의 베네수엘라인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를 현지에서 만나 보기로 했다. 연합뉴스라는 '외국뉴스 수입업체'이자 제일 큰 한국 총판대리점이 뉴스를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필아 먹는지 알고 싶었다.

미국정부가 중남미 노선을 제일 많이 보유한 아메리칸 항공(AA)의 베네수엘라 취항을 금지하는 바람에 택한 고단한 노선이 오히려 작은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인천–멕시코시티–파나마시티–카라카스를 경유하는 여정은 비행시간과 대기시간 통틀어 36여 시간에 달했다.

파나마에서 카라카스로 출발하는 코파항공의 출발시간은 새벽 2시였다. 게이트 앞에는 동양인인 필자를 제외하고 대다수 베네수엘라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어떤 뉴스에서는 지난 3년여 간 300여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국외로 ‘탈출’했다던데 이게 무슨 일일까. 옆자리의 36세 레이첼씨에게 물었다. 자신은 요식업 매니저이고 파나마에 일자리가 생겨 3개월 취업 후 부활절 휴가를 가족들과 보내려고 베네수엘라로 돌아가는 길이란다. 휴가 후에는 다시 3개월 더 파나마에서 일 할 거라고도 했다.

‘탈출’한 수백만 명 또는 300여만 명의 사람들은 뭘까. 그녀는 대부분 ‘취업’ 목적이라고 했다. ‘탈출’하더라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해외 취업’이 정확한 단어 아니냐며 웃는다. ‘탈출’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같은 스페인어를 쓰고 경비가 적게 드는 중남미로 출국하는데, 그들은 여권이 없어도 베네수엘라 신분증만 있으면 도보나 합승 택시, 버스로 갈 수 있다며 유렵연합 내 국경을 지나는 것보다 쉬울 거란다. 덧붙여 자신은 현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런데도 ‘탈출’이라는 단어가 정확한 표현일까. 나중에 진보주의자 우르따도 다마리스씨의 아들을 만났을 때 그의 누나 소식을 물었는데 그녀도 스페인에 취업해서 가 있다고 했다.

원활한 취재 동선을 위해 카라카스 중심 알 타미라 역 앞의 별 3개짜리 호텔에 묵기로 했다. 마지막 날까지 자가발전기가 없는 곳임에도 전기 중단은 없었고, 온수도 10분쯤은 계속 나왔다. 와이파이는 로비와 2층까지만 되는 곳의 하루 숙박비가 12달러. 미국의 무법적이고 잔인한 경재제재 덕분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베네수엘라인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했다.

▲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임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마라카이보에서 열린 대중집회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과이도 의장은 근 한 달에 걸친 정전사태로 자국민의 고통과 사회 불안이 깊어지는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축출을 위한 국제적인 캠페인에 돌입했다. ⓒAP/뉴시스

베네수엘라에 체류한 동안에도 베네수엘라 사태를 왜곡, 짜깁기하는 뉴스는 계속 나오고 있었다. 연합뉴스가 지난달 6일 보도한 <베네수 친·반정부세력 세 과시…과이도 "최고 수위 압박할 것">은 ‘미국 장학생’으로 불리우는 과이도 의장 지지자들의 전력공사 앞 집회와 그로부터 3시간 후 택시로 40여분 거리에 있는 마두로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집회 소식이었다.

주로 백인계 중년층이 많았던 과이도 의장 집회 현장은 순조롭지 않았다. 필자를 중국인으로 오해한 시위대는 필자를 치노라고 욕하며 위협적으로 대했다. “프렌사 데 꼬레아 델 수르”(Prensa de Corea del Sur, 한국 언론)라고 외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서민들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값싸고 질 좋은 아파트 300만호 지원 정책에서 시공을 맡았던 중국 건설 업체에 호감을 나타낸 반면, 보수세력은 악감정이 있을 수밖에 없던 거였다. 나중에 방문한 그 아파트는 큰 방 2개, 화장실, 주방, 널찍한 거실이 있는 약 30평 규모로, 문화‧놀이시설과 공동체센터 등을 갖춘 곳이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우리 돈 100만원가량에 판매했다고 한다.

양쪽 집회를 모두 취재한 후 호텔로 돌아온 뒤 연합뉴스 기사를 검색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연합뉴스 기사 4장의 사진 중 위로부터 아래로 2장의 사진은 과이도 의장 집회 사진이고 로이터 통신이 촬영한 것이었다. 그 아래에 있는 2장의 사진은 마두로 대통령 집회 사진인데 AFP 통신이 촬영한 것으로, 본문 기사는 AP 통신이 작성한 것이었다.

기사는 과이도 의장의 발언에는 지지자 코멘트까지 함께 실었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그의 발언만 게재했다. AP 통신 카라카스지국의 취재기자가 마두로 대통령 지지자의 코멘트는 받지 않은 건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다른 통신사 기사에는 마두로 대통령 지지자의 코멘트가 있었다. 국제뉴스 한국 총판인 연합뉴스의 장사꾼 속성으로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기사 하단 마두로 대통령 사진 위의 ‘현지 매체는 정부 방위군이 반정부시위에 나선 참가자들을 향해 최루탄을 발포해 시위대 일부가 다쳤다고 밝혔다’라는 내용에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지역을 특정하지 않으니 헛갈렸지만 과이도 의장 지지 집회는 필자가 끝까지 있었고 최루탄의 최자도 보지 못했으므로 아니겠지만 남은 한곳은 그 윗줄에 있는 마라카이보 집회 현장에서였을까. 마라카이보 집회 현장을 취재한 다른 통신사 기자도 그곳에서도 집회가 평화롭게 끝났다고 했다. 사실 확인을 하고 싶었으나 사진을 보면서 포기를 했다.

사진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맨 위의 과이도 의장 지지 집회 사진은 고층건물에서 촬영한 것으로 시위대가 많아 보였다. 맨 아래 네번째의 마두로 대통령 집회 사진은 촬영기자 눈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서 찍어 시위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어보였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마두로 대통령 집회 현장을 취재한 AFP 사진기자의 바로 옆에서 촬영하고 있었고, 휴대폰으로도 촬영했는데도 AFP 사진기자보다 시위대가 많게 나왔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 거리 인터뷰를 하면서 시민들에게 보여주니, 필자의 사진의 시위대가 더 많아 보인다고 했다. 필자의 어림짐작으로도 마두로 대통령의 집회 참가자가 더 많았다.

로이터와 AFP의 의도가 담긴 사진일 수 있다. 로이터와 AFP의 사진기자를 만나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수소문 한 끝에 어렵게 찾아 낸 로이터 통신 카라카스지국은 원칙이라며 기자들에 대한 짧은 취재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틀만에 찾아 낸 AFP 지국, 당시 촬영을 했던 페데리코 파라 기자를 만났다. 프랑스인 지국장은 자신의 인터뷰는 가능하지만 소속 기자의 인터뷰는 안 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궁금함은 간단하게 풀렸다. 파라 기자의 말은 이랬다. 본인은 때에 따라 다르지만 그 당시 50여 장의 사진 중 본인이 잘 나왔다고 판단한 30여 장의 사진을 온라인에 올린 거고 연합뉴스를 포함한 각국의 고객사들이 선택해서 구매한 것이라고. 그날 찍은 사진을 좀 보여달라고 했다. 다양한 사진들이었는데 연합뉴스가 구매한 그 앵글과 비슷한 사진도 몇 장 보였다. 유심히 살펴보니 최소한 필자의 눈에 집회 참가자가 더 많아 보이는 사진이 있었다.

몇 달 전 연합뉴스 멕시코 특파원의 베네수엘라 현지 취재기사에서 파나마인가에 거주하는 한국동포가 몇 시간 가량 카라카스 공항을 경유하는 것뿐인데도, 정전사태로 항공권 수기 발급에 대한 코멘트를 받는다든지 베네수엘라 거주 익명의 한국동포 인터뷰를 주요하게 다루는 것을 읽으면서 ‘기자가 정말 현장에는 들어가지를 않는구나’라는 생각에 적잖이 실망한 적이 있다.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3월 23일(현지시간) 카라카스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반제국주의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카라카스=AP/뉴시스

한국으로 돌아와 거리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령과 정치 성향을 가르지 않고 시민 인터뷰를 했는데 공통된 답변이 돌아왔다.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사진을 보여줬는데, 연합뉴스가 편향된 의도를 갖고 사진을 구매했다는 지적이었다.

지난 3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마두로, 군 앞에서 건재과시…가택연금 탈출 野 지도자 체포영장'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게 한다. 이 기사는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인용해 “베네수엘라 야권이 1일을 군사 봉기 시점으로 잡고 사전에 물밑작업을 벌였으나 지난달 29일에 관련 정보가 누설됐다는 전언에 따라 30일로 서둘러 거사 시점을 앞당겼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특파원이 봉기와 쿠데타, 거사와 쿠데타의 차이를 모르는 것일까 의문이 드는 기사다. 미국의 지지에 힘입어 수십명의 군인들을 동원해 합법적인 현 정부를 무너뜨리려 한 행위를 봉기, 거사라고 한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도 봉기, 거사라고 해야 하지 않은가 말이다. 

외신은 크게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게 필자의 이번 베네수엘라 취재의 결론이었다. 다른 나라 뉴스 중 의도적으로 왜곡·편파 기사와 사진을 골라 구매·수입하는 연합뉴스와 그것을 악용해 자신의 이익으로 삼는 일부 정치인들이 문제다. 여기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건 뉴스 소비자들이다. 베네수엘라 복지 정책에 한참 못 미치는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을 공격하면 누가 피해를 입는가.

과이도 의장 지지 집회에서 위협 받을 때 보호해 주던 과이도 지지자 레오폴도씨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베네수엘라 뉴스의 상당수가 부정적이고 심지어 사람이 못 살 곳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마두로 때문에 힘든 생활을 하는 건 맞지만 그를 쫓아내는 것도 결국 우리가 한다. 마두로와 그 일당들을 제외하면 다른 많은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한국인들과 비슷하다. 나쁜 사람도 있고 좋은 사람도 있으며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이 있다. 여기는 천국도 아니고 지옥도 아니다.” 레오폴도 씨의 말처럼 베네수엘라 사태를 다루는 보도가 최소한의 불편부당함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상준 독립PD  webmaster@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8-715] 서울 양천구 목동 923-5번지 한국방송회관 10층l대표전화 : 02-3219-5613~5619l구독문의 : 02-3219-5618l팩스 : 02-2643-6416
등록번호: 서울, 아00331l등록일: 2007년 3월 5일l발행인: 안수영l편집인: 안수영l청소년보호책임자: 안수영
PD저널 편집국 : 02-3219-5613l광고 문의(PD연합회 사무국 · 광고국) : 02-3219-5611~2l사업제등록번호 : 117-82-60995l대표자 : 안수영
Copyright © 2019 피디저널(PD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pd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