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제작기 - SBS [좋은세상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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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을 골방에 가둬 놓는게 공경이 아니다!
이상훈

|contsmark0|“주말 황금시간대에 할머니, 할아버지, 시골 고향이 될까? 칙칙해선 안돼. 다른 방송은 그 시간대에 최고의 스타들이 나와서 현란한 조명으로 십대들을 압도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로 어떻게 그 시간에 배겨낼 수 있겠어!”모두가 회의적이었다.솔직히 말해서 나 자신도 시청률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십대 위주의 현란한, 획일화된 주말버라이어티에 새로운 형식의 살아있는 프로그램을 시도해 보고 싶었다. 자연스럽고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우리의 웃음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아무런 구성도 없이 유명스타에만 의존하고, pd의 모든 자존심도 팽개친 채 유명스타 한 사람에 목을 매며 스타의 집 앞에서까지 가서 밤새고 섭외해야하는 우리 pd들의 모습도 너무 짜증나고 싫었다.그래서 착안한 것이, 스타가 아닌 순수한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주말시간을 한 번 잡아 보자는 것이었다.사실, 주말 황금시간대에 노인분들이 주인공으로 나서기는 방송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그것도 80평생 서울에 한 번도 올라와 보시지 못한 시골 깡촌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해서 주말 시간을 공략한다는 것은 하나의 도박이었다.그러나 때묻지 않고 깨끗하고 순수 그 자체이신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들을 물리치고 주말시간대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또 만약 시청률이 많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기뻐하시는 그 모습에서 보람을 찾았을 것이다. 본디 시골 깡촌 출신인 나에게는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리 고향에서 올라오신 어른들 같기만 했던 것이다.장수퀴즈 출연을 위해 녹화장을 찾으시는 분들 중엔, 평생 처음 서울 올라오신 분도 많이 계신데 그 중 몇 분은 녹화가 끝나고 나면, 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시는 할머님들도 종종 계신다. 그런때면 나도 모르게 작년에 돌아가신 내 할머님 생각에 나까지 멀찍이서 눈물을 흘렸을 때도 있었다.
|contsmark1|첫 방송이 나가고 신문 지상에서는 서울 젊은이들의 비판여론이 pc통신에 실렸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감히 말한다. 시골 노인분들도 즐길 권리가 있다. 그분들을 골방에 가둬 놓는게 공경이 아니다.부처님이 그랬다던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따뜻한 눈으로 보면 세상도 깨끗하게 보일 것이고 더럽고 오염된 마음을 가지고 보면 모든게 나쁘게 보인다고…. 오염된 눈이 아닌 그분들과 같은 순수한 눈으로 한 번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라!갈수록 바빠져만 가는 세상속에서, 명절이 되어도 그리운 자식손자의 얼굴 한 번 만나보지 못하시는 오지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 분들의 소원은 오로지 도시에 있는 자식이 걸어 오는 한두 번의 전화 뿐이다.
|contsmark2|사람에게 고향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순수함과 따뜻함의 원천이다. 힘들고 괴로울 때, 고향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분들이 들려주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는 할머니의 따스한 손길처럼 세파에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 준다.그래서 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기적이고 타산적이며 남을 비판만 할 줄아는 우리 현대인, 얄팍한 지식인, 신세대들에겐 우리 할아버지 할머님들이 전해주는 가슴 찡한 감동과 웃음, 그리고 그 따스한 손길을, 그리고 그동안 외롭고 소외받던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껜 당당한 주말시간의 주인공으로서 그 꾸임없고 진솔한 얘기, 삶의 맛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것이다.
|contsmark3|모든 고통과 고생을 이겨내신 우리 고향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 분이라도 계시는 한 [좋은 세상 만들기]는 계속될 것이다.|contsmark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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