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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프로그램이다
KBS [이제는 말한다] 방영합의를 지켜보며
  • 승인 1998.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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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kbs의 [이제는 말한다]가 마침내 전파를 타게됐다.한 때 팀 해체설이 나도는 등 계속되던 위기상황이 일단락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태동부터 최종합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지켜본 우리는, 비록 만족스럽지는 않으나마, 오늘의 결말에 환영의 뜻과 기대를 표명해 마지 않는다.
|contsmark1|숱한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에 객관적으로 부여될 수밖에 없는 방송사적 의의 때문이다.무엇보다도 우리는 이 프로그램의 바탕에 자리잡고 있는 pd들의 주체적인 자각과 새로운 언론상을 정립하려는 노력에 주목하지 않을 수없다. [이제는 말한다]는 지난 세월 굴종을 거듭해온 우리 방송계 전반에 대한 자성으로부터 기획되었고 kbs pd들의 총의를 바탕으로 노사합의를 거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제작팀의 운영에 관해서다. [이제는 말한다] 제작팀은 아이템의 기획과 취재에 있어 유례없는 자율성을 구현해 나가며 그것이 성역과 금기를 깨나갈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소위 ‘국민의 정부’의 개혁이 자칫 립서비스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는 현실진단과 관련 이 점은 더욱 큰 의미를 부여받는다 할 것이다)물론 돌아보면 그동안의 과정에는 아쉬운 점 또한 적지않다. 우선 지적돼야 할 것은 kbs 사측의 행태다. 그들은 이 프로그램의 태동배경과 의의를 제대로 납득하지 못했고 새롭고 과감한 리더쉽을 선보이지도 못했다. 전체 pd들로부터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 내는데 미숙한 점이 없지 않았던 ‘개혁팀’ 역시 비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양자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증폭되었던 불신은 결국 사태를 파국 일보직전까지 몰고갔고 앞으로의 제작·방영일정에도 적지않은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contsmark2|그러나 그간의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이제 문제는 프로그램이다. 그것은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시청자와의 준엄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논란과정에서 pc통신과 각종 성명서 등을 통해 확인된 국민들의 성원과 기대는 그 누구도 배신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강조돼야 할 것은 kbs 사측이 합의사항을 추호의 어긋남도 없이 지켜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구태에 미련을 둔다면 이는 곧 개혁에 대한 저항에 다름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제작진 역시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엄밀성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동안 제기되었던 우려가 한낱 노파심에 불과했음을 입증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contsmark3|지난 4월 1일 출범후 방송계의 이목을 집중시켜온 [이제는 말한다]. 이제 그 방영을 목전에 둔 지금, 우리는 이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단순히 kbs의 것만이 아니라 pd집단 전체의 성과로 귀결되어야 함을, pd집단 전체로 확산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그들의 실험이 새로운 pd저널리즘의 개막선언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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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다시 ‘광주’를 생각하며
|contsmark10|80년 그날 이후 18년. 올해 5·18 주간은 유난히 썰렁한 느낌이다. 대학가에선 별다른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고 도청 앞에서 열리던 기념 행사도 한적한 장소로 옮겨진다 한다. 시민 사회 담론의 장에서도 ‘광주’는 어느덧 중심에 서 있지 않다. 비록 기념식이 생중계되고 몇몇 프로그램이 편성돼 있다고 하나 방송에서 역시 광주는 변두리에 서 있을 뿐이다.과연 ‘80년 광주’는 이대로 잊혀지는가? 점차 박제화돼가는 역사로, 의례화된 기념일로 남을 수밖에 없는가? 어찌보면 잊기에도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imf 한파와 실업대란에 정신이 없기도 하다. 게다가 그 지역출신에, 나름대로 ‘광주’의 상징성을 부여받고 있던 인사가 집권에 성공하기도 했다.하지만 우리는 지금 진지하게 자문(自問)하지 않을 수 없다. 5·18민중항쟁의 의미는 오늘 우리 사회에 제대로 살아있는가? 학살자들은 그 죄행의 대가를 치렀는가? 아니 참회라도 하고 있는가? 국민은 과연 그해 5월 광주의 진실을, 그곳에서 그들에 의해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가를 충분히 알고 있는가? 굴종하며 침묵했던 우리 언론과 방송은 당시의 원죄를 깨끗이 씻어내었는가?흔히 남아공(南阿共) 식의 화해가 해법으로 들먹여져 왔다. 그러나 만델라식 해법의 요체는 무엇인가? 바로 진실에 기반한 참회 그리고 화해다. 하지만 지금 이 나라에서 광주의 진상은 여전히 뭉뚱그려져 있을 뿐이다. 대다수의 언론은 더 이상 힘들여 진실을 파헤치려 하지 않는다. 단지 정치적 고려와 타협만이 있을 뿐이다.
|contsmark11|물론 방송 프로그램의 소재로서 ‘광주’는 매우 난해한 아이템이다. 그다지 참신하지도, 그렇다고 폭발력이 있지도 않을 것이다. 섬씽 뉴(something new)를 발굴해 내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하루걸러 하루 메우기도 빠듯한 현재의 제작여건을 고려하면 그나마 완전히 외면 당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여건을 핑계삼는다 하더라도 [어머니의 노래]와 [광주는 말한다] 이후 별다른 시도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은 과연 납득할 만한 것인가?“우리 pd들이 광주를 단순히 식상한 ‘소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광주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취재하기 따라서 얼마든지 밝혀낼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이 있다.” 지난해 제작한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서 올해에도 ‘암매장’ 의혹을 파헤치는 한 pd의 지적은 무엇을 말하는가? 18년 침묵을 지켰던 우리 방송, 지금 또 한번 국민들에게 광주에 대한 집단 망각과 무의식을 조장하고 있지는 않은가?|contsmark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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