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여옥 류의 정계진출이 ‘입의 정치’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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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최근 한나라당이 칼럼니스트 전여옥을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그는 시작부터 “말이 글이 되는 대변인이 되겠다”며 특유의 날카로운 언어를 구사하며 연일 정치권의 화제가 되고 있다. 지금껏 외곽에서 중심을 향해 쏟아부었던 언어를, 중심에서 외곽으로 터뜨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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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겨레신문사에서 기획했던 방송개혁에 관한 좌담 당시 전여옥은 정치에 대해 이런 의견을 피력했었다. “전 기본적으로 정치가 ‘사양산업’이라 생각하니까 개인적인 관심은 없지만, 단기간적으로 한국사회에선 진짜 사회의 중요한 엘리트들이 정치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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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타 영역의 종사자들이 정계에 진출하는 방식도 대개 이랬다. 기회만 있으면 정치권을 두들겨 패며 정치혐오주의를 유포시키다가 선거만 다가오면 “내가 정치권을 바꿔놓겠다”라며 기습적으로 정치권에 잠입한다. 그렇게 해서 당선이 되면 그 다음날부터 자기 자신이 그토록 혐오한다는 기존의 정치인들과 똑같은 행태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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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민주화 이후의 우리나라 정치권은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 중이다. 그토록 많은 정치개혁 용사들이 선거때마다 정치권에 유입되었음에도 여전히 국민들은 ‘정치권은 더럽다’라는 인식을 하고 있고, 여전히 수많은 용사들이 그 더러운 정치판을 바꾸겠다고 벼르고 있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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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권의 가장 큰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부정부패일까, 근무태만일까, 오만불손일까. 나는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부정적인 원리는 ‘입의 정치’라 생각한다. 전여옥이 말한 ‘말이 글이 되는 정치’라는 것 역시 그 점을 짚었다. 그러나 어차피 말이든 글이든 죄다 입에서 시작되고 입에서 끝나기는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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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치판에는 하루 종일 ‘말’들이 유령처럼 떠돌아다닌다. 그 말 중에 진실을 제대로 담은 것은 거의 없다. 실천은 둘째 치고 그 말이 맞는 말인지 거짓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렵다. 그리고 정치판이 말장난판으로 전락한 가장 중요한 이유도 바로 전여옥류의 정계진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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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무려 20여년 동안 정치개혁을 떠들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정치개혁인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정치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따라가고자 하는 정치선진국에서는 모태당원이라는 말이 있듯이 초등학교 때부터 지지 정당에서 평당원으로 활동하는 게 일반화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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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중고등학교 때 청년부, 대학교 때 대학부 활동을 하며, 일찌감치 기초 자치단체, 광역자치단체 등을 거쳐 중앙의회로 들어간다. 그야말로 생활정치부터 시작해 자신이 몸담은 정당의 모든 것을 몸으로 체득하여 그것을 의회정치에 구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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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정계에 몸담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대부분 타 영역에서 정치권에 저주를 퍼붓다 선거를 앞두고 스카웃 형식으로 유입될 뿐이다. 자신이 선택한 정당의 정책도 모르고, 자신과 함께 일할 당원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심지어 당직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자랑스럽게 떠드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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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할 수 있는 일은 살아있는 입으로 쉴 새 없이 떠들며 언론을 타는 것뿐이다. 정치란 자신과 이념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공적인 정책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타협과 조율을 하는 작업일진데, 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입으로 때우는 데 급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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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은 얼마전 ytn과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과 노무현에 대한 분노 때문에 정계에 입문하게 되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정치가 분노를 해소하는 수단이란 말인가. 나는 한겨레신문의 좌담에서 정치는 엘리트가 해야한다고 주장한 전여옥과 달리 “정치는 어렸을 때부터 공적인 일에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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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여옥이 깜짝 정계 진출한 지금 생각해봐도 내 말이 맞는 것 같다. 전여옥이 최소한 선거를 2∼3년 앞두고 평당원들과 함께 기초부터 다져가며 정치를 했으면 어땠을까. 최소한 입의 정치를 넘어 행동과 실천의 정치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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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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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뉴스>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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