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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 승인 1998.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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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kbs의 개혁 실천 프로그램이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이로써 수구 기득권 세력에게는 일대 복음이 선포됐고, 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에게는 종말론이 계시됐다. 그 결과 우리 사회의 대파국을 향한 모두의 발걸음은 좀 더 가벼워지고 빨라졌다. 우리는 정녕 그렇게 운명 지워져 있는가.
|contsmark1|이 모든 책임은 일단 kbs사측에 있다. 사측은 처음부터 개혁의지가 없었다. 간부들은 노사합의 정신을 짓밟고 ‘개혁호의’ 침몰을 획책해왔다.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바로 사측의 수구적인 간부들이다. 사측은 kbs개혁 실천 프로그램이 우리사회의 개혁의지에 대한 시금석이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합의에 의해 제작된 개혁실천 프로그램을 부정하고 가당치않게 관제 개혁리포트로 국민을 달래보겠다는 발상은 가소로움을 넘어 괘씸함마저 느끼게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개혁팀이 제작한 프로그램이지 개혁의 대상들이 기획하고 명령해서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다. 스스로 개혁을 거부하는 주체들이 누굴 개혁하고 누굴 질타하겠다는 것인가. ‘kbs 오욕과 굴종의 역사’를 노, 사가 함께 시사하면서 애초 법적 하자부분만을 문제삼기로 했던 것과는 달리 사측이 구체적인 표현의 문제와 완성도를 들어 재제작을 요구했던 것은 분명히 노사합의를 무시한 월권적인 처사였다. 완성도의 문제는 시청자가 판단할 문제이며 법적 하자가 없는 표현의 문제는 전적으로 개혁실천팀의 책임일 뿐이다. 결국 노사가 처음 합의했던 대로 제작진의 제작자율권과 편집권을 보장하지 않은 사측의 태도는 어떠한 변명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사측이 처음부터 개혁실천 프로그램의 방송의지가 없었으며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해 왔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한 태도는 바로 우리사회를 여기까지 몰고 왔음에도 자신들의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이 위기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차지하려는 수구 기득권의 이해와 일치하는 것이다. 이제 그러한 간부들은 kbs내에 필연적으로 밀려들 개혁요구와 이를 숙명적으로 받아들일 개혁적 사장에 의해 ‘팽’ 당할 모든 요건을 스스로 갖추게 됐다. 스스로 개혁인물임을 자처하는 사장은 이제 kbs의 수구적인 인적 청산을 요구하는 안팎의 거센 비난에 모든 책임을 져야할 때가 왔다. 개혁을 거부한 kbs가 ‘kbs뉴스는 무조건 믿는 신화’를 창조할 수있을 것으로 여긴다면 그것이야말로 신화일 뿐이다. kbs의 모든 발언은 이제부터 수구 기득권세력의 침묵을 통한 조롱과 야유, 그리고 개혁을 원하는 국민으로부터 분노와 저항을 동시에 받게 될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kbs가 설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개혁을 거부하고 조롱하는 이들이 지금 당장은 웃을지 몰라도 민중의 힘은 분노속에 자라고 있음을 깨달아야한다. 이러한 분노의 힘이 우리 사회의 파국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개혁실천 프로그램이 필요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후의 모든 결과는 kbs사측에 있다는 것이 우리의 분명한 입장이다.
|contsmark2|그러나 kbs 내부에서도 문제가 있었음을 정면 부인하기 어렵다. 그들이 대망의 개혁호에 출항의 돛을 올렸을 때 그들은 순진하게도 ‘돛’을 마치 원자력 엔진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했다. 그들이 출항한 바다는 양같이 온순했고 바람은 너무나도 순조로워서 그야말로 ‘순풍에 돛달면’ 다 될것으로 여긴것이 잘못이었다. 그들 가운데는 바다의 흉폭함과 ‘급조된 배’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그 목소리는 진지하게 수용되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정치적 풍향과 해류가 바뀌면서 바다는 돌변에 돌변을 거듭했다. 다행히도 바람이 개혁호의 돛을 밀어주면 배는 전진했으나 역풍이 몰아칠 때 그것을 이용해서 전진하는 법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따라서 ‘항법’에 관한한 내부 이견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견은 갈등과 불신으로 번졌다. ‘개혁호’의 좌초에는 그들의 시행착오가 어떤 식으로든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contsmark3|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개혁 실천 프로그램을 지지해 왔던 모든 이들과 그 연대를 공고히 하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 서로의 내부적 불신은 선과 악이 아니라 선과 차선의 갈등이었음에 눈떠야 한다. 우리가 이제까지 겪었던 모든 고통은 시행착오로부터 온 것이었다. 우리 모두는 아직도 순수하고 건강하다. 다만 그 믿음이 지나쳤을 뿐이다.|contsmark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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