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 왜 그들은 역사의식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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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무려 2달에 걸쳐 96시간 분량의 방송을 분석했다는 한국언론학회의 보고서가 요즘 장안의 화제이다. 사실 언론 비평 보고서라기보다 타이머를 들고 초재기를 하는 모습이 연상되는 올림픽 경기기록 보고서에 가까운 이 문건은 자신들이 말한대로 ‘기념비’적이긴 하다. 그 방대한 인터뷰의 촛수를 재고 앉아 있으면서 고작 내논 결론이 “(기계적) 공정성이 결여된 (한나라당에 불리한) 편파방송이었다”이니 정말 역사 책갈피에 나올 만큼 ‘기념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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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둘째치고 일단 이 보고서는 조사 방법상에서 헛다리를 짚어도 단단히 헛다리를 짚는 보고서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초시계 들고 재지 않아도 탄핵방송을 본 우리나라 5천만 국민은 모두 탄핵 방송에 있어 탄핵 찬성입장보다 탄핵 반대 입장을 많이 보도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두달이나 걸려 세금 낭비하면서 왜 재고 앉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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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의 핵심 논지가 되어야 했을 부분은 당연히 ‘탄핵사태를 보도한 방송국의 방송철학에 대한 다양한 논증’이었다. 매우 찾기 어렵지만 이 보고서가 어물쩡넘어간 이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이 보고서는 탄핵사태를 ‘합법적 논쟁의 영역에 속하는 정치집단간의 정치적 갈등’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 보고서가 ‘○○업체 만두속’인 이유는 너무나 쉽게 내린 이들의 대전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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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이 보고서는 탄핵사태를 마치 ‘사회복지비를 gnp의 0.51%로 할것인가, 0.52%로 할 것인가’의 논쟁과 같은 종류의 일상적 정치토론의 문제로 치환하고 있다. 그러나 사상초유의 탄핵사태를 이렇게 보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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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합법적인 것은 맞다. 국회안에서 몸싸움했던 어쨋던 의사봉으로 처리됐으니 합법적이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합법성이란 용어는 반철학적 형식논리 용법이다. 이들의 용법에 따르자면 ‘유신헌법’도 합법적이고, 넓게 보자면 보위법 어쩌구에 따라 실행된 광주학살도 ‘합법적’이다. 탄핵사태의 합법성을 논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사는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두 야당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평가이다. 무엇보다 이들 야당들의 대통령 탄핵이후의 권력 분점 시나리오의 존재 여부 그리고 탄핵을 통해 이들이 얻고자한 정략적 이득 등을 조사해 ‘의회 쿠데타’적인 요소가 있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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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치적 갈등? 국회안에서 찬반이 갈린 사안이면 모두 정치적 갈등인가? 더구나 탄핵이 단순 정파집단간의 갈등 문제라면 촛불시위의 수십만의 인파는 특정 정당인들이거나 혹은 모두 노무현 대통령을 추종하는 특정 정파 세력이어야 한다. 단언컨대 대부분의 촛불 시위 인파들은 탄핵사태를 단순 정치적 갈등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파괴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 사실은 선거 결과를 통해서도 확연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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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보고서는 조사해야 할 부분을 조사하지 않고 논증해야 할 부분을 전제로 치환하는 ‘잘못된 전제의 오류 논증’이라는 대학 1학년 교양 철학 시간에 나오는 전형적인 오류 논증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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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시대를 읽는 ‘시대정신’의 산물이다. 언론학자라면 어느 분야 학문보다도 먼저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에 투철해야 한다. 탄핵방송에서 방송국의 선택은 ‘역사의식’에 선 결단의 결과였다. 우리 피디들은 그 역사의식에 있어서만큼은 아무런 부끄럼이 없다. 그리고 우리 피디들은 그 역사의식에 입각해 비판받고 토론하고싶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보고서 어디에서도 그들만의 역사의식은 찾아볼 수가 없다. 역사인식 비판은 커녕 비겁한 그들은 형식논리로 도망갔다. 그런 의미에서 이 보고서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업체 만두속”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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