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 할말 있다] 주부가 세상을 더 잘 말하기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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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우리는 전통적인 주부 역할만을 강조하는 토크쇼·정보프로그램과 선정적인 아침드라마의 틈새에서 새로운 유형의 주부대상 프로그램을 만나게 되었다. kbs의 <주부, 세상을 말하자>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변화하고 있는 여성들의 사회참여 분위기를 반영한 획기적 편성으로, 오전 주부시간대를 구성해 온 지상파방송의 어떤 프로그램과도 비교되지 않는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우선 주부를 ‘대상’이 아닌 ‘주체’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또 공론의 중심에서 비껴서있는 소외계층의 눈높이를 여론에 반영해보겠다는 참신한 의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두 가지 점은 모두 공영방송 kbs에서 이미 고려해봤어야 할 요소들로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늦은 만큼 더욱 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본 <주부, 세상을 말하자>가 벌써 150회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보다 많은 관심’·’보다 높은 참여’를 기대하면서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제작진에게는 박수를, kbs에는 좀더 많은 관심을 요청한다.

우선 이 프로그램을 간단히 소개하면, 핫이슈를 포함한 각종 사회 문제를 주제로 생방송토론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매번 스튜디오에는 여성 진행자와 1∼2명의 전문가 패널, 50여명의 일반주부가 참여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1시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늘 모자란다는 점이다.
주부들은 ‘육아’나 ‘가족문제’처럼 흔히 주부의 영역으로 인식돼 온 분야에 대한 토론이 아닌 ‘한국영화 천만시대’나 ‘한류열풍’ ‘정치개혁’ ‘교육개방’ 등에 대한 토론이 벌어질 때면 더욱 폭넓은 관심과 높은 지적(知的) 수준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또 찬반토론을 벌일 때도 기존의 토론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무례함 따위는 찾을 수 없다. 늘 끝까지 들어주고 반론을 펼치는 토론의 규칙이 살아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프로그램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체계적인 토론주제 기획에 좀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일회성 이슈와 기획시리즈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배열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150회를 넘어서는 프로그램 노하우의 축적정도로 볼 때, 이는 지나치게 안정감이 없는 구성이다. 적어도 생활이슈와 정치경제이슈 정도만이라도 섹션화함으로써 관심있는 시청자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토론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보다 다양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 토론의 주된 주체는 30∼40대 서울중심의 중산층 이상의 주부들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매일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일반참여자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보다 많은 주부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방법을 기획해볼 필요가 있다. 주부들의 특성상 인터넷이나 전화 등을 통한 보다 활발한 접근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제작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들이다.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kbs의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 대한 뒷받침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비슷한 주간편성의 성격을 갖고 있는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이나 <아침마당> 등에 대한 제작지원과 비교할 때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또 편성은 어떠한가? 말 그대로 사각 중의 사각지대인 오전 11시25분∼12시25분이다. 주부들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모을래야 모을 수 없는 시간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청자들의 주도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주부들의 사회참여를 직접적으로 확산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공영방송의 여성프로그램의 전형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부디 kbs가 좀더 과감한 투자와 전진배치를 고려해주길 기대한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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