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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열흘 전 쯤 일본에서 온 손님 한 분을 만난 적이 있다. 한국방문이 처음이라는 중년의 일본 여성이었는데 그녀가 한국방문을 하게 된 계기는 드라마 <겨울연가> 열풍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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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첫 방문길에 어디어디를 다녔는지 물어보니 <겨울연가>와 관련된 장소들과 함께 우리의 독립운동과 관련된 장소들을 몇 군데 둘러봤다고 하면서 일제 식민지시대에 행해진 일들에 대해 커다란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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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말과 7월초 두 차례에 걸쳐 일본 내 <겨울연가> 열풍에 대해 취재를 한 적이 있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일본사람들은 한결같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그런데 일본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지난 월드컵 때 젊은층을 중심으로 반짝 한국붐이 일었을 뿐 그전에는 한국을 중국의 속국으로 잘못 알거나 한국과 북한은 어떻게 다른지 관심 없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게 일본 대중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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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는 한국어를 배우는 게 가장 멋진 일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겨울연가>의 나라 한국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져만 가고 있다. 중국어를 제치고 영어 다음으로 인기 있는 외국어는 이제 한국어이다. 한국어학원의 수강생 수는 3배 이상 늘었다. 일본에 머무르는 동안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 정보 프로그램에서 한국과 관련된 아이템이 다뤄지고 있는 것을 직접 tv를 보며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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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아줌마’팬 위주의 현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분명 그 이상이다. <겨울연가>는 매주 토요일 밤 11시10분에 nhk 지상파로 방송돼 왔지만 이번 올림픽 기간 중에 중계방송 관계로 일요일 새벽 2시에 방송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시청률이 10%를 넘었다. 시간대를 생각하면 경이적인 시청률인 셈이다. 겨울연가 최종회는 23%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일본에서 20% 넘는 시청률은 정말 드물다. 우리로 치자면 4,50%대의 시청률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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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들 좋아하는지 살펴보니 일본사람들이 잊고 살았던 순수한 사랑, 따뜻한 인간관계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었다. <겨울연가>를 통해 일본인들은 한국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취재 중 만난 사람들 중에 어머니의 권유로 <겨울연가>를 보기 시작했다는 여고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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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로 인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그녀는 학교선생님에게 한국에 대한 질문을 하던 중 과거 식민지 지배로 한국 사람들이 겪은 고통에 대한 역사를 처음으로 접하고는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일본 대신 새로운 일본을 봐달라며 한국과 일본이 정말 가까운 이웃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도쿄 외곽의 아파트 모임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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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멋지게 에스코트하는 한국남자의 자상함이 부럽다는 얘기에서부터 직선제로 대통령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뽑는 한국의 정치시스템이 부럽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어린 시절 재일교포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에 대한 얘기하며 일제시대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들이 속속 표현되기도 했다. 1년여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던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분명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된다. 한편의 드라마가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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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가 갖고 있는 놀라운 힘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지난 제주도 한일 정상회담서 <겨울연가>가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말한 고이즈미 총리는 여전히 신사참배를 열심히 다니겠다고 하고 있고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게 또한 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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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얼마 전에 치러진 일본 선거에서 자민당이 패배하고 제1야당인 민주당이 약진한 현상을 두고 일본 민주당의 어떤 정치인은 자신들의 승리에는 <겨울연가>의 영향도 있었다고 했다는데 일본의 책임 있는 정치인의 의식까지 변화시키려면 <겨울연가> 못지않은 드라마를 몇 편 더 만들어 수출해야할 것 같다. 드라마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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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범하 / kbs 교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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