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달 연대기’가 말하고 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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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달 연대기’가 말하고 싶은 것
'왕좌의 게임' '아포칼립토' 유사성 논란...상고사를 배경으로 ‘약육강식’ 세계 그려내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9.06.14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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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사를 배경으로 한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tvN
상고사를 배경으로 한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tvN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미생>, <시그널>에 이어 <나의 아저씨>를 연출한 김원석 PD에 <선덕여왕>‧<뿌리 깊은 나무>‧<육룡이 나르샤>를 쓴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뭉쳤고, 장동건‧송중기‧김지원‧김옥빈 등 화려한 출연진이 등장한 tvN <아스달 연대기>는 시작 전부터 기대감이 컸다.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할 확률도 높은 법. <아스달 연대기>는 첫 회가 방영된 이후 상당한 비판의 목소리에 직면했다.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작품이 많은 해외 콘텐츠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지목되는 <왕좌의 게임>은 <아스달 연대기>와 인물과 의상을 비교하는 게시물까지 등장했다. 실제 유사한 면이 많아 이 작품의 미술과 의상이 <왕좌의 게임>을 참조했으리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또한 멜 깁슨이 만든 <아포칼립토>에서 마야 원주민 부족이 침략을 당해 노예로 끌려가는 장면은 <아스달 연대기>에서 이아르크 와한족이 아스달족의 노예로 끌려가는 장면들과 비슷해 보였다. 사람과 뇌안탈의 혼혈로 남다른 능력을 가진 은섬(송중기)이 아라문 해슬라의 신화로 내려오는 칸모르로 추정되는 말을 타고 달리는 설정 역시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이 타는 토루크 막토를 떠올리게 한다.

<아스달 연대기>가 이런 유사점을 보이는 이유는 상고사라는 국내에서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낯선 시공간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고사를 배경으로 한 전작이 없어 참고할 만한 게 단군신화나 문화인류학 연구 결과물 정도다.

게다가 고조선 이전이라는 시대적 상황은 오히려 국적 없는 작품의 특색을 만든다. 우리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어느 나라 이야기인지 혼돈이 오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이 작품은 위에 유사하다 언급된 작품들을 참조해 상당히 혼종적이고 탈국적의 세계를 그려내게 됐을 것이다.

이런 단점들이 드러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스달 연대기>가 가진 의미나 가치가 없는 건 아니다. <아스달 연대기>는 상고사를 가져와 좀 더 보편적인 ‘국가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그려내고 있다. 부족이 국가로 복속되거나 혹은 독자적인 소수종족으로 남게 된 과정을 그리는 인류사 드라마에 가깝다.

이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아스달 연대기>가 많은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비판적 지점들을 안고 있으면서도, 문명의 삶과 자연의 삶이 충돌하는 과정을 담아내는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문명이라고 하면 어딘지 긍정적인 의미를 떠올리지만, 편리함과 생산성 등으로 대변되는 문명의 이면에 드리워진 폭력과 노동력 착취에 드라마는 주목하고 있다. 자연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아르크 와한족이 노예가 되고 이들을 돕는 은섬이 문명을 대변하는 아스달족들과 싸우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아스달 연대기>가 굳이 상고사까지 거슬러 올라간 까닭이다. 힘이 센 부족이나 계급이 이를 앞세워 약자를 대상으로 착취에 나서는 건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이야기다.

국가라는 거창하고 말끔한 시스템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약자들을 침탈해 핍박하고 빼앗는 일들은 지금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문화인류학이 지금 우리에게 효용가치를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래된 지구의 역사에서 아주 일부분일 수 있는 인류의 역사가 과연 삶을 희망적으로 만들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시청자가 이런 의미나 가치를 두고 드라마를 볼 필요는 없다. 이야기가 충분히 재미있고 완성도 높게 그려지고 있는가를 즐기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고 있어 다소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아스달 연대기>가 아무런 의미 없는 시도라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아스달 연대기>가 꾸는 꿈이 대중에게 와 닿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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