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소통' 안중에 없는 법무부 장관 ‘나홀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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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소통' 안중에 없는 법무부 장관 ‘나홀로 기자회견’
기자들 ‘질의응답 없는’ 과거사위 평가 기자회견 보이콧...‘불통 장관’ 문재인 정부에도 부담
  •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9.06.13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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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2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검찰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 활동 종료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장관의 브리핑은 발표만하고 질문을 받지 않는다고 해, 출입기자들이 참석치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뉴시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2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검찰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 활동 종료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장관의 브리핑은 발표만하고 질문을 받지 않는다고 해, 출입기자들이 참석치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뉴시스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장관의 기자회견은 언론을 통해 국민 소통하는 자리다. 주요 사안이 있을 때 관계 장관이 직접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질문을 받는 모습은 ‘주권재민’을 구현하는 민주주의 제도로 인식된다.

국민 소통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납득하기 힘든 일이 발생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검찰 과거사위원회 활동과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한 평가 기자회견을 사실상 ‘나 홀로’ 했다. 주요 언론에 따르면 박 장관이 기자회견을 1시간 앞두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하자 취재진 대부분이 회견을 보이콧했다. 박 장관은 “취재진에게 사전에 배포한 브리핑 자료에 충분한 내용이 담겼다”며 질문을 거부했다.

기자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보다 후퇴한 형식의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며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박 장관의 대답을 듣고 싶다”고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법무부 장관이 질의응답을 하지 않는 이유’란 제목의 메시지를 통해 “발표 자료에 충분한 내용이 담겨 있고 대변인이 질의응답하는 것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기자들이 ‘보이콧’ 입장을 전달해도 박 장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이 참석하지 않아 텅 빈 브리핑룸에서 준비한 입장문을 8분가량 읽고 퇴장했다.

한 두 기자가 아닌 기자단이 보이콧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입장문을 읽고 기자회견을 마쳤다는 박 장관의 모습에서 소통하려는 자세도, 알권리를 존중하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나홀로 기자회견으로 박상기 장관은 무책임하고 오만한 장관으로 비판받을 만하다.

자기 할 말만하고 마치는 일방통행식 기자회견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유산이다. 기자들은 국민을 대신해 질문한다.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원회 활동과 관련해 장관의 답변이나 해명을 듣고, 묻는 일은 기자들의 책무다.

박 장관은 강제수사권이 없어 여러 제약에 발이 묶인 과거사위 활동을 원활하게 이끌 가장 큰 책임이 있었다. 그러나 내분과 외압으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활동이 지지부진한 지난 1년6개월간 박 장관은 무엇을 했던가. 용산참사 조사단에 대한 과거 수사팀의 외압도 방치했다는 지적에 대해 무슨 답변을 준비했던가. ‘김학의 전 차관 사건’에서는 검찰 고위 간부 출신 인사들에 대한 과거사위의 수사 촉구 의견이 나온 지 6일 만에 수사팀이 관계자 소환도 없이 수사를 종결한 이유는 무엇인가 등등 기자들의 입에서 나올 법한 질문은 불편할 수 있다.

하나하나가 민감하고도 어럽지만 최소한 성의 있는 자세로 답변과 해명에 나서는 것은 법무부 장관의 소임이다. 허공을 향해 인사를 하고 허공을 향해 낭독한 장관의 행동은 결국 언론과 국민을 무시한 것이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지게 될 것으로 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를 말하면서 대화하지 않고, 일방적 홍보에만 열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는 기자회견 자체를 무력화시켰다. 언론의 견제와 감시가 무너진 박 전 대통령의 밀실정치는 스스로를 파멸하게 만들었고, 국민에게 좌절감을 안겼다.

김영삼 정권 시절인 1993년 황산성 환경처 장관은 수돗물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이 자신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나 보도자료를 집어던지는 일이 있었다. 다음날 기자들은 일제히 황 장관의 독선과 오만을 비판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단명 장관으로 도중하차했다. 유무능을 떠나 기자회견장에서 다수 기자들과 소통조차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무책임하다.

문재인 정부는 언론의 역할과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해왔다. 청와대는 특별히 국민청원 게시판을 열어 국민적 불만과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까지 강구할 정도로 국민 소통에 노력했다. 기자회견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장관은 법무부의 불신과 폐쇄성을 넘어 문재인 정부에 부담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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