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방송생태계'와 싸운 고 박환성·김광일 PD의 '멈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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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방송생태계'와 싸운 고 박환성·김광일 PD의 '멈춘 시간'
촬영차 떠난 남아공에서 숨진 박환성·김광일 독립PD 2주기 추모제
마지막 행적 담은 독립영화 '멈춘시간' 상영..."근본적인 변화 이뤄져야"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9.07.1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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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환성 김광일 pd 2주기 추모식 장면 ⓒPD저널
  13일 인천 부평문화사랑방에서 열린 '고박환성 김광일 PD 2주기 추모제' ⓒPD저널

[PD저널=이은주 기자] 2017년 EBS 다큐멘터리 촬영차 떠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 박환성 PD와 김광일 PD의 2주기 추도식이 13일 열렸다.

추모제에 참석한 100여명은 두PD가 사망 전 독립PD들의 불공정 방송제작 관행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담은 독립단편영화 <멈춘시간>을 관람하며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영화에서 박환성 PD는 "제작비가 너무 터무니없이 삭감이 됐다. 도저히 계산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토로하면서 "아프리카에서 돌아오면 PD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방송사의 불공정 계약 등의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마음 편하게 일하기"를 꿈꾸는 김광일 PD와 "우리가 바꾸면 된다"는 박환성 PD의 말이 여운을 남겼다. 

고 김광일 PD의 아내로 <멈춘시간> 시나리오를 쓴 오영미 작가는 '멈춘 시간'이 두 PD가 숨진 시간을 의미한다고 했다. 

오영미 작가는 "두PD의 죽음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면서 PD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들은 지속되고 있다"며 "두 PD가 마지막까지 목소리를 높였던 외침이 묻히면 안 된다는 마음에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7년 촬영을 떠난 남아프리카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박환성 김광일 PD.
2017년 촬영을 떠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박환성 김광일 PD.

박환성 PD를 연기한 성우 이규환 씨와 김광일 PD역을 맡은 배우 주효준 씨 등 배우들과 스태프는 모두 재능기부로 이번 영화에 참여했다. 

추모행사를 기획한 가수 성용은 "두 PD의 죽음은 독립 PD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방송 비정규 노동자가 처한 동일한 문제라는 데 공감하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지상학 영화인총연합회 회장은 추도사에서 "이들의 죽음은 사고사겠지만 사실은 잘못된 방송 시스템이 만든 타살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공감을 표한다"며 "죽음의 공포에 노출된 채 오직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일념으로 일했던 다큐 PD들의 안식을 기원한다"고 했다.

영화 <고래사냥> <흑수선> 등을 만든 배창호 감독은 자신이 2009년 다큐멘터리 촬영차 독립PD와 함께 아프리카를 다녀왔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강행군을 겪으면서 한국 다큐멘터리의 열악한 환경을 비로소 알게됐다. 고인들께서 편히 잠들어 계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박환성 PD의 동생 박경준 블루라이노픽쳐스 대표는 "방송 스태프에 대한 근무환경 개선의 지속적인 변화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EBS는 박환성·김광일 PD 2주기 추모제 전날인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외주제작 상생협력의 일환으로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와 촬영원본 활용 사업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며 "향후 외주제작사, 특히 독립PD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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