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요한, 씨돌, 용현', 전형적인 휴먼다큐 벗어난 접근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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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요한, 씨돌, 용현', 전형적인 휴먼다큐 벗어난 접근 돋보여"
한국PD연합회·한국언론정보학회, 여섯번째 프로그램 연구비평 모임..."권위적인 카메라 시선, 감동 유도 절제해"
  • 김혜인 기자
  • 승인 2019.07.19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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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한국PD연합회 강의실에서 한국PD연합회와 언론정보학회가 공동 주최한 연구비평모임이 열렸다. ⓒPD저널
지난 18일 한국PD연합회 강의실에서 한국PD연합회와 언론정보학회가 공동 주최한 연구비평모임이 열렸다. ⓒPD저널

[PD저널=김혜인 기자] <SBS스페셜>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편(이하 <요한, 씨돌, 용현>)을 주제로 한국PD연합회와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여섯번째 연구비평모임이 열렸다.

18일 이희은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고 <요한, 씨돌, 용현>을 연출한 이큰별 PD를 포함해 2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6월 9일과 16일 2회에 걸쳐 방영된 <요한, 씨돌, 용현>은 권력의 폭압에 맞서 싸우고 참사의 현장에 뛰어들어 목숨을 구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살아온 한 사람의 삶을 담았다. 

시청자 반응도 뜨거웠다. 요양병원에 누워있는 그의 모습이 방송에 담긴 이후 후원의 손길이 몰리고 있고 이같은 반응에 힘입어 내년 2월을 목표로 한 다큐 영화 제작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최근 PD연합회가 주최하는 ‘이달의 PD상’도 수상했다.

'타자의 삶과 다큐멘터리'를 제목으로 발제한 이희은 교수는 <요한, 씨돌, 용현>이 전형적인 휴먼다큐멘터리와 달랐던 점을 성공의 요인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기존의 휴먼다큐멘터리가 보여준 인물에 대한 접근법과는 다소 다른 방식을 보여주는데 온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드러내는 대신 어떤 인물의 삶을 ‘우리가 잘 모르고 있다는 자각’에 더 집중한다”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늘 앞서 싸우고 승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시했던 미디어와 언론의 역사를 상기하면, 작지만 큰 존재에 겸손한 태도로 다가간 이 프로그램이 지닌 의미는 크다”라며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였던 조지 오웰이 말했듯이 언론은 대중의 욕망과 히스테리를 이용하여 잔혹함을 전시하고 포르노화 해왔다. <요한, 씨돌, 용현>은 이러한 언론의 시각에서 벗어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권위적인 카메라의 시선, 감동을 자아내기 위한 과도한 표현 등 휴먼다큐멘터리의 전형성을 답습하고 있지 않다"며 "개인의 삶을 교차하며 보여주는 구성 방식을 택함으로써 시청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고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프로그램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표현함으로써 전체적으로 간결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6월 16일 방송됐던 SBS스페셜 '요한, 씨돌, 용현'의 한 장면 ⓒSBS
지난 6월 16일 방송됐던 SBS스페셜 '요한, 씨돌, 용현'의 한 장면 ⓒSBS

방송에서 제작진의 질문에 김용현씨가 인터뷰에 응하는 건 딱 한 장면이다. “왜 그런 삶을 사셨어요?”라는 제작진의 질문에 김용현씨는 왼손으로 쓴 삐뚤빼뚤한 글씨와 그의 목소리로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답한다.

이 교수는 이 장면을 언급하며 “평범하고 미약한 한 개인에 비해 언론이 가진 큰 힘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전문적인 인력과 우수한 장비와 많은 시간을 들여 정성껏 만든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그 프로그램이 다룬 인간 자체가 훨씬 더 복잡하고 불가사의한 존재라는 것. 이는 오늘날 많은 방송이 잊고 있으나 <요한, 씨돌, 용현>이 다시 되새겨준 미디어의 윤리적 자세”라고 말했다.

이큰별 PD는 <요한, 씨돌, 용현>이 "10년차 PD로서 세상에 던지는 돌직구였다"고 했다. 

이큰별 PD는 “조지오웰의 말처럼 ‘언론이 대중의 욕망을 이용해 포르노화해왔다’는 점에 공감한다. 한정된 제작비와 시간 내에 제작물을 만들어야하고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조직 내에서 목소리가 작아지고 진정성 있거나 하고 싶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가 힘들어진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아이템을 자신 있게 내놨는데 시청자로부터 외면 받으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다큐는 10년차 취재 노하우와 진정성, PD로서의 신념을 다해 던진 돌직구였다. 다행히 시청자 반응이 좋아 PD로서의 태도를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라고 말했다.

모임에 참석한 PD들은 김용현 씨를 발굴하게 된 이유와 제작 기간, 기획안 등 구체적인 제작 과정에 관심을 보였다.

이큰별 PD는 병색이 짙은 용현씨를 주인공으로 1시간짜리 다큐를 만든다고 했을 때 내부에서 우려가 많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7년 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이후 지속적으로 쌓아온 인연을 바탕으로 3주 동안 몰래 취재하고 기획안을 냈을 때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취재하기 전에는 짤막짤막한 단서의 나열이었던 용현씨의 발언들이 이한열 열사 어머니와 주변인들을 만나고 다큐멘터리의 구성이 완성됐다고 했다.

사진 속에 어깨동무를 한 집회 참석자들의 얼굴이 한 줄씩 나타나는 2부 마지막 장면은 이한열 열사 어머님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 PD는 “이한열 열사 어머님이 사진을 가리키며 '어디에나 있었는데 지금 어디에도 없잖아'라고 말하시는 순간 제목이 정해졌고 이 분들이 지금도 우리 곁에 계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끝나지 않은 것처럼 마무리를 지었다”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유재우 KBS PD는 “<SBS스페셜>을 보고 KBS 교양PD들끼리 모여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결론은 사람 얼굴을 한 교양프로그램이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요한, 씨돌,’용현>이 그런 작품이었다”라고 말했다.

이큰별 PD는 “상을 받는 것보다 동료 PD와 같이 작품에 대해 분석하는 자리가 더 뜻깊었다"며 "오늘 발제문을 보면서 어떠한 마음으로 만들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됐고, 다시 한 번 연구비평모임에 참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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