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단독보도’ 거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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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단독보도’ 거르는 법
"문 대통령 ‘일본 강경대응’ 지시“ MBN 단독보도, 저널리즘 원칙으로 따져보니  
  •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9.08.19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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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MBN '8뉴스'가 단독으로 전한 문대통령 '일본 강경대응 직접 지시' 리포트 화면 갈무리.
지난 13일 MBN '8뉴스'가 단독으로 전한 문대통령 '일본 잘못 강경대응 직접 지시' 리포트 화면 갈무리.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에 강경대응하라’고 지시했다는 MBN의 단독보도가 최근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며 논의조차 된 적이 없다고 부정했다. 지난주 청와대와 MBN이 주고받은 공방전이다. 후속 보도가 나오지 않아 진실은 또 다시 세월 속에 묻힐 가능성이 높다.

뒤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듯이 뒤늦은 진실도 진실의 가치를 반감시킨다. 저널리즘의 영역에서 진위 논란은 저널리즘의 기본 공식과 원칙으로 풀어내야 한다. 법적 공방은 이해당사자들의 몫이고 그것은 오랜 시간과 인내를 요구하는 일이라 국민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의문만 커질 뿐이다. 저널리즘에서 단정은 위험하다. 그러나 적어도 몇 가지 공식을 대입하면 추론은 가능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MBN의 보도가 오보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3일 저녁 MBN <8뉴스>에서 단독으로 전한 ‘일본 잘못 직접 대응’ 리포트의 내용은 이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강경 대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문 대통령은 총리 주례회동과 국무회의에서 일본이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자국 지도에 독도를 표기한 것을 언급하며 외교부가 일본 외무성에 직접 항의하라고 지시했다...외교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 IOC를 통해 독도 표기 문제를 항의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직접 항의 공문을 보내라는 것...문 대통령은 또 후쿠시마 원전수 누출 사태와 관련해서도 ‘국제원자력기구 IAEA 등을 통하지 말고 외교부가 직접 대응하라’고 말했다.”

저널리즘의 첫 번째 원칙은, 주요하거나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의 경우 충분한 취재를 하고 취재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MBN의 주장은 양국간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문 대통령의 강성 이미지를 고착시킬 수 있는 사안으로 이 주장의 출처가 중요했다. 그러나 보도내용에는 취재원을 단순히 ‘정부관계자’라는 식으로 모호하게 처리했다. 정부관계자라는 정체불명의 취재원을 동원시켜 이런 중대하고도 위험천만한 주장을 기사화한다는 것은 언론신뢰도를 의심케하는 일이다.

보도뉴스(straight news)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서술어다. MBN은 ‘강경대처 지시’라는 단독보도를 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알려졌다’는 식의 서술어를 사용했다. 기자들이 자신의 보도가 자신없을 때 사용하는 상투적 서술형이다. 단독보도를 부정하는 ‘알려졌다’는 표현은 스스로 보도를 ‘믿거나 말거나’로 격하시키는 일임을 기자들은 안다. 왜 그랬을까. 앞으로도 보도뉴스에서 ‘알려졌다’는 식의 뉴스는 믿지 않는 것이 좋다. 더구나 단독보도를 하면서 ‘알려졌다’고 보도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또 논란이 예상되는 뉴스보도의 경우 양쪽의 주장을 공정하게 반영하도록 최대한 취재 대상에게 반론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기자의 선택사항이 아니고 의무사항으로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는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바로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 대상이 된다. MBN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항의 지시를 보도하며 ‘독도표기’ ‘IOC’ ‘후쿠시마 원전수 누출’ 건 등에 구체적이고도 일방적 주장을 담고 있다. 보도 후 논란이 예상되는데도 이에 대한 최소한의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은 부실보도를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다.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하면 오보 논란에 휩싸였을 때 신속하게 진위를 밝히고 후속조처 취해야 한다. 저널리즘 원칙에 선진국 언론사들도 종종 오보 논란에 휩싸인다. 그 때 유심히 대처방식을 지켜보라. 우리나라처럼 입을 다물고 ‘법대로 하라’는 식으로 배짱을 부리지 않는다. 소송으로 가게 되면 오보 이후 언론사의 책임 있는 후속 자세 여부가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보도를 한 MBN 기자에게 <미디어 오늘> 기자가 진위 여부를 묻자 “답변을 드릴 게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취재기자가 답을 못하면 담당부장,보도국장이 ‘보도가 사실이라고 확신하다’고 하든 ‘자체적으로 진위여부를 조사 중이다’고 하든 책임있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언론은 사회갈등‧반목을 지양하고 화합과 평화에 이바지해야 한다. MBN의 보도 내용은 일본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이를 더욱 이간질하는 내용이다. MBN이 지향하는 저널리즘의 가치는 무엇인가.

권력을 비판‧감시하기 위해선 스스로 신뢰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 한국 언론의 당면과제다. 이를 위해선 부실한 취재와 보도를 ‘단독보도’로 포장하는 낡은 관행부터 멈춰야 한다. 취재부터 보도 이후 해명까지 전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고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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