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어쩌다 취재 거부 대상이 됐나 
상태바
KBS, 어쩌다 취재 거부 대상이 됐나 
정경심 교수 자산관리인 인터뷰 왜곡 논란...기자들 반발에 내홍 
조사위원회 조사 통해 신뢰 회복해야... '언론개혁' 화두 부상했는데 고질적 언론 관행 개선될까
  •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9.10.14 10:46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여의도 KBS 본관의 전경. ⓒKBS
서울 여의도 KBS 본관의 전경. ⓒKBS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 KBS가 흔들리고 있다. 서초동 집회를 이끈 주최 측이 지난 주말 편파방송을 일삼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TV조선, 채널A 등의 종합편성채널과 함께 KBS를 취재 거부 대상에 올렸다. 

조국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 교수의 자산 관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경록 씨에 대한 KBS 인터뷰 내용이 진의를 왜곡하고 심지어 검찰과 내통했다는 주장까지 나온 영향 탓일까.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진행하고 있는 ‘유튜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한 방에 너무 쉽게 위상이 흔들리는 KBS가 현시점에서 무엇을 성찰해야 할까.

먼저 KBS는 어떤 경우에도 한국의 대표 공영방송이며 국민이 아끼고 신뢰해야 할 국민 재산임을 분명히 한다. 또한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자부심과 긍지, 정체성까지 흔들며 인신공격을 하거나 감정을 앞세운 비난도 자제해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KBS 법조팀이 어렵게 설득해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과 먼저 인터뷰를 하고도 그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왜곡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유 이사장은 KBS에 이어 김 씨와 인터뷰를 한 뒤 ‘KBS가 검찰과 내통했다’는 취지로 방송을 내보냈다. 

일개 유튜버의 주장에 불과했지만, 유 이사장의 영향력과 내용의 파급력, 검찰과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 등이 어우러져 KBS는 물론 검찰에 종속된 한국 언론 전체를 비판하는 거대 이슈로 부상했다. KBS는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인터뷰 전문을 보고난 후 외부 인사를 포함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자 문제는 KBS 내부에서 확전 양상으로 퍼졌다. KBS 법조팀장이 반발하고 사회부장이 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노조와 일선기자들도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경영진의 대응에  반발했다. 현시점에서 KBS는 최소한 세 가지 물음에 스스로 답해야 한다.  

첫째, 왜 주요 취재원이 KBS를 외면하는가. 김경록 씨를 설득해 인터뷰를 성사시킨 것은 사실상 KBS의 특종이다. 교차 검증과 보도 왜곡 여부는 보도진의 선택과 판단의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김 씨를 유 이사장에게 보낸 것은 결과적으로 KBS였다. 실망한 취재원이 KBS를 다시 찾지 않았다는 것은 KBS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미투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 등도 공영방송이 아닌 JTBC를 찾았다. KBS가 약자의 편에 서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는 점을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

둘째, 객관적 진상조사의 기회를 왜 부정하는가. 유 이사장이 문제제기를 했을 때 KBS는 즉각 부정, 반박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자신이 있다면 외부인사가 포함한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자는 경영진의 제의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만약 자체 조사로만 매듭을 짓는다면 그 결과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검사가 검찰총장을 제대로 수사할 수 없듯이 내부 식구가 구성원의 잘못을 객관적으로 조사하는 건 쉽지 않다.

한국의 언론사 내부 조사시스템이 그렇게 믿을만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검찰도 학교도 내부 비리는 덮기에 바쁘고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왔다는 비판을 언론 스스로 하고 있지 않은가. 특권의식 속에 남의 비판에만 익숙하고 스스로는 작은 비판에도 견딜 수 없는 조직은 건강하지 못하다.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과 방식은 그 조직의 건강성과 신뢰도를 가늠하는 척도다.

셋째, ‘검찰과 내통’ 주장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 전에 사실관계를 살펴봤는가. KBS가 취재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할 수 없기 때문에 교차검증을 한 노력은 인정한다. 또한 필요하다면 검찰에 확인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취재기법이다. 이번 정 교수 자산관리인 인터뷰에 비판이 제기된 이유는 KBS 취재진이 이해당사자격이 된 검찰에게 취재원과 인터뷰한 내용을 다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는 검찰의 말에 의존해온 언론과 검찰의 관계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검찰의 주장은 사실로 받아들이는 잘못된 관행의 답습을 의미한다. 검찰 대변인격인 언론사를 향해 ‘검찰과 내통’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논평의 영역이다.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을 인터뷰한 후 KBS는 검찰에 확인했지만 검찰은 아무 것도 확인해 준 게 없다. 거꾸로 KBS 기자가 검찰에 확인내용이 김경록 씨로부터 나왔다고 알려준 셈이 됐다. 왜 검찰을 경계하지 않고 왜 취재원 이름을 함부로 공개하는가.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이 다시 화두로 부상했다. ‘조국사태’에서 보여준 검찰의 과도한 수사관행, 검찰에 종속된 언론의 취재관행, 정식 재판도 열리기 전에 성급한 언론의 여론몰이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커진 언론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

한때 폐지됐던 기자단이 출입처를 중심으로 다시 형성돼 구악을 반복하고 있는 점이 이번 사건을 계기도 주목받고 있다. 출입처를 브리핑 시스템으로 바꾸고 폐쇄적인 기자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검찰 권력에 대한 감시‧견제는 언론 본연의 사명이다. 인격권이 말살되고 인간의 존엄을 부정하는 국가권력의 횡포에 대해 그가 누구든 언론은 보도를 통해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KBS부터 검찰중심 보도에서 벗어나 법원의 판결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언론이 언론자유를 내세우고 싶다면 언론윤리강령이라는 자율규제를 보다 현실화해야 한다. 윤리강령 준수는 물론 징계위원회에 외부인사를 포함시키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외부인사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이를 토대로 백서를 발간, 한국 언론 발전의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KBS 역시 시련 속에 더욱 성장,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지연 2019-10-14 14:13:04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알아서 시민들에게 돌아옵니다.
최근 MBC나 한겨레의 행보가 그렇습니다.
이번 사태로 언론이 던져주는 정보에만 매몰 돼 있던 시절에서 벗어 날 수 있어 다행이고,
언론사의 빨대 꽂기식 기사보다는 신념을 갖고 공동체나 조직, 권력의 불의한 관습이나 갈등에 무관심 하지도 않는 일개 유투버들을 더 신뢰를 하게 되었습니다.

sum 2019-10-14 12:36:27
잘 읽었습니다

will 2019-10-16 08:18:04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언론의 역할을 잘 해주길 바랍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