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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다시 개편이다. 일년에 두 번 있는 방송가의 이 주요 행사가 요즘은 왜 이리 빨리 돌아오는지 모르겠다. 봄 개편 했던 게 두어 달 전 같은데 벌써 가을 개편안을 만들어 pd 배정까지 얼추 마무리를 지었다. 이 배정안이 발표되면 또 가슴을 쥐어뜯으며 피눈물을 흘릴 사람이 또 얼마나 될까. 역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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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가 다 그런 것인지, 프로그램 배정이라는 것도 ‘받을 때와 할 때’가 다른 것 같다. 받을 때는 그랬다. ‘어떻게 배정을 이렇게 해 놓을 수가 있느냐’고.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아무리 써내 봐도 잘 반영도 안 되고,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게 어떤 건지는 지금도 역시 잘 모르겠지만)은 매일 ‘선택받은’ 몇 사람의 몫인 것 같고, 게다가 ‘누가 누구를 챙겨줬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쓰라린 가슴을 파고들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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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흘러, 프로그램을 배정하는 입장이 돼보니 또 세상이 달리 보인다. 이번에는 괜히 pd들 탓을 하는 꼴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고, 어느새 데스크 입장이 돼서 pd들 부족한 부분만 보려고 하고, 전체적인 배정의 균형보다는 우리 부서로 ‘좋은 자원’을 끌어오는 데에만 신경이 집중된다. ‘좋은 자원’이 정말 쓸만한 자원인지, 검증도 못했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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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pd 배정을 하다보면 각 부서의 데스크들이 상당히 비슷한 평가를 pd들에 대해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좋은 평가를 받는 몇몇 pd들은 상당한 ‘몸값’을 누리며 배정표 위에서 이리저리 끌려 다니게 되고, 상대적으로 평가가 좋지 않은 pd들은 이 부서 저 부서로 밀쳐지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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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고도 무서운 문제는 여기에 있다. 여러 데스크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는 pd들이 과연 좋은 pd들인가, 또는 좋은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낼 만한 pd들인가 하는 문제다. 마찬가지로 평가가 좋지 않은 pd들은 과연 ‘나쁜’ pd들인가 하는 질문이다. 어떤 기준으로 우리는 pd를 평가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공정하고 정확해야 할 pd 배정은 과연 pd들의 능력과 취향과 프로그램의 특성에 맞게 잘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쉽지 않은 질문이란 사실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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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pd들(그래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맡게 되는 pd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성은, 혹시 체제순응과 긍정적 사고 같은 게 아닐까? 관리자로서 데스크들이 원하는 pd의 모습은 혹시 ‘말 많지 않고, 말 잘 듣고, 말 많이 안 해도 되는’, 한 마디로 ‘부하 직원’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 스스로가 pd 시절부터 그런 ‘예스 맨’의 이미지가 아니었나 돌이켜보니, 문제는 좀 더 심각한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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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광(halo)과 순응적 이미지와 인간적인 호감 같은 것이 pd의 배정, 나아가 pd와 그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상당한 혼란을 가져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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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배정의 기준은 말할 것도 없이 “특정 프로그램을 잘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우린 혹시 ‘인상 좋고 말 잘 듣는’ 후배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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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배정은 좀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와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해서 진행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당연히 본인의 희망도 상당 부분 반영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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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개인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편견과 오해와 선입견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도 연구해야 할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심을 버리는 일이다. 프로그램이 pd 개인의 것이 아닌 것처럼 방송도 배정권자들이 아닌, 시청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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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웅 / cbs 편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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