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방송, 지적 욕구 자극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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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방송, 지적 욕구 자극하네
빠른 호흡 콘텐츠 홍수 속 음악‧여행 콘텐츠 접목한 책 프로그램 두각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9.11.1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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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지난달부터 방송 중인 '멜로디 책방' 예고편 갈무리.
JTBC가 지난달부터 방송 중인 '멜로디 책방' 예고편 갈무리.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채널 할 것 없이 다양한 포맷과 트렌드를 반영한 책 관련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빠른 호흡의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앞세운 책 프로그램이 오히려 새롭게 다가온다.

독서를 권장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까지 시야를 확장하는 등 시청자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저자 위주의 책 소개에 머물지 않고, 다각적인 관점으로 수다를 떠는 것도 특징이다. 이런 책 프로그램은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유익한 콘텐츠다. 

지난 9월 말부터 방송을 시작한 tvN<요즘 책방-책 읽어드립니다>에서는 ‘한 시간 동안 책 한 권을 대신 읽어드립니다’라는 콘셉트를 내세운다. 역사강사 설민석, 방송인 전현무, 가수 이적, 배우 문가영 등이 출연하고, 매회 전문가 패널도 합류한다.

설민석 강사가 선정된 책의 내용을 요약해 설명하고, 이에 맞춰 패널들은 책 내용과 관련해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내놓는다. 관점의 차이뿐 아니라 전문가 패널이 책 내용에 반론을 제기하는 등 논쟁과 토론도 오간다.

기존 책 관련 프로그램에서는 대중이 쉽게 읽을 만한 책을 선정했다면, <요즘 책방>에서는 <사피엔스>, <징비록>, <군주론>, <총, 균, 쇠> 등 어려울 것 같아 막상 읽지 못했던 스테디셀러를 소개한다는 게 차별화된 지점이다. 지난 5일 방송에서는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 아이히만>을 소개했는데, 자체 최고 시청률 3.4%를 기록할 정도로, 시청자의 호응이 높았다. 

JTBC는 두 편의 책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음악과 독서를 결합한 <멜로디 책방>과 각국의 책 문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장동건의 백 투 더 북스>이다. ‘영화나 드라마에는 OST가 있는데 책에는 왜 어울리는 OST가 없을까’라는 참신한 질문에서 시작된 <멜로디 책방>에는 이특, 선우정아, 수란, 박경, 김현우 등 국내 뮤지션이 참여한다.

이들은 매주 선정된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눈 뒤 어울리는 곡(Book-OST)을 만들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오는 12일에는 음악과 책의 콜라보레이션인 ‘북콘서트’를 열며 시청자의 호응에 부응하고 있다.

4부작으로 편성된 <장동건의 백 투 더 북스>에서는 중국·프랑스·일본·한국 등 수십 년이 된 서점들을 다니며 각국 책 문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지난 5일 방영된 2부 프랑스 편에서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찾아 시인과 시민이 시를 낭독하는 ‘티 파티’, ‘텀블위드’(작가가 아니라도 무료로 숙박하며 책을 읽고, 글 쓸 수 있는 프로그램) 문화를 소개했다. 

EBS<발견의 기쁨, 동네 책방>은 국내 책방에 주목한다. 진행자인 소설가 백영옥은 문정희 시인과 시집 책방을, 물리학자 김상욱과 과학 서점을 들러봤다. 소설가 김훈과 강원도 속초를 찾아 칠성조선소를 둘러보고 동아서점에서 북 콘서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MBC <같이 펀딩>은 배우 유인나와 강하늘이 오디오북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라디오에서도 책 속의 문장을 쉽게 들을 수 있다. MBC가 가을 라디오 개편에 따라 선보인 <책을 듣다>에서는 유명 배우, 가수들의 책 낭독을 만날 수 있다. 또 온라인상에서 ‘북튜버’로 알려진 김겨울 작가는 MBC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김겨울 작가는 책 소개뿐 아니라 책 읽을 때 좋은 소품과 도구를 소개하는 등 독서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과거 책 방송에서는 ‘독서 장려’라는 공익성 측면을 강조했지만, 최근에는 대중의 각양각색 취향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포맷(음악, 여행, 오디오북)에 책의 내용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바쁜 현대인이 책을 이해하기 쉽도록 핵심을 요약하고,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수다로 지식 욕구를 채워주기도 한다.

단순히 저자를 초대해 이야기를 듣는 방식을 탈피한 책 관련 프로그램이 향후 책 읽는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디딤돌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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