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의혹 김건모' 방송 출연은 '영향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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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의혹 김건모' 방송 출연은 '영향 無'?
SBS '미운 우리 새끼' '성폭력 의혹' 제기된 김건모 편집 없이 방영
'물의 연예인' 모호한 출연 기준 지적..."의혹 단계 제작진 판단에 맡겨야 하지만, '온정주의' 경계 필요"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12.10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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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자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한 가수 김건모 ⓒ SBS
8일자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한 가수 김건모 ⓒ SBS

[PD저널=이미나 기자]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가수 김건모가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별다른 편집 없이 등장한 것을 두고 물의 연예인의 출연 기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출연자의 출연 여부는 방송사와 제작진이 자체 규정과 사안의 경중을 따져 결정하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시청자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방영된 <미운 우리 새끼>는 김건모가 아내 장지연을 위한 프러포즈 이벤트를 벌이는 과정이 공개됐다. 김건모의 어머니인 이선미 씨도 스튜디오에 출연해 영상을 지켜봤다.

그러나 이날 방송이 강용석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김 씨의 성폭력 가해 의혹이 제기된 직후였다는 점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맞편성된 점도 무시할 수 없겠으나, 시청률 역시 지난주에 비해 하락한 모습이다. 8일자 <미운 우리 새끼>의 시청률은 1부 13.8%, 2부 15.1%, 3부 14.8%(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했다. 지난 1일 시청률은 각각 16.2%, 17.8%, 19.1%였다.

김건모의 출연분이 편집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미운 우리 새끼> 제작진은 아직까지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김 씨가 '사실 무근'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고,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중이 큰 김 씨의 출연분을 편집하는 게 어려웠으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한 지상파 PD A 씨는 "그날 방송에서 김건모 씨의 출연분이 핵심이었던 만큼, 그 분량을 들어내려면 편집이 아니라 아예 불방을 결정해야 할 수준이었을 것"이라며 "(방송 결정까지) 여러 요소를 고려했겠지만, 광고 등 경영적인 부분도 함께 검토했을 것"이라고 봤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김건모는 <미운 우리 새끼>의 시작부터 함께 했던 '아이콘'과 같은 출연자고 그의 모친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은 인물인 만큼 쉽게 (편집을) 결정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또 지금 방송을 보류하거나 편집한다면 오히려 (의혹이) 사실임을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미운 우리 새끼>가 배우 안재현과의 이혼 소식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배우 구혜선의 출연분은 통편집한 반면, 김건모의 경우에는 방송을 강행한 것을 두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운 우리  새끼> 포털 '톡방'에도 출연을 강행한 사유를 묻는 시청자의 댓글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방송사 전체로 확대해 봐도 편집이나 출연 제재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투표 조작 논란이 불거진 Mnet '프로듀스' 시리즈 출신 그룹 아이즈원은 멤버들이 직접 범죄 사실에 가담한 사실이 없는데도 방송에서 줄줄이 통편집됐고, 지난해 가수 김흥국도 성폭행 의혹에 휩싸이면서 출연 중이던 방송에서 편집됐다. 당장 10일 방송되는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도 김건모의 처남이 될 배우 장희웅의 출연분을 방송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연예인의 방송 출연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문제제기는 앞서 국회에서도 나온 바 있다. 지난 2018년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각 방송사의 출연규제 연예인 현황 자료를 살펴보고 "시청자들의 시청권과 직결되는 출연정지 및 해제 기준이 방송사 입맛에 따라 고무줄 식으로 운영돼 온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에 부응해야 하지만, 의혹이 제기된 사실만으로 무턱대고 기존 촬영분을 들어내거나 출연 규제를 가할 수는 없는 제작진의 고민도 깊다.

또 다른 지상파 예능 PD는 "출연 규제나 편집의 기준을 설정한다는 것부터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우려가 있다"며 "제작진이 여러 의견을 수렴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지 않은 사안이라면 프로그램 방영 여부는 제작자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시청자의 감수성과 동떨어진 '온정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KBS 2TV <1박2일>은 앞서 지난 2016년 전 여자친구 불법촬영 의혹을 받은 가수 정준영을 하차시켰다가 6개월여 만에 복귀시켰지만, 정 씨가 다시 집단 성폭행과 불법촬영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A PD는 "다만 (고정 출연자와) 오랫동안 한 프로그램을 함께 하다 보면 바깥에서는 보이는 문제점도 안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맹점'이 생길 수도 있다"며 "이는 제작진이 항상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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