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슬기로운’ 선택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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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 ‘슬기로운’ 선택의 결과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꿈에 치이지 않는 삶이란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03.31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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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현장 사진. ⓒCJ ENM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현장 사진. ⓒCJ ENM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꿈이 당신의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할 때 필자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는 “꿈이라는 건 꿔서 즐거워야 되는데 괴롭게 하는 건 꿈이 아니다”라고 했다.

<응답하라 1994>에서 “내 20대는 늘 숨 막히는 시험시간이었다”라는 대사를 남긴 '빙그레'(차선우)라는 캐릭터에 자신의 생각이 투영됐다고도 했다. '빙그레'는 드라마 속에서 의대 1학년생으로 등장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여러모로 신원호 PD의 이런 삶에 대한 자세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꿈이라는 이유로 고통스럽게 더 높은 곳을 향하기보다는 지금의 자리에서 일과 일상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는 삶. 그리고 그 일에 있어서도 현실적인 상황과 이상 사이에서 양자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타협안을 찾아내는 삶.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것을 ‘슬기롭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 등장하는 의대 5인방은 <하얀거탑>의 장준혁(김명민) 같은 ‘욕망덩어리’ 천재외과의도 아니고, <낭만닥터 김사부>의 김사부(한석규) 같은 이상적인 인물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의사들이다. 하지만 그 평범함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비범함이 눈에 들어온다.

율제병원을 물려받을 후계자지만 그 자리를 다른 이에게 넘겨주고 대신 VIP 병동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어려운 환자들을 돕는 키다리 아저씨 안정원(유연석), 못하는 게 없어 ‘귀신’이라 불리지만 환자를 생각하는 따뜻함을 가진 채송화(전미도)가 그렇다. 이들은 하려고만 하면 큰 성공과 더 높은 권력과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인물이지만, 집착하지는 않는다. 대신 이들이 집착하는 건 함께 밴드를 한다거나 보컬을 하고 싶다거나 하는 소소한 것들이다. 

평범해 보이는 이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지극히 현실적인 의사면서도 어떤 선택의 순간에 따뜻한 인간애를 드러내는 대목에서다. 뇌사자 장기기증 수술을 하게 된 이익준(조정석)은 그 환자의 아이가 어린이날을 평생 우울하게 기억할까봐 10분을 기다려 다음 날 수술을 한다.

결혼을 앞둔 딸 때문에 일주일만 수술을 미뤄달라는 아버지에게 김준완(정경호)은 선을 그으며 냉정하게 대하지만, 그의 결혼식장을 찾아가 축하해주는 따뜻한 면을 드러낸다. 그들은 의사로서 해야할 일들을 하면서도 동시에 환자를 위한 최선의 방법들을 찾아낸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CJ ENM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CJ ENM

신원호 PD가 추구하는 ‘슬기로움’은 전작이었던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슬기로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감빵’에서도 ‘슬기로운 선택’들이 위기를 넘길 수 있게 해준다는 걸 그려내기 위함이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다보면 <하얀거탑>의 장준혁 같은 의사의 야망이 결코 그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된다. 또 세상을 바꾸는 건 <낭만닥터 김사부>의 김사부 같은 이상적인 스승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마다 슬기로운 선택들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 덕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의사라는 직종이 아니라도 매일 일상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다. 

꿈이 당신의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신원호 PD의 말은 꿈을 꾸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꿈에 집착하다 삶을 낭비하지 말라는 뜻이다. 성장의 사다리가 끊겨버린 현실의 뼈저림을 겪어본 청춘들이라면 이 말이 주는 위로가 클 수밖에 없다.

행복을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만 하는 것은 없다. 많은 선택지가 우리 앞에 존재하고, 그 안에서 보다 슬기로운 선택을 하면 족하다. ‘슬기로운’ 선택이 모여 그 사람을 행복한 삶으로 끌고 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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