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예나 PD "급성장한 펭수, 롱런 기반 만드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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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예나 PD "급성장한 펭수, 롱런 기반 만드는 게 목표"
제32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 수상자 이슬예나 PD
"B급 코드 펭수, A급으로 키워준 펭클럽에 감사... 감개무량하다"
  • 김윤정 기자
  • 승인 2020.04.29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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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 수상자 이슬예나 PD와 EBS 소속 연습생 펭수.
제32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 수상자 이슬예나 PD와 EBS 소속 연습생 펭수.

[PD저널=김윤정 기자] 인기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한국까지 헤엄쳐 온 10살 펭수는 데뷔 1년 만에 구독자 215만 명을 거느린 스타 유튜버가 됐다.

EBS 소속 연습생이지만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놀면 뭐하니?>, SBS <정글의 법칙>,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종횡무진 방송가를 누비며 그 어렵다는 ‘방송사 대통합’을 이뤄낸 펭수. 광고계는 물론, 정부 부처들까지 섭외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민 펭귄’ 펭수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스타다.

펭수를 발탁하고 키워낸 <자이언트 펭TV>의 이슬예나 EBS PD는 성인도 즐길 수 있는 예능형 교육 콘텐츠의 새 지평을 열고, 뉴미디어 콘텐츠의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PD연합회가 제32회 한국PD대상 대상격인 ‘올해의 PD상’ 수상자로 이슬예나 PD를 선정한 이유다. 한국PD대상 역사에서 어린이 대상 콘텐츠가 최고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경기도 고양시 EBS에서 만난 이슬예나 PD는 “B급 감성 펭수에게 너무 과한 결과”라며 밝게 웃었다.

지난 28일 열린 한국PD대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대상' 수상자로 소감을 말하고 있는 이슬예나 PD.
지난 28일 열린 한국PD대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대상' 수상자로 소감을 말하고 있는 이슬예나 PD.ⓒ김성헌

- ‘올해의 PD상’은 PD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이다. 수상 소식을 듣고 어떤 마음이었나.

“‘B급 코드’를 지향하며 출발한 콘텐츠인데, ‘B급’이 감당할 수 없을 어마어마한 결과물을 얻게 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상상해 본 적 없었던 놀라운 일들이 계속 이어졌는데 그 결과인 것 같다. 펭수를 ’A급‘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주신 펭클럽, 함께 <자이언트 펭TV>(이하 <펭TV>)를 만들어 온 팀원들, 그리고 너무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해준 펭수 덕분이다. 감개무량한 마음이다.”

-<펭TV>는 어린이 교양예능으로 출발했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펭TV>는 처음부터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기획된 콘텐츠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어른들이 보는 예능을 함께 보며 즐기지 않나. 어른의 입장에서 ‘어린이들은 이런 걸 좋아하겠지?’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만드는 게 아니라, 제작진이 봐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은 주 시청층이 성인으로 확실하게 이동했지만, 어른이 봐도 재미있고, 어린이가 봐도 무해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처음의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 펭수는 ‘뽀로로를 뛰어넘어 BTS 같은 대스타가 되겠다’, ‘우주대스타가 되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시작은 허황된 목표와 그 실패 과정으로 웃음을 주려는 것이었을 텐데.

“맞다. 시작은 사람들이 들었을 때 ‘와 웃긴다’라고 반응해주길 기대하며 설정한 허무맹랑한 목표였다. 대스타에게는 시련과 어려움을 겪으며 생긴 서사가 필요하지 않나. 그런 빛이 나는 스토리를 위해 일부러 안 될 거 같은 큰 목표를 잡은 거였는데 하나씩 자꾸 이루어지고 있다. 진짜 아이돌처럼 팬 사인회도 열고. 하하하. 너무 당황스럽다.” 

- ‘연습생 펭수’가 ‘찐 아이돌 펭수’가 되기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가장 놀라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EBS 아이돌 육상대회>를 기점으로 펭수가 급성장을 했다. 그런데 그 전에, 펭수가 첫 팬사인회를 열었다. 우린 덩그러니 앉아있는 펭수의 그림을 상상했는데, ‘찐 팬’들이 정말 많이 와주신 거다. 부산에서 올라와서 숙박하신 분들까지 있었다. 2차 팬사인회 했을 때는 손수 만든 선물을 가져오신 분, 눈물을 보이신 분... 펭수가 무대 위에 있는데 펭수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펭수를 찍기 위해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있는 걸 보면서 ‘진짜 스타가 됐구나’ 실감나더라. 또, EBS에 있다보면 많은 셀럽들과 콜라보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유재석씨, BTS, 트와이스... 매 순간 ‘이게 진짜인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타이거JK와 콜라보 앨범도 제작했는데, 처음 <펭TV>를 시작했을 땐 상상조차 못했던 콘텐츠들이다.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 <펭TV>는 펭수의 개인기와 매력에 의지하는 콘텐츠인데, 펭수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결단이 제작자로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첫 촬영 전부터 소통을 많이 했다. 첫 촬영부터 초등학생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초등학생이 가장 어려운 촬영 대상인데, 거기서 펭수와 학생들 사이에 어떤 반응이 나오는 지를 봤다. 결과적으론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갔고. 그리고 편집이 있지 않나. 제작진이 달리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웃음) 편집, 추가 촬영 등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펭수가 자기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제작진이 펭수를 못 믿고 불안해하면 펭수도 마음껏 놀 수 없을 테니까.”

펭수는 거침없는 화법과 친화력으로 데뷔 1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펭귄이 됐다. 
펭수는 거침없는 화법과 친화력으로 데뷔 1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펭귄이 됐다. 

- 거침없이 할 말은 하는 당돌한 성격은 펭수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지만, 보기에 따라 버릇없고 무례한 캐릭터로 보일 수도 있다. EBS는 교육방송이다보니, 처음에는 펭수의 이런 모습이 비교육적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펭수를 좋지 않게 보는 분들은) 지금도 계시다. 하지만 펭수는 애초에 기획할 때부터 우리 주변의 초등학생을 모델로 삼았다. 우리 주변 초등학생들을 생각해봐라. 모범생은 극소수고, 대부분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천방지축이다. 바람직한 어린이상 말고, 스스로 경험하고 깨우치면서 성장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새롭게 보여주고 싶었다. 펭수는 많은 것을 갖춘 친구가 아니다. 당당하고 당돌하고, 자기표현과 욕구가 확실하다. 이런 친구가 자기 방식대로 말하고 행동하면서 보여주는 성장이 나이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확고한 생각을 바탕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교육적이지 않다’는 피드백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EBS에서 이 정도로 대중적인 파급력을 가진 히트 브랜드가 나온 건 처음이다. 

“어느 순간 콘텐츠가 급성장을 하고, 다른 영역으로의 확대도 빠르게 진행됐다. 내 개인 번호로 콜라보 섭외 전화가 물밀 듯 들어와서 전화가 마비될 정도였다. 쏟아지는 제안 속에서 펭수의 오리지널리티를 잃지 않으면서 윈윈할 수 있는 작업을 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다보니 매 순간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도 힘들었고. 언제부턴가는 내가 PD인지, 펭수 기획사 실장인지, 제작사 영업실장인지 경계가 모호해지더라.”

- 덕분에 콘텐츠의 반경은 더욱 넓어졌다.

“좋은 팀원들을 만나 역할이 나뉘다보니 이제는 경계의 모호함이 더 즐겁게 느껴지더라. 최근 펭수와 타이거JK의 콜라보 음원이 출시됐는데, PD로서 음원이 출시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다는 게 굉장히 재미있었다. 단순히 펭수라는 캐릭터와 세계관 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세계관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고, 그 결과물들이 새로운 콘텐츠로 제작되는 과정이 즐겁다. 우리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시청자 반응에 따라 우리가 얼마나 세계관을 더 확장할 수 있을지, 파생되는 콘텐츠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지 결정된다. 처음엔 <펭TV>의 모호함 속에서 버거움, 혼란스러움과 같은 감정을 느꼈다면, 지금은 조금 더 독립성을 가지고 움직이고 싶다는 바람이다.”

- 올초 EBS 유아어린이부에서 ‘펭TV&브랜드스튜디오'로 펭TV 담당팀이 떨어져 나왔다.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사실 지금은 ‘스튜디오’라는 팀 이름을 가졌을 뿐, EBS 내의 부서다. 완벽한 독립 스튜디오 성격은 아니다. <펭TV>는 기획 단계부터 디지털 플랫폼에서 자생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고 싶었고, 그 과정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 우리가 펭수로 내는 아웃풋(Out-put)을 다시 인풋(In-put)으로 투자해 펭수 콘텐츠를 확장하고, 롱런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팀원들이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선택하고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이슬예나 PD와 펭수.
이슬예나 PD와 펭수.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콘텐츠 제작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

“이전에는 제작비 측면에서 굉장히 타이트했다. 지금은 회사에서 내려온 제작비 외에 다양한 협업이 가능해지면서 여러 시도가 가능해졌다. 여전히 제작비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순 없지만, 확실히 상상력이 확장될 수 있었다. 콘텐츠가 자생력을 갖추려면 제작비를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어야하는데, 펭수 세계관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다만 너무 환경 파괴적이거나, 정치적 요소가 강한 것, 사회적 편견과 편향 요소가 담긴 것들은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어린이들에게 유해하다고 여겨지는 것, 선정적인 것도 배제하고 있다. 펭수가 조류다보니 치킨 관련 콘텐츠도 지양하고 있고. (웃음)”

- <펭TV>는 유튜브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 콘텐츠다. 디지털 콘텐츠는 성장도, 정체기도 빠르기 찾아온다. 

“유튜브 유행 주기가 워낙 짧다. 고민 중인 부분이라서 명쾌하게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펭수의 팬덤이 키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가수가 되겠다, 배우가 되겠다, 이런 펭수의 목표는 달성 자체가 지향점이 아니다. 그 과정을 팬들과 공유하고, 그 속에서 펭수의 성장과 매력을 보여주며 재미를 선사하는 게 중요하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시작했지만, 플랫폼과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펭수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려고 한다.”

- 김명중 EBS 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2020년을 펭수 해외 진출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말을 했다. 펭수의 ‘빌보드 프로젝트’도 시작됐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펭수의 ‘빌보드 프로젝트’는 앞에 언급한 것처럼 ‘그게 말이 돼? 하하하’ 정도의 목표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해외 진출도 천천히 길이 열리면 가겠다는 입장이지, 굳이 우리가 해외 진출을 위해 무언가를 하겠다는 건 없다. 현재로서는 <펭TV> 유튜브 영상에 영어 자막을 다는 것 정도가 최선이다. 가능성이 보인다면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아이템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거대하게 가지는 않을 거다. 사장님께도 (해외진출에 대한) 압박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동의하셨다.”

- 펭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난 21대 총선 선거운동에 펭수가 등장한다든지, ‘펑수’, ‘괭수’ 등 펭수를 패러디한 캐릭터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논란을 어떻게 지켜봤나.

“일단 다들 눈치 좀 챙기셨으면 좋겠다. 펭수가 더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기존 다른 캐릭터보다 퍼스널리티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돌 같은 팬덤을 가지게 된 거고. 펭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펭수를 ‘펭격(펭수+인격)’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렇게 펭수를 마구 사용하는 분들은 ‘펭격’을 인정하지 않으시는 것 아닌가. 펭수를 그저 캐릭터로만 여긴다해도 저작권 때문에 그러면 안 되는 거고. 펭격을 존중해주셨으면 좋겠다.”

- 이슬예나 PD의 새로운 콘텐츠를 기대하는 이들도 늘었다. <펭TV> 이후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콘텐츠는.

“EBS에 와서 다양한 장르를 했다. 드라마도 했고 다큐도 했고 스튜디오 생방송 연출도 해봤다. 이런 다양한 경험 덕분에 <펭TV>에 다양한 장르를 접목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펭TV>를 하면서 예능, 드라마 장르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겼고, 펭수처럼 공감과 힐링을 주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목표나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당장은 <펭TV> 다음 회차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니까. 지금은 펭수가 가진 선한 영향력을 잃지 않고, 팬덤과 소통하면서 펭수의 활동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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