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과’에 정치권력 책임 따진 조선‧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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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최순실 사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
한겨레 “'이재용 반성문' 경영권 승계 책임 인정 빠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마친 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마친 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박수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이번 대국민 사과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불법 책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7일자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이재용 부회장 사과' 소식을 1면에 배치했다. 조간은 대체로 ‘4세 경영 포기’를 제목으로 뽑아 사과문의 내용을 전했지만, '이재용 사과'를 보는 시선을 엇갈렸다.

<한겨레>는 1면 <불법승계 책임 빠진 ‘이재용의 반성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강한 그룹 경영 의지를 함께 밝혔다”면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책임 인정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과의 배경이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의 대법원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유죄 내용이 강화돼 파기환송된 서울고법 재판부의 주문”이라고 짚은 <한겨레>는 “지난해 10월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가 미국 사례를 들면서 기업 내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시 양형 고려를 언급한 이후, 올 2월 외부 명망가 중심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만들어졌다. 준감위는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의혹 대국민 사과 △무노조 경영 방침 철회 △시민사회와 신뢰 회복 등의 내용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책임을 지는 언급과 행동이 없었다. 과거 비자금 사건으로 대국민 사과에 나선 이건희 회장이 사과와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전례에 견줘서도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의 평가를 덧붙였다.

<한겨레>는 사설에서도 “이 부회장의 발표에서는 구체적인 책임 인정, 재발방지 대책, 피해자 구제와 같이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처를 찾아볼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사과의 진정성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쇄신 조처를 내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면하기 위한 ‘억지춘향식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환기하면서 “이 부회장의 이날 사과가 재판과 수사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려는 방편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될 만하다. 법원과 검찰은 이 부회장의 사과와 무관하게 수사와 재판에 더욱 엄정하게 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조선일보 5월 7일자 3면.
조선일보 5월 7일자 3면.

보수신문과 경제지는 ‘4세 경영 포기’와 ‘무노조 경영 종식 선언’이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이라고 추어올렸다.

<매일경제>는 3면 <이재용 ‘4세 경영 포기’ 전격 선언…승계논란 종식 의지>에서 “이 부회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4세 경영 포기’를 공식 선언한 것은 삼성의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사과를 뛰어넘은 선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아직 승계와 관련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사과가 원론적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3면 <李, 내부 만류에도 ’자녀승계 불가‘ 결단>에서 “’파격적으로 평가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까지 삼성 최고경영진은 두 달 동안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특히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음을 선언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방침에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삼성 내부에서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반도체 선언’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처럼 오너의 비전이 삼성을 있게 했다는 굳은 믿음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발표에는 진정성을 보이고 싶다는 이 부회장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정치 권력에 책임을 돌리면서 이 부회장을 두둔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이재용 부회장의 ‘준법 경영’ 선언 뿌리내리길>에서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가 지난해 말 재판 도중 ‘정치 권력으로부터 또 다시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 차원의 답’을 가져오라고 이 부회장에게 주문한 이유는 무엇이겠나”라고 반문하면서 “권력이 기업의 팔을 비트는 관행 역시 없어져야 기업의 준법 경영도 보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 탄핵까지 초래한 ‘최순실 사건’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의 어떤 기업인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도 많은 문제가 있겠지만 기업인들을 이렇게 몰고 가는 한국 정치와 제왕적 대통령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나”라고 정치권의 책임을 따졌다.

“삼성의 미래는 한국 경제의 미래나 다름없다”고 강조한 <조선일보>는 “삼성과 이 부회장이 할 일은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삼성과 우리 경제를 더 키우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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