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업’, 불편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상태바
 ‘인간수업’, 불편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 ‘청소년 성매매’ 논쟁적 소재로 화제몰이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05.12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은 지금껏 우리가 좀체 다루지 않았던(어찌 보면 다루기를 기피했던) 세계를 다루고 있다.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이지만, 이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그려내는 것들은 ‘학원물’ 장르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다.

주인공 오지수(김동희)는 심지어 청소년도 사용하는 성매매 어플을 운용해 돈을 버는 인물이고, 여고생 서민희(정다빈)는 그 어플을 이용해 실제 성매매를 하는 인물이다. 오지수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부모에게 반항하듯 그 범죄의 세계 깊숙이 들어가는 배규리(박주현)나, 이 학교의 짱으로 조직폭력배들과도 패싸움을 벌이는 서민희의 애인 곽기태(남윤수)도 모두 고등학생이다. 

등장인물들은 청소년들이지만, 이들이 벌이는 일들은 충격적인 범죄라는 점에서 <인간수업>은 ‘19금 청춘물’이라는 색다른 지점을 건드린다. 최근 벌어진 ‘n번방 사건’으로 가뜩이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 이런 소재의 드라마를 내놓는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자칫 모방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수업>은 김진민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직접 이야기했듯 이들의 범죄를 미화하거나 청소년 범죄자들(?)을 두둔하려는 의도를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 범죄에 몸담고 있는 주인공 오지수는 영웅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는 겁도 많고 지질한 인물로 상황에 끌려 다니다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 범죄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는 인물이다. 

아이들을 괴물로 만든 건 어른들이다. 오지수는 집 나간 엄마와 자식의 돈까지 훔쳐 도망치는 아버지 때문에 홀로 살아가며 생계 수단으로서 별 죄의식 없이 성매매 어플을 운용한다.

배규리는 남부러울 것 없이 잘 사는 집 아이로 공부, 운동, 놀이 그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잘 하는 아이지만 부모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존재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는 배규리의 부모는 자식을 마치 연습생 대하듯 상품으로 평가하기 일쑤다. 배규리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뭐든 이뤄지는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오지수의 절박한 세계에 호기심을 느끼고 빠져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

하지만 범죄 세계와의 차단막이 제거되면서 아이들은 곤경에 처한다. 오지수와 배규리는 저 편에서 실제로 성매매가 이뤄지고, 그 이권을 두고 살인까지 벌어지는 세계와 맞닥뜨리게 된다. 학교에서 배우던 세계와는 너무나 다른 세계와 온몸으로 부딪치면서 아이들은 진짜 현실을 배우는 살벌한 수업을 받게 된다. 

<인간수업>은 본래 제목이 <극혐>이었다고 한다. 본래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아이들이 톡톡한 수업을 치르는 세계를 작가는 ‘극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어찌 보면 <극혐>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법한 드라마지만, 애써 <인간수업>이라고 유화된 표현의 제목으로 고친 건 혹여나 강렬한 제목이 오해의 소지를 남길까 우려해서다. 이 제목을 제안한 김진민 감독의 의도대로 드라마는 학교의 수업과는 너무나 다른 방과 후 살벌한 현실의 수업을 보여준다. 

사실 <인간수업>이 담고 있는 ‘청소년 성매매’ 같은 소재들은 이제 막 청소년 시절을 지나온 대학생들에겐 그다지 놀랍지 않은 세계다. 그래서 이들은 이 드라마에 대한 공감을 표할 뿐,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드라마를 본 많은 어른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낳는 걸까.

어른들이 애써 부정했던 세계를 현실로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n번방 사건’을 보며 어른들이 더 충격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이 드라마는 마치 ‘n번방 사건’ 같은 충격적인 현실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며 우리에게 묻는다. 애써 부정하면서 저런 현실은 없다고만 치부할 것인가. 아니면 그 불편한 현실을 인정하고 그 문제와 정면으로 맞설 것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