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故 박환성‧김광일 PD 사망 3년만에 공식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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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열 부사장, 유족 만나 눈물의 사죄...2017년 방송 못한 유작 ‘야수의 방주’ 3주기 맞아 편성 
EBS‧독립P협회, 상생협의회 구성...불공정 제작 관행 개선 논의 

김유열 EBS 부사장이 2017년 EBS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떠난 고 박환성 김광일 PD의 묘소를 찾아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한국독립PD협회
김유열 EBS 부사장이 2017년 EBS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떠난 고 박환성 김광일 PD의 묘소를 찾아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한국독립PD협회

[PD저널=박수선 기자] 故 박환성‧김광일 독립PD 사망 사고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EBS와 유가족‧독립PD들이 3년 만에 문제 해결의 물꼬를 텄다. EBS는 오는 7월 15일 박환성‧김광일 PD 3주기에 맞춰 두 PD의 유작을 편성하고, 불공정 제작 관행 개선을 위해 한국독립PD협회 등과 상생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EBS와 독립PD들은 2017년 EBS 다큐멘터리 <야수의 방주> 촬영 차 떠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故 박환성‧김광일 PD 사건과 관련한 EBS 책임 문제를 놓고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다. 

사고 당시 PD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야간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게 알려지면서 열악한 제작 환경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박환성 PD는 출국 직전 EBS의 과도한 간접비 요구를 폭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EBS는 공식 사과와 진상규명 요구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1주기, 2주기에도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상생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풀리지 않던 실마리는 김유열 EBS 부사장이 유족 측에 직접 사과의 뜻을 전달하면서 보이기 시작했다. 김유열 부사장은 지난 4월 23일과 5월 7일에 박환성 PD의 묘소와 유족, 김광일 PD가 있는 납골당 등을 연달아 찾아 고인과 유족에게 눈물의 사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큐 프라임>을 처음으로 기획한 김유열 부사장은 지난해 말 취임사를 통해 “전향적인 태도로 상생 방안을 마련해볼 계획“이라고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유족이 사과를 받은 뒤 독립PD들은 박환성‧김광일 PD 3주기에 두 PD의 유작인 <야수의 방주> 방송을 제안했고, EBS가 이를 수용하면서 오는 7월 13일부터 15일까지 <야수의 방주>를 포함한 박환성 PD의 작품 3편이 <다큐프라임> 시간대에 방송될 예정이다. 2017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 촬영은 <야수의 방주> 보충 촬영을 위해 떠난 것으로, <야수의 방주>는 편집까지 거의 마무리된 상태였지만 그동안 전파를 타지 못했다. 

2017년 촬영을 떠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박환성 김광일 PD.
2017년 촬영을 떠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박환성 김광일 PD.

EBS와 독립PD협회 등은 1일 오후 상생협의회 첫 회의를 열고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상생협의회에는 김유열 부사장을 포함한 EBS 관계자 5명과 독립PD협회(2명), 독립제작사협회(2명)가 참여한다.   

김유열 부사장은 통화에서 “박환성‧김광일 PD가 <다큐프라임>을 연출하다 돌아가셔서 내내 마음이 안 좋았는데, 책임 있는 위치에 가면 꼭 이 문제를 풀고 싶었다”며 “EBS가 충분한 여건을 마련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부사장은 “다수의 중요한 프로그램을 외주 제작으로 만드는 EBS는 특히 독립PD들과 가깝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동료의식도 있다”며 “상생협의회 의제는 아직 정해진 게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을 미루진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독립PD협회는 1일 “지난 수십년간 허울뿐인 미사여구에 불과했던 ‘상생과 협력’이 이제는 실질적으로 구현되어야 한다”며 “EBS의 환골탈태과 공정한 방송생태계 실현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원한다. 그것만이 故 박환성‧김광일 PD에게 속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김영미 한국독립PD협회 대외협력위원장은 “3년 동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기간이 있었지만, 정의를 지향하는 PD사회가 이 문제를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나가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상생협의회는 박환성‧김광일 PD의 유산이다. 서로 윈윈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비상한 각오와 치열한 논의로 상생의 길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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