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30주년, ‘소송폭탄’에도 시청자 믿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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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30주년, ‘소송폭탄’에도 시청자 믿고 간다
MBC 'PD수첩' 30주년 특집 ‘21대 국회에 바란다’ 2일·9일 방송
유해진 CP "'PD수첩'의 정신과 가치, 앞으로도 계승, 발전시키겠다"
  • 김윤정 기자
  • 승인 2020.06.02 11:2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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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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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윤정 기자] 성역 없는 취재를 이어 온 한국 PD저널리즘의 메카, MBC <PD수첩>이 방송 30주년을 맞았다. 국내 최장수 탐사보도 프로그램 <PD수첩>의 역사는 어떻게 쓰였을까. 

<PD수첩>의 역사는 1990년 5월 8일, 다국적 안테나 제조 기업 ‘피코’의 한국인 여성 근로자 무단 해고 사태를 고발한 ‘피코 아줌마 열 받았다’ 편으로 시작됐다.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사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검사와 스폰서 등 2000년대 초반 한국 사회를 뒤흔든 굵직한 보도들을 연이어 내보내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PD수첩>은 탐사 저널리즘의 대명사임과 동시에 언론 탄압의 제1 희생양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언론 탄압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보도한 PD들은 체포됐고, 당시 정권에 불리한 아이템을 취재하던 PD와 작가들은 해고되거나 제작과 무관한 부서로 강제 발령됐다. 언론 탄압에 손과 발이 묶인 <PD수첩>의 긴 침체기는 2017년까지 8년여에 걸쳐 이어졌다.

2017년 파업을 마치고 쫓겨났던 PD·작가들이 돌아왔고, <PD수첩>은 빠르게 정상 궤도를 되찾았다. 2018년 새출발 이후 김기덕 감독 등의 성폭력 등을 고발하며 ‘미투’ 운동을 조명했고, 故장자연 사건, 조계종과 교회 3부작, 별장 성접대와 검찰개혁 시리즈 등 2부작 시리즈를 쏟아냈다. 사회 현안을 정확하고 깊이 있게 짚어낸 보도들로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으로 한국PD대상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민주언론상’, ‘올해의 좋은 보도상’ 등을 받았다.

이런 <PD수첩>의 역사 뒤에는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를 자처한 102명의 PD와 125명의 메인 작가가 있었다. <PD수첩>의 책임프로듀서인 유해진 CP는 통화에서 “MBC 시사교양 본부 PD의 90%는 <PD수첩>을 거쳐 가게 된다. 노동 강도도 세고 큰 책임감이 요구되는 프로그램이라 기피하기도 하지만, 일단 발령을 받으면 ‘이제 내 차례가 왔구나’ 하는 묘한 사명감에 불탄다. 한 프로젝트를 마쳤을 때 보람과 쾌감도 엄청나다”며 웃었다. 

더해지는 취재의 깊이만큼 제작진의 고충도 크다. 문전박대 당하거나 장비가 파손되는 일은 부지기수다. 인터뷰 중 협박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PD들이 진짜 힘들어하는 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보이스피싱, 빛과진리교회 문제 등을 취재한 김동희 PD는 “(피해자에게) 무엇 하나 부탁하는 것도 굉장히 죄송했다. 방송 제안도 참 어렵게 드렸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故장자연, CJ E&M 오디션 순위조작, 검찰 기자단 등을 취재한 김정민 PD 역시 “특히 피해자들 기저에 깔린 공포심, 언론에 대한 불신을 이겨내는 게 가장 중요하고 힘들다”고 말했다.

작가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PD수첩> 작가들은 매 회차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프로그램 구성에 이르기까지, 취재의 가지를 뻗어내고 결과물을 보다 깊고 명쾌하게 풀어낸다. 현재 <PD수첩>에는 5명의 메인 작가가 있다. 4대강 관련 보도를 한 정재홍 작가, 황우석 논문 조작을 보도했던 윤희영 작가, 장자연 2부작을 보도했던 장은정 작가, 쓰레기 대란 2부작을 보도했던 조희정 작가 등이다.

2000년부터 <PD수첩>과 함께한 정재홍 작가는 “30년 역사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힘은 저널리즘의 원칙을 고수하는 팀 분위기에 있다”고 했다. 시청률보다는 ‘해야 하는 것’에 주목하고, 타협하지 않아야 하며 아울러 팩트만을 보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작가는 “'조금 더 들어가면 뭔가 나올 것 같은데...' 싶을 때 압력이 많이 들어온다. 이런 압력을 이겨내는 게 중요한데, <PD수첩>에는 ‘우회하지 않는다, 끝까지 겁먹지 않는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다. 이런 내부적 지지는 여타 프로그램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평했다. 

<PD수첩>의 ‘저널리즘의 원칙’이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실명보도다. <PD수첩>은 2018년 재정비 이후 실명 보도를 내부 원칙으로 삼았다. 덕분에 소송도 많이 당했다. 2018년부터 2020년 5월 현재까지 <PD수첩>에 들어온 내용 증명, 가처분신청 및 민·형사 소송은 총 59건. 그사이 방송된 <PD수첩>이 총 105회이니, 2회에 1건꼴로 민원·소송이 제기된 셈이다.

대부분 익명의 그늘 아래에 숨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소송들이다. 하지만 <PD수첩> 팀은 "공적 인물이라면 실명보도가 옳다. 소송의 위험은 정확한 취재와 철저한 팩트로 맞선다"는 마음가짐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그 결과 제기된 민원·소송 중 아직 진행 중인 15건을 빼면, 법원은 모두 <PD수첩>의 손을 들었다. 교육계의 미투 사례와 관련된 소송에서 1심 패소했으나, 이후 2심에서 추후 보도를 통한 화해 권고로 결정이 나면서 불패 신화를 이어가게 되었다.

유해진 CP는 “소송 무서워하면 <PD수첩> 할 수 없다”면서 “팀원들에게 우리에게 더 큰 대의와 명분이 있기 때문에 소송과 같은 작은 두려움에 위축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한다. 위축되는 순간 <PD수첩>의 생명력은 끝난다”고 말했다. 

한편 <PD수첩>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 맞게, 30주년을 기념하는 거창한 이벤트도, 기자간담회도 열지 않는다. 대신 오는 2일과 9일에 걸쳐 <PD수첩 30주년 특집, 21대 국회에 바란다‘ 2부작을 방송할 예정이다. 

유해진 CP는 “‘최악의 국회’라는 평을 받은 20대 국회를 마치면서, 지난 국회를 반성하고 21대 국회에는 희망을 찾아보자는 의미에서 준비했다”고 30주년 특별 기획 아이템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유 CP는 “<PD수첩>이 30년 동안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시청자 여러분 덕분”이라면서 “<PD수첩>의 주체는 PD가 아니라 시청자다. 시청자들의 지지와 응원, 때로는 따끔한 비판이 아니었더라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금까지 지켜온 전통과 역사, <PD수첩>의 정신과 가치를 유지하고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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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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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수첩 2020-06-04 09:57:09
조작수첩,,왜곡수첩..

ㅁㄱㅁ 2020-06-03 20:48:46
이제 그만 하심이..진정한 보도가 뭘까요? 진실을 모르고 신청자들은 보게 되는..이슈를 위한 이슈방송

조작수첩 2020-06-02 13:16:29
요즘 누가 피디수첩을 봅니까... 하도 조작이 많아서 신뢰를 잃었네요

저널리즘 2020-06-02 12:17:48
피디수첩이 탐사보도계의 제왕으로 엠비씨 간판 프로이자 국민방송의 자리에 올라서 30년이 되는 시간동안 수고를 한 건 사실이나... 언제부턴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정확한 취재나 팩트보다 한 건 터트릴 자극적인 아이템만 노리는건 아닌지... 자성이 필요할 때라고 봅니다. 솔직히 요즘 국민들 피디수첩 안 봅니다. 관심 없습니다. 옛날 엠비씨의 명성에 기대서 피해자 증언만 믿다가 언젠간 폐지됩니다. 영원한 권력이란 없는 것입니다.

오경수pd 2020-06-02 11:35:56
폐디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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