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차 가수 주현미의 트로트 다시 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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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차 가수 주현미의 트로트 다시 부르기
1980년대 주류 장르였던 트로트, '미스트롯' '미스터트롯'로 재부흥기
주현미 "빚진 마음을 요즘 제대로 풀고 있다"고 한 이유는
  • 김훈종 SBS '허지웅쇼' PD
  • 승인 2020.06.10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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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주현미TV'에서 주현미가 봄날을 간다를 열창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채널 '주현미TV'에서 주현미가 봄날을 간다를 열창하고 있는 모습.

[PD저널=김훈종 SBS '허지웅쇼' PD] 제 어릴 적 80년대 그 시절, ‘영동교’에는 항상 비가 내리는 줄 알았습니다. 사랑은 ‘짝사랑’이 정석이고, 등산은 ‘월악산’으로 가야하는 줄 알았죠. 설이나 추석에 일가친척들이 모이면 주현미 노래를 틀어놓은 채 떡국을 먹고, 고스톱을 치고, 수정과를 들이켰습니다.

주현미는 당대 최고의 가수였고, 트로트는 대중가요계에서 주류 장르였지요. 현철이 무명의 설움을 눈물로 달래며 ‘10대 가수’가 되었다고 울부짖었고, 설운도, 태진아, 송대관과 더불어 트로트 4대천왕으로 불렸습니다. 관광버스를 타고 설악산에 놀러 가려면 뽕짝 메들리를 삼만 번은 들어야 했습니다. 창문 밖 한계령 고개를 보고 있으면 오금이 저려왔지만, ‘쿵작쿵작쿵작쿵작 우르르르히히 이히’라는 추임새를 듣고 있노라면, 두려움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그 경박함에, 혹은 신명에 마비되어서 말이죠. 

그러다 시나브로 트로트는 댄스뮤직에, 발라드에, 힙합에, 락에 자리를 내주고 어느덧 뒷방으로 쫓겨났습니다. 음악 프로에서 더 이상 트로트 가수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지 오래고, 각종 차트에서도 실종됐습니다. 그들의 무대는 <전국노래자랑>과 <가요무대>뿐이었습니다. 영양 고추축제, 강경 새우젓 축제, 임실 치즈축제 같은 지역 축제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만 환영받는 장르가 되어버렸지요. 가끔 에픽하이의 <트로트> 혹은 드렁큰 타이거의 <뽕짝 이야기> 같은 힙합에서 트로트 장르의 정수와 애환을 노래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트로트는 비주류였습니다. 

설움의 세월을 뒤로하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열풍과 함께 트로트가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어느 날, DJ 허지웅이 묻더군요. “주현미의 <봄날은 간다>, <월량대표아적심> 들어보셨어요?” 잉? <봄날은 간다>는 백설희 선생의 노래고, <월량대표아적심>은 등려군의 노랜데....뭘 잘 모르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 유튜브 <주현미 TV>를 켜고 노래를 들려주는데, 그야말로 절창이더군요.            

갈대처럼 휘고, 잡초처럼 밟힌 내 인생살이. 술 한 잔에 울고, 노래 가락 속에 웃는 내 인생아. 나의 트로트. - 에픽하이의 <트로트>가사 中 

<주현미 TV>에 푹 빠져 보다가, 어느덧 구독 버튼을 꾸욱 누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중독성이 있더군요. <짝사랑>, <추억으로 가는 당신>, <잠깐만>, <비 내리는 영동교>, <길면 3년 짧으면 1년> 등 주현미의 히트곡도 좋았지만, <황성 옛터>, <목포의 눈물>, <비 내리는 고모령>, <고향 무정>, <홍콩 아가씨> 등 50, 60년대 노래들이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젠 저도 술 한 잔에 울고 노랫가락에 웃는 나이가 되어서일까요. 한참이나 <주현미 TV>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겠더군요. 

10일, <허지웅쇼>에 출연한 주현미는 유독 옛 선배들의 노래를 많이 부르고 업로드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약대를 다니던 그 시절, 선배님들의 옛 노래를 다시 불러 <쌍쌍파티>라는 앨범으로 내고 큰 사랑을 받았어요. 약사를 꿈꾸던 대학생 주현미는 그 이후 35년간 가수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갖게 되었지요. 선배님들에게 빚을 진 느낌이었어요. 특히나 <쌍쌍파티>앨범에서는 리듬머신에 전자오르간 반주에 노래를 했어요. 원곡이 스윙이건, 블루스건 싸구려 디스코 리듬에 얹어버렸죠. 그 빚진 마음을 요즘 제대로 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녀의 다시 부르기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던 겁니다. 송가인과 임영웅이 쏘아올린 트로트 열풍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해 봅니다. 팝 시장의 컨트리처럼, 하나의 장르로 굳건하게 한몫을 담당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랫가락 속에 웃고 우는 내 인생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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