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PD들의 취재 자유를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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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D연합회 성명]

국회 사무처가 KBS <시사직격> 취재진을 국회에서 쫓아내고 7월초까지 국회 출입을 금지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대한민국 채용 카르텔 2부작>(5월 22일, 5월 29일 방송) 취재 중에 일어난 일이다. <시사직격> 팀은 신한은행 취업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주 의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국회에서 취재하던 중 ‘퇴정’ 명령을 받았다.   

 김 의원은 국회 정무위 소속 시절 신한은행에 채용 청탁을 한 사실이 검찰 기록에 남아 있다. 이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을 좌절시키고 공정한 사회의 기본 룰을 훼손한 행위일 뿐 아니라, 은행을 감시해야 할 정무위 소속 의원이 감시 대상인 은행과 부적절한 유착 관계를 맺은 중대한 비리에 해당된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김 의원은 국회의원의 공적 책임을 외면한 채 사익을 위해 국회의원의 영향력을 부당하게 행사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시사직격> 팀이 김 의원의 해명을 요구한 것은 공영방송 탐사 프로그램의 당연한 의무였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일체 인터뷰를 거절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했다.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이 특권의식에 젖어 국민 위에 군림하듯 언론을 무시한 것은 실망스럽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 보좌관이 보여준 언행도 황당하다. 인터뷰 질문지 수령을 거부한 보좌관은 “(질문지를 수령하면) 대답해야 할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공적인 목적의 취재”라는 PD의 항변에 그는 “(공적인지 아닌지) 여부는 우리가 결정한다”고 했다. 국민의 감시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오만방자의 극치 아닌가. 자기가 모시는 국회의원이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면 성실히 해명하려고 노력하는 게 보좌관의 도리일 것이다. 자신의 기본 임무를 망각한 채 공영방송의 취재팀의 ‘퇴정’을 요구하여 사태를 악화시킨 게 과연 온당한 행동이었는지 그 보좌관은 돌아보기 바란다. 김 의원과 보좌관은 <시사직격> 팀은 물론 국민 앞에 사과해야 마땅하다.    

 국회 사무처에게 묻는다. “김영주 의원이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KBS 취재팀을 ‘퇴정’ 시킨 것은 너무 일방적인 조치였다. 국회 사무처가 국민의 알 권리보다 국회의원의 심기 경호를 더 중요시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비리 의혹을 받는 국회의원의 방패막이 노릇을 한 것으로 비쳐진다면 부끄러운 일 아닌가? 청사 보안과 취재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사무처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취재진은 국회 내에서 소란을 일으키지도 않았고 의사 진행을 방해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퇴정’을 명령한 것은 <시사직격> 팀 뿐 아니라 PD저널리즘 전체를 ‘퇴정’시킨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심상정 의원을 인터뷰하던 날은 방호과 직원 6명이 따라다니며 감시하기도 했다니,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땀 흘리는 취재진이 얼마나 모욕감을 느꼈겠는가. 국회 사무처는 이 부적절한 조치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 바란다.   

 국회가 PD들의 취재를 제한해 온 불평등한 환경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국회는 취재를 위해 ‘기자증’을 요구해 왔다. PD들은 ‘기자증’이 없기 때문에 취재할 때마다 방문 대상과 장소를 알리고 촬영 허가를 받아야 했다. 국회 상임위의 경우는 PD들에게 취재 허가를 내주지 않는 납득할 수 없는 조치를 되풀이해 왔다. 똑같은 저널리즘인데 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한을 가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축시키는 처사로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국회의원은 공인이고, 국회 또한 공적인 공간이다. 이 공적인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탐사 저널리즘에 종사하는 PD들은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시청자를 대변해서 질문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국회가 의원회관 보안시스템을 강화해 PD들의 취재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보안 시스템 강화가 언론 자유의 축소로 이어지면 안 된다. PD들은 평범한 국민들의 시선에서 성역 없는 취재를 해 왔으며, 이러한 PD저널리즘은 국민의 갈증을 속 시원히 해소해 주며 사랑을 받아왔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이러한 PD저널리즘을 위해 취재의 자유를 확대해 주기 바란다. 국회와 국회의원은 다른 어느 국가기구보다 국민의 알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줘야 하는 기관 아닌가. 

 이 지점에서 기자와 PD를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은 낡은 시대의 사고방식이다. 이 문제는 <시사직격>만의 문제도 아니고, PD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언론자유의 문제이며, 기자와 PD들 공동의 문제다. 기자든 PD든 취재 당사자들이 국회 사무처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개선해야 할 이 나라 국회의 품격 문제다. 

한국PD연합회는 △김영주 의원의 사과 △국회 해당 부서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PD들의 취재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관련 규정 개정 등을 요구한 KBS <시사직격>, MBC <PD수첩>,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 일동의 성명을 적극 지지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회 사무처 등 관계자들과 협의하여 실효성 있는 방안을 도출해 낼 것이다.  

2020년 6월 17일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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