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L로 웃기는 요즘 예능, 관건은 '자연스러운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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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몰입 방해' 질타 받는 간접광고..."제작비 때문에 어쩔수 없어"로 바뀌는 노출 전략
SBS '중소기업 살리기' 표방한 PPL 소재 '텔레그나' 정규 편성도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CJ ENM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CJ ENM

[PD저널=김윤정 기자] 예능 프로그램 속 PPL 활용법이 달라지고 있다. 대놓고 간접광고 상품을 언급하면서 웃음 소재로 쓰는 제작진의 전략에 시청자들도 호응하는 분위기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중간에 PPL 상품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지만, '갑툭튀' PPL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제일기획이 2018년 전국 남녀 14~59세 2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PPL의 시청자 선호도는 24.6%에 불과했다. 특히 과도하거나 노골적인 PPL 노출은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몰입도를 저해하는 요소로 손꼽힌다.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PPL을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선 제작비와 연결 지어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PPL 제품인 샌드위치를 먹는 조세호의 모습에 ‘세호야 입 벌려. 제작비 들어간다’는 자막을 표기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이효리의 ‘새우깡’ 먹는 모습에 맞춰 싹쓰리 뮤직비디오 세트장의 변화를 보여준 MBC <놀면 뭐하니> 등이 대표적이다.

프로그램에 충성도가 높은 시청자들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톡방'에 올리는 글을 보면, 과감해진 PPL 노출을 웃어 넘기거나 적극적으로 상품 구매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이 공익적 성격을 띄고 있다면 시청자들은 더 너그러워진다. 지난 27일 첫 방송된 SBS <텔레비전에 그게 나왔으면>(이하 텔레그나)은 PPL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게임을 소재로 아예 ‘PPL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프로그램이다. 정부 산하 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와 협업을 통해 '브랜드K' 인증 중소기업 제품과 지역특산품을 방송에서 소개한다.

홍보 기회가 없어 시청자의 눈길에 닿지 못한 제품을 소개한다는 취지인데, 파일럿 방송에서 가수 김재환이 소개한 ‘논산 딸기’와 한 중소업체의 청소기는 일시 품절됐고, 송가인이 미션을 수행한 한 비염치료기는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소비 연결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 피해가 큰 상황에서 <텔레그나>의 시도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이 '웃고 넘어간' 간접광고는 아무리 과해도 제재를 받지 않는 걸까. 

방송법 시행령에는 간접광고 시간(100분의 5)과 간접 광고의 크기(화면 4분의 1) 등의 허용 범위가 정해져 있다. 또 간접광고하는 상품 등을 언급하거나 구매·이용을 권유하면 안된다는 내용도 명시되어 있다.

여기에 해당되더라도 제재를 피하는 방법은 있다. 제작상 불가피한 자연스러운 노출의 경우에는 '간접광고의 시간에서 제외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 안건마다 자연스러운 노출'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자연스러운 노출’인지 아닌지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뜻이다.

김정욱 <텔레그나> PD는 “점점 PPL 없이 방송 제작하기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시청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거부감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면서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PPL 노출과 관련된 방송법을 확인하고 규정에 어긋나지 않게 제작하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욱 PD는 “심의 기준에 일부 주관적 요소도 있어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의 공익성에 공감하고 PPL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연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상파 경영 상황과 프로그램 취지에 시청자가 공감하더라도 PPL을 앞세운 프로그램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성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면서 “제작비 마련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수익을 추구하다 시청자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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