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지만 불편한 예능 속 ‘부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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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만 불편한 예능 속 ‘부부의 세계’
독해진 '부부 예능', 출연자 부부 싸움에 악플 이어지기도
"시청자 반응 보는 출연자들...과도한 이입 경계해야"
  • 김윤정 기자
  • 승인 2020.08.07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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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1호가 될 순 없어'의 한 장면. ⓒJTBC
JTBC '1호가 될 순 없어'의 한 장면. ⓒJTBC

[PD저널=김윤정 기자] 실제 부부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부부 관계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

연예인 부부가 출연하는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TV조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 JTBC <1호가 될 순 없어>는 안정적인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으면서 관찰 예능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채널A도 지난달 위기의 부부를 주제로, '앞담화 토크쇼'를 표방한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를 선보였다.

부부 관찰 예능은 스타 부부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들여다볼 수 있고, 과감한 대화도 진짜 ‘부부’이기 때문에 웃어넘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비슷한 소재의 예능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수위는 점점 과감해지고, 시청자 눈을 붙들기 위한 자극적 설정과 장면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자녀 계획을 이야기하며 ‘그날’을 언급하는 <아내의 맛> 속 이필모-서수연 부부, 부부 관계를 위한 자신들만의 암호를 주고받는 <1호가 되고 싶어> 속 박준형-이지혜 부부 등 그동안 TV에서 쉽게 등장하지 못했던 ‘19금’ 대화는 기본이다.

<아내의 맛>의 함소원-진화 부부는 결혼부터 임신,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사생활을 낱낱이 시청자들에게 공개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육아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면서 두 사람의 부부싸움이 반복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함소원-진화 부부가 등장하는 장면에선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출연자들과 이를 지켜보는 패널들의 탄식, 갈등 해결을 위해 육아 클리닉이나 부부 클리닉을 찾는 모습이 쳇바퀴처럼 돌아간다.

온라인 반응을 보면 시청자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이들의 잘잘못을 따져가며 설전을 벌이고, 나아가 함소원의 SNS에 악플을 다는 식의 공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부부 싸움을 중계하듯 보여주는 연출 방식이 시청자들의 과도한 감정 이입을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TV조선 '아내의 맛'의 한 장면. ⓒTV조선
TV조선 '아내의 맛'의 한 장면. ⓒTV조선

<1호가 될 순 없어>는 최양락에게 막말을 하거나 소리치는 팽현숙과 아내의 타박에 금세 주눅 드는 남편 최양락,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후배 개그맨들의 모습을 주요 웃음 포인트로 삼고 있다. 최근 방송분에는 쪽파 김치를 만들다 남편을 향해 쪽파를 집어 던지거나 욕을 하는 팽현숙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를 두고 ‘가정폭력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예능으로 봐야 한다’, ‘엄연히 가정폭력이다’로 나뉜 의견이 반목하는 사이, 경제 활동과 독박 가사로 힘들어하던 팽현숙의 고통은 물밑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하는 일 없이 뒹굴거리는 최양락의 모습은 ‘베짱이 남편’이라는 개그 캐릭터로 소비되고, 업무를 마치고 귀가해 부랴부랴 남편을 위해 식사를 차려내는 팽현숙의 희생은 ‘요리 부심’으로 그려진다. 

이 같은 방식은 ‘왜’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남편을 향해 소리 지르는 함소원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아내의 맛>과 다르지 않다. 설정이라면 과하고,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도 부부 갈등을 구경하는 게 어딘지 불편하다. 

하지만 논란과 인기는 비례 곡선을 그린다. 밥상 앞에서 투정 부리는 최양락에게 폭발한 팽현숙의 모습이 담긴 클립 영상은 유튜브에서 263만 조회수(7일 오후 4시 기준)를 기록했다. 함소원-진화 부부 역시 10%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아내의 맛>에서 화제성 1위 부부다. 

관찰 예능에 참여한 바 있는 한 방송작가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애나 결혼생활을 주제로 한 관찰 예능은 타깃 층이 주로 중장년층”이라면서 “이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세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연출이 구시대적이란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도 너무 과하게 몰입해 특정 출연자를 비방하기보다는 일종의 ‘쇼’로 보고 거리 두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부부 예능은 리얼함, 솔직함을 내세우고 있지만 TV 속 부부들의 모습을 진짜 리얼로 보아서는 안 된다”면서 “제작진의 자극적 편집도 있지만, 출연자들도 대중과 제작진의 기대에 맞춰 포인트를 잡고 행동한다. 관찰 예능이 늘어나면서 변질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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