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 구의원’ 굳세라
상태바
‘불나방 구의원’ 굳세라
KBS ’출사표‘ 저조한 시청률 아쉽지만... 
취준생의 구의원 도전기, 친숙한 인물과 소재로 유쾌하게 그려내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08.11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 '하라는 취업은 안하고 출사표'. ⓒKBS
KBS '하라는 취업은 안하고 출사표'. ⓒKBS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KBS 2TV <하라는 취업은 안하고-출사표>(이하 <출사표>)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평균 시청률은 2%대에 머물고 있는데, 톡톡 튀는 대사와 연기, 섬세한 연출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출사표>는 엉뚱하게도 방영 직전 정치 편향 논란에 휩쓸리기도 했지만, 제작진은 “정치는 거들 뿐”이라며 선을 그으며 논란을 잠재웠다. 막상 드라마의 뚜껑을 열어보니 시종일관 ‘재미있고 유쾌한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구세라(나나 분)의 구의원 도전기는 오피스물, 로맨스코미디물, 정치물뿐 아니라 현실을 비트는 블랙코미디 요소까지 버무려지면서 소소하지만 다양한 재미를 엮어내고 있다. 

<출사표>의 힘은 단연 주인공 구세라로부터 시작된다. 숱하게 해고되며 인턴, 계약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취업준비생 구세라는 마원구의 민원왕 ‘불나방’이다. 해결되지 않은 민원을  쉽게 포기하지 않아서 붙은 별명이다.

구세라는 잦은 퇴사로 인생이 꼬이자,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사적인 이유로 1년에 90일간 일하고 연봉 5천만원을 받는 ‘구의원’에 도전한다. 보궐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고, 우여곡절 끝에 단 3표 차이로 당선된다. 구세라의 신분은 수직 상승했지만, 변한 건 거의 없다. 지방채 예산 부결로 월급이 보류될 수 있다는 상황에 직면하자 녹즙 배달에 나서는 촌극이 벌어진다. 닥친 현실이 중요하지 그럴듯한 금배지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더구나 구의회에서도 취업준비생 때와 다를 바 없이 무시당한다. 정치적 모략에 휘말리고, 그나마 일 좀 해보려면 뒤통수 맞으며 이리저리 밀려나기 일쑤다.

정치판에서 구세라의 독특한 포지셔닝은 <출사표>의 개성이다. 대개 정치 드라마에서 ‘권력 다툼’을 그리거나 ‘정의 구현’이라는 대의적 명분을 다루는 데 주력해왔다면, 얼떨결에 당선된 구세라의 욕구는 지극히 개인적이라 기대 이상의 통쾌함을 선사한다.

극 초반 봉추산 의원이 구세라를 향해 “‘한번 바꿔 보겠다’, ‘한번 노려보겠다’ 중 어느 마음이 커지느냐에 따라 길이 정해진다”라며 정치인의 태도에 관해 조언하지만, 어째 구세라는 그 어느 쪽도 택하지 않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정치적 욕망으로 대체하지 않는 것이다.

구세라는 권력에 도취하기보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민원이 해결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나방 구의원’이 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구의원’ 지위를 우러러보지 않고, 일종의 ‘취업 틈새 일자리’로 여긴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포장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소평가되지 않는 선에서 끊임없이 선택하고 행동한다. 

구세라의 방식은 자칫 ‘무대포’처럼 보이지만, 달리 보면 ‘새로운 프레임’이다. 보궐선거 운동이 한창일 때, 대다수의 후보들이 선거율이 떨어지는 지역을 두고 “버리는 동네”라며 전략적으로 거르는 것과 달리 구세라는 ‘버리는 동네’로 향하고, 기어코 구민의 마음을 얻어낸다.

KBS '하라는 취업은 안하고, 출사표' ⓒKBS
KBS '하라는 취업은 안하고, 출사표' ⓒKBS

‘정치인’보다 ‘민원인’으로서 정체성이 강했던 구세라는 ‘민원’을 ‘정치화’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좌절과 성장을 겪는다. 예컨대 골프장에서 날아오는 골프공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어르신의 민원을 두고 여러 의원과 구청 관계자들이 허울뿐인 말로 약속을 내건다면, 구세라는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파고든다. 그 결과 골프장 업체, 의원, 구청장 간의 ‘검은 커넥션’을 캐낸 데 이어 구청에서 열리는 어르신 세족식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골프공을 바닥에 쏟아내며 “개똥같은 섬김 행정”이라며 ‘사이다’ 발언을 날린다. 

이처럼 <출사표>는 정치에서 비롯되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지만, ‘정치’와 ‘생활’을 떼려야 뗄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불타오르는 정의감보다 오로지 생존 때문에 움직이며 표출하는 구세라 개인의 분노는 누군가의 분노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세라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친구는 ‘육아맘’을 대표하고, 구세라가 동네에서 만났던 어르신, 경비원의 사연은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극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조맹덕 의원의 계략으로 얼떨결에 마원구 의회 의장으로 선출된 구세라 앞엔 구청의 돈줄이 쏠리고 있는 스마트윈시티 사업과 뼁소니 사고로 인한 죽은 양내성 의원의 미스터리가 남아있다. 무겁지 않게 정치, 로맨스, 코믹 요소를 즐기는 동시에 색다른 연기와 인물의 감정과 상황이 디테일하게 반영된 연출을 엿보고 싶다면 ‘몰아보기’를 추천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