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감청했는데 문 대통령 ‘늑장보고’ 왜? 의심 키우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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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문 대통령 유엔 연설 재뿌릴까 우려해 거짓말 했을 가능성"
한겨레, "국민의힘, 국방부 정보 유불리 따라 판단"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2층 대회의실에서 기관별 표류예측 결과를 설명하며 연평도 해상 실종 공무원 수사 중간발표를 하고 있다.ⓒ뉴시스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2층 대회의실에서 기관별 표류예측 결과를 설명하며 연평도 해상 실종 공무원 수사 중간발표를 하고 있다.ⓒ뉴시스

[PD저널=박수선 기자] 군 당국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북한 수역에서 피격된 당시 북한군 교신을 실시간으로 감청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 대처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30일 일부 조간은 문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은 시점에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늑장보고’의 배경에 주목했다. 

지난 29일 일부 매체는 국회 국방위원회 비공개 보고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정장이 해군사령부로부터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고, 지시 내용을 되물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사살’을 언급한 내용은 없었다”며 “단편적인 첩보를 종합 분석해 관련 정황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사살 지시’는 북한이 밝힌 입장과도 배치되지만, 언론이 실시간 감청 여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정부의 '늑장대응' 논란 때문이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당시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구조에 소홀했다는 비판과 함께 정부의 대처가 늦은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날 3면 <軍 ‘상부지시-시신훼손’ 판단 고수…80m 소통‘ 北주장 반박도>에서 “청와대가 실시간으로 감청된 사살 정황을 확보하고도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보수 야당에선 청와대가 북한의 구체적인 사살 정황을 알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늑장 보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해양경찰청이 A씨의 실종 경위를 ‘월북’으로 판단한 조사 결과를 두고 “정부 여당이 월북 규정을 이처럼 서두른 것은 정부의 늑장 대응에 쏠리는 따가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물타기’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북한 해명이 나오기 무섭게 남북관계 복원의 호기라며 반색하는 정부에 대한 분노에서 비켜가기 위한 희생양 만들기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사살 직후 이렇게 정보가 구체적인데도 곧바로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관계장관 회의 결론이나 대통령 지시가 ‘북한에 확인해보자’는 정도에 그친 점도 납득이 어렵다”고 했다. 군이 청와대에 처음 보고한 게 22일 밤 11시~12시쯤이었고, 23일 새벽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면 보고를 받은 시점은 다음날 오전 8시 30분으로 알려져있다. <한국일보>는 “유엔총회 연설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대통령 보고와 공개를 늦췄다는 의심이 더욱 커질 뿐”이라며 “정부는 확산되는 의심과 불신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길 바란다. 변명이나 거짓으로 넘어갈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조선일보 9월 30일자 3면.
조선일보 9월 30일자 3면.

<조선일보>는 3면 <“정장이 지시” 北 거짓말…靑 은 보고받고도 ‘김정은 사과’만 강조>에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감청 내용보다 북한의 통지문 내용을 신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단속정 정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시신을 불태우지 않았다’는 북한 통지문에 대해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투성이였지만,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례적 사과를 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우리 군 발표보다 북한 주장을 더 신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당시 군은 한미연합 정찰 자산으로 북한군의 교신내용까지 다 파악했다고 한다. 정상적이라면 대통령이 긴급회의를 직접 주재하거나 회의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곧바로 보고를 받고 조치를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냥 잠을 잤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문대통령의 직무 유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로는 뭔가 숨기려고 이런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 새벽 종전 선언을 담은 유엔 연설이 방영될 예정이었는데 여기에 재를 뿌릴까 우려한 것이다. 김정은을 자극하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겨레>는 정부의 구조 소홀과 늑장대응 논란을 키우고 있는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전날 월북 정황을 두고는 북한 전통문을 근거로 정부를 비판하고, 주검 훼손에 대해선 국방부의 설명을 근거로 주장을 펴니 당혹스럽다“며 ”출처가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국방부가 내린 판단에 대해 야당이 유불리를 기준으로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검 훼손과 월북 여부, 북한군 사살 명령 지휘계통 등을 놓고 남북의 주장이 크게 엇갈린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가리려면 남북 공동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여야가 소모적인 정쟁을 접고 주검수습, 진상규명,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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