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행정처분 하루 앞두고 '대국민 사과'...장승준 사장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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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방통위 '대국민 사과도 없어" 최대주주 책임 지적
"지분 소유한 대주주, 언제든지 대표로 복귀할 수 있어"...노조 "개혁 시발점 되어야"

MBN 사옥
MBN 사옥

[PD저널=안정호 기자] 장승준 MBN 사장(대표이사)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본금 불법 충당’ 행정처분 의결을 하루 앞두고 사임했다. 

MBN은 경영진 긴급 회의를 거쳐 29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서 "2011년 종합편성채널승인을 위한 자본금 모집 과정에서 직원명의 차명납입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장승준 MBN 사장이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MBN은 "공공성을 생명으로 하는 방송사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그동안 MBN을 사랑해 주신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이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할 것이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국민의 사랑받는 방송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자본금 불법 충당'과 관련한 1심 판결에서 벌금형을 받고도 이달초 <매일경제> 대표이사로 승진한 장승준 사장이 이날 사퇴한 배경에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MBN 행정처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지난 28일 방통위의 의견청취에서 '대국민 공개 사과가 없었다'는 지적을 받고 "책임 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은 아들인 장승준 대표를 해임하지 않고 오히려 승진시켰다는 방통위 위원의 질의에는 "세대교체를 감안한 결정이었지만 생각이 짧았다"고 해명했다.  

장승준 대표의 사임으로 MBN은 당분간 류호길 대표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종편 승인 당시 직원 명의로 차명 대출을 받고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드러난 MBN은 류호길 대표와 이유상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MBN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징적인 의미이든, 실제 힘의 무게이든 오너일가(장승준 대표)가 사퇴하는 것이 진정한 사과의 의미일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대환 회장이 지난해 11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MBN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여전히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어 장승준 대표 사임을 '오너 일가의 퇴진'으로 볼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서중 방송독립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장승준 대표가) 대주주로서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한 대표로 다시 복귀하거나 다른 형태로 MBN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이번 사임은 행정처분 수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N지부(이하 MBN지부)는 “장승준 사장의 사임은 MBN 개혁의 시발점"이라며 류호길 대표와 이유상 부회장도 거취 표명 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N지부는 "주요임원의 임명동의제, 노동이사, 시청자가 추천하는 사외이사의 도입, 시청자가 참여하는 사장공모제 등 언론사 내부에 존재하는 제왕적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언제든 이번 사태와 같은 문제는 재발할 수 있다"며  "경영진의 일방적 행위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재발방지 장치의 마련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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