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임성한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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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작사 이혼작곡', 임성한스럽다
임성한 작가의 복귀작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틀에 박힌 자극 코드만 반복
9%대 시청률 거두고 있지만...언제까지 시청자 호응 받을 수 있을까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02.19 14: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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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방송 화면 갈무리.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방송 화면 갈무리.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절필 선언을 했던 임성한 작가가 돌아왔다. 작가 스스로도 한 얘기가 있어서인지 ‘Phoebe’라는 필명으로 돌아온 그는, <결혼작사 이혼작곡>이라는 드라마를 TV조선을 통해 선보였다.

전략적인 선택이다. 아무래도 눈에 띄는 지상파는 피하게 됐을 테고, 케이블은 편성 자체가 쉽지 않았을 터다. 최근 종합팬성채널에서 TV조선을 중심으로 수위 높은 예능과 드라마 등을 내세우고 있다는 걸 떠올려보면 그의 복귀의 발판으로서 TV조선만큼 제격인 채널도 없다. 게다가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전형적인 ‘불륜 드라마’의 틀과 스토리를 갖고 있어 TV조선의 주 시청층이라 할 수 있는 중장년 시청자들에게는 훨씬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30대, 40대, 50대의 세 여성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남편들이 저지른 불륜으로 인해 겪게 되는 파장들을 다룬다. 30대 아나운서 출신 라디오 DJ인 부혜령(이가령)은 남편 판사현(성훈)이 불륜으로 아이까지 갖게 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피를 토하는 아픔을 겪고, 40대 라디오 PD인 사피영(박주미)은 남편 신유신(이태곤)과 그의 새엄마인 김동미(김보연) 사이의 이상한 기류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50대 라디오 작가인 이시은(전수경)은 남편 박해륜(전노민)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아왔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의 이혼 요구를 받게 된다. 아이를 위해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려 했지만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사실을 아이들마저 알게 되자 이혼을 결심한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이야기 구조가 그리 새롭지 않다. 다소 도식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각 세대의 여성들이 저마다 남편의 불륜을 겪는 과정을 다소 지루할 정도로 천천히 다룬다. 불륜은 ‘불치’나 ‘출생의 비밀’처럼 하나의 드라마투르기로 활용되는 소재다.

물론 불륜을 소재로 다루는 모든 드라마들이 상투적으로 활용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김수현 작가의 <내 남자의 여자> 같은 작품은 불륜을 소재로 다뤘지만 이 엇나간 상황을 통해 부부, 친구, 애인 같은 관계를 탐구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해 방영됐던 JTBC <부부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도 결국 불륜을 저지른 남편으로 인해 순식간에 부서져버린 부부관계를 들여다봄으로써, 그토록 완벽하고 공고하다 여겼던 부부의 세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20일 방송 예고화면 갈무리.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20일 방송 예고화면 갈무리.

하지만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선 주제의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드라마를 썼는지가 애매하다는 건, 이 작품의 기획의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기획의도에는 ‘신은 인간에게 얼마큼의 행복을 허락할까?’라는 어마어마한 의문을 담고 있지만 현재 8회까지 흘러온 드라마 내용은 거기에 어떤 질문과 답변도 하고 있지 않다.

다만 드라마는 틀에 박힌 불륜 코드가 가진 자극성에 집중하고,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주거나 불편함을 안기는 인물들과 관계들을 나열한다. 잉꼬부부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함께 영화관에 갔다가 심장마비가 온 남편을 방치하는 비정한 아내의 민낯이 드러나고, 그것도 모자라 사실 남편이 아닌 그의 아들을 연모해 결혼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까지 털어놓는다. 새어머니라고 해도 어머니일 수밖에 없는 관계지만, 그가 아들을 애인처럼 바라보고 눈길을 던지며 스킨십을 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가 가진 자극이 어디까지 나가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불륜 같은 자극적인 틀을 가져와 그 속에 이상한 관계들까지 끼워 넣는 방식은 임성한 작가가 이전부터 많이 써오던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최근 들어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는 너무 옛날 드라마 같은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캐릭터와 관계를 구성해 놓고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화학작용을 이리저리 꼬아가면서 시청자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방식이 그렇다. 

문제는 이처럼 작가가 다소 작위적으로 끌고 가는 드라마에 지금의 시청자들이 과연 호응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9%대(닐슨코리아 집계)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건 TV조선이라는 채널이 이런 드라마에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거나, 혹은 자극적인 설정이 야기하는 막장적 요소들의 효과 때문이 아닐까. 불륜이라는 소재를 가져와 자극적인 전개를 했어도 호평 받은 <부부의 세계>와는 너무나 다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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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헐리우드영화 "그여자작사 2021-02-22 18:01:24
그남자작곡"을 차용 정말작위적~

송지인이 2021-02-22 18:19:16
김보연의 숨겨진 딸일거라고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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