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 아닌 동반자” 선언한 EBS, 외주제작 판매 수익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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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제작사협회·한국독립PD협회, 20일 상생협력 공동선언
간접비 현재 20%에서 10%로... "제작사, 제작진과 수익배분" 조항 명시
"故 박환성‧김광일 PD 사망사고 4년 만에 상생협력방안 도출..."타 방송사 귀감 되어야"

20일 오후 코리아나 호텔에서 'EBS-KIPA-한국독립PD협회 상생협력을 위한 공동선언' 행사가 열렸다. ⓒEBS
20일 오후 코리아나 호텔에서 'EBS-KIPA-한국독립PD협회 상생협력을 위한 공동선언' 행사가 열렸다. ⓒEBS

[PD저널=손지인 기자] EBS가 외주제작 프로그램 판매 수익의 절반을 외주제작사에 배분하고, 간접비를 현재 20%에서 10%로 낮추는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했다. 

EBS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한국독립PD협회는 20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상생협력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2017년 촬영차 떠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숨진 故 박환성‧김광일 독립PD 교통사고의 책임을 놓고 마찰을 빚어온 EBS와 독립PD협회는 지난해 상생협의회를 구성, 제작 관행 개선방안을 논의해왔다. ‘상생협력을 위한 공동선언문’에 담긴 5개의 조항은 지난 10개월 동안 EBS와 독립PD협회, 제작사협회가 함께 머리를 맞댄 결과다. 

이들은 “창작자가 존중받는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고 방송사와 협력제작사의 관계가 더 이상 갑을관계가 아니라 동반자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혁신적인 상생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EBS는 외주기획안 자유공모를 통해 편성된 프로그램의 경우 케이블TV와 IPTV 판매 수익을 5대5로 배분하기로 했다. 판매수익분의 20%는 사업수수료로 미리 공제한다. 

상생협의회를 이끌었던 김유열 EBS 부사장은 “20% 선공제는 판매 비용에 따른 것으로 통상적인 업계 기준”이라고 설명한 뒤 “첫번째 조항은 창작자의 기여도를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EBS는 외주사에서 기획한 프로그램도 판매 수익을 나누지 않았다.  

또 협력제작사가 EBS가 촬영한 원본을 활용해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수익은 매출을 기준으로 6(협력제작사):4(EBS)로 나눈다. 

이들은 협력제작사가 협찬을 유치할 경우, EBS가 떼어가는 간접비를 현재 20% 수준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여기에 “협찬주의 요구가 있을 시 협력제작사, 인센티브, 제작비의 비율은 협의해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붙였다. 
 
“수익을 배분받은 협력제작사는 프로그램의 창작에 기여한 연출자, 작가 등 제작진과 수익을 일정 기준에 따라 배분한다”는 선순환 구조 안착을 위한 조항도 명시했다. 이들은 “수익배분 사항을 계약서에 명시해 방송사, 협력제작사, 제작진이 콘텐츠 제작을 중심으로 상생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중 EBS 사장은 "협력제작사들이 좀더 나은 환경에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시청자들에게 그 가치가 전달된다”면서 “상생협력은 시대정신으로, 사장이 바뀌더라도 지속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사협회와 독립PD협회도 공동선언이 정착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 개정 등 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허주민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장은 “수익을 동등하게 배분한다는 것은 획기적인 전환”이라고 평가하면서 “계약서 조항 하나를 바꾸는 게 어렵기 때문에 공동선언문의 내용을 계약서에 반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호용 독립PD협회장도 “국내 방송 제작 상황을 보면 가장 진일보한 내용”이라며 “선언문의 내용을 분명하게 계약서에 명시하는 후속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독립PD협회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오늘 상생협력 선언으로 故 박환성‧김광일 PD의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고 방송계에 귀중한 선례로 남기를 바란다”며 “이번 EBS와의 상생협력이 그동안 입으로만 외쳤던 타 방송사에도 좋은 귀감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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