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자막에 '먹스라이팅'..."가스라이팅 희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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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청자위원회 "'세신사 벌칙 의상', 특정 직업 비하" 지적
예능센터장 "제작진, 트렌드 반영 의도였으나 시정 노력"

KBS '1박 2일' 화면 갈무리 ⓒKBS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화면 갈무리 ⓒKBS

[PD저널=김승혁 기자] KBS 대표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이 자막을 통해 가스라이팅을 희화화했다는 지적이 KBS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나왔다.

지난 17일 열린 KBS 시청자위원회에선 <1박 2일>의 ‘먹스라이팅’, ‘SNS충’ 등의 자막이 부적절했고, '신사임당', '세신사' 등의 벌칙 복장이 차별적이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 5월 23일 방송된 <1박 2일>에선 출연자 문세윤씨와 라비씨가 나오는 화면에 반복적으로 가스라이팅과 먹방을 합성한 '먹스라이팅' 자막이 노출됐다. 5월 2일 방송편은 라비가 음식을 찍는 행위에 ‘SNS충’이라는 자막이 달렸다. 

23일 공개된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최진협 시청자위원은 “(제작진은) ‘먹스라이팅으로 5공 도전’, ‘진정한 먹스라이팅’, ‘틈새 먹스라이팅’ 등 ‘먹스라이팅’이라는 자막을 수차례 사용했다. (SNS상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그리고 문제적인 언어를 KBS가 오히려 확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1박 2일>이 가스라이팅을 ‘먹다’와 합성하여 예능에서 희화화하는 것은 앞선 문제의식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뿐 아니라,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폭력을 인정받기 위한 수많은 목소리 역시 희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충’은 대부분 대상에 대한 비하와 경멸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는 존중과 협력하는 문화를 느리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유머일 수도, 풍자일 수도 없는 그 자체로 출연자의 행위를 비하와 경멸의 의미로 쓰인 문제적인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5월 16일 방송된 충북 제천 편에서 세신사 복장을 벌칙 의상으로 설정하고, 출연자들이 꺼려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최진협 위원은 “세신사를 일종의 벌칙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도 부적절하다. 예컨대 특정 직업‧성별‧장애 등을 벌칙으로 재현한다면 이는 특정 대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그 재현을 보는 당사자로 하여금 유머와 예능이 아닌 그저 자신을 비하‧조롱하는 프로그램으로 느끼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김호상 KBS 예능센터장은 “<1박 2일>이 10년 이상 되다 보니까 젊은 층의 트렌드라든지, 2049 시청층의 외면을 받는 부분에 있어서 제작진들이 조금 더 트렌드를 반영하고자 (해당 표현을) 일부 활용한 부분이 있는데, 전 가족 연령대가 시청할 수 있는 부분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정하겠다”며 “(여성 캐릭터 비하 논란에 대해) 메인 PD와 많은 스태프가 여성이다. 최근 예능은 굉장히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데, 예능 장치를 더하려다 보니 이런 부분이 발생했다. 앞으로는 시청자들이 보시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권태선 KBS 시청자위원장은 "여성이 하면 젠더의식이 제대로 발현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며 “(KBS가) 제목 등에서 젊은 층에 영합하기 위해 이러한 단어들을 쓰고 있는데, 이는 사실 우리 언어문화를 오염시킨다. 이런 부분들에서는 ‘대중추수적’으로 나가지 않고 KBS가 본령을 지켜나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당부했다.

이날 KBS 시청자위원회에서는 <연예가중계> 리포터로 활약하고 있는 방송인 김태진 씨의 재재 저격 발언 논란과 관련해 KBS측의 대응이 아쉬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KBS 시청자위원회는 방송법에 의거해 시청자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설치된 기구로, △방송편성에 관한 의견제시 또는 시정요구 △방송사업자의 자체심의규정 및 방송프로그램 내용에 관한 의견제시 또는 시정요구 △시청자평가원의 선임 △기타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침해구제에 관한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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