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봄’, 겨울 혹은 봄 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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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봄’, 겨울 혹은 봄 같은 존재
멜로와 스럴러 교차하는 tvN '너는 나의 봄'
장르적 결합 한계 보이지만, 저마다의 트라우마 보듬은 치유의 메시지 담아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08.18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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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너는 나의 봄' 포스터 이미지.
tvN '너는 나의 봄' 포스터 이미지.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tvN <너는 나의 봄> 포스터에는 주영도(김동욱)와 강다정(서현진)이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하늘을 향해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들의 배경에는 초록빛 풀들이 가득 채워져 있고 눈 감은 두 사람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다. 누가 봐도 봄날의 설레는 멜로를 기대하게 만드는 포스터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그런 달달한 멜로를 풀어내지 않는다. 대신 차 위로 떨어져 죽은 채준(윤박)으로 인해 흘러내리는 붉은 피와 강다정의 일곱 살 때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력이 드리워진 불행한 기억으로 시작한다.

동화 <인어공주>를 공주가 “잘 알지는 못하는 놈한테 미쳐서 형제 부모 다 버리고 딴 세상 가서 몸 버리고 마음 버리고 고생만 드럽게 하다가 인생 종쳤다”는 얘기라고 말해주는 엄마 문미란(오현경)과 그 끔찍한 곳에서 동생과 함께 탈출해 나오던 기억이다. 당시 문미란은 남편을 차마 죽이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나타나지 말라고 말하곤 아이들과 도망친다. 

그리고 그 일곱 살의 기억에서 도망쳤다 생각한 서른넷의 강다정은 다시 그 기억 앞에 서게 된다.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던 의문의 남자 채준이 자신이 연쇄살인범이라는 유서를 남긴 채 자살하고, 사실은 본명이 최정민이었으며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만난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는 게 밝혀진다.

그리고 놀랍게도 최정민과 똑같이 생긴 쌍둥이 이안 체이스(윤박)가 등장한다. 혼란스런 사건들이 벌어지는 와중에 강다정과 주영도는 점점 가까워진다. 강다정이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겪는 정신적 고통을 주영도는 정신과 의사로서 또 한 남성으로서 들어주고 바라봐주고 기대게 해준다. 

tvN '너는 나의 봄' 현장포토.
tvN '너는 나의 봄' 현장포토.

<너는 나의 봄>은 장르적으로 멜러와 스릴러가 교차된다. 강다정을 중심으로 이안 체이스와 연결되어 있는 사건들은 스릴러지만, 주영도와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휴먼 멜로다. 

물론 <너는 나의 봄>의 장르적 결합은 자연스럽지 않고 특히 스릴러는 너무 충격요법으로만 활용되는 한계를 보인다. 그래서 이종 장르의 결합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생겨나는 호불호가 만들어진다. 멜로에 집중하는 이들은 스릴러가 생뚱맞게 느껴지고, 스릴러가 궁금한 이들은 멜로로 채워지는 부분들이 너무 극을 늘어뜨린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점은 시청률 지표로 드러난다. 이제 몇 회 남지 않은 드라마는 1-2% 사이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종 장르의 접합점이 자연스럽지 않은 한계가 아쉽긴 하지만, <너는 나의 봄>이 그리려는 세계와 메시지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 드라마는 어떤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극복하며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일곱 살에 감당하기 힘들었을 정신적 상처를 입은 강다정이 서른넷에 다정하고 배려 깊으며 밝고 자신감 있는 커리어우먼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건 알고 보면 그의 주변에 존재하던 봄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였다.

퉁명스러워 보여도 그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엄마가 있었고, 그 어린 시절의 아픔을 같이 겪어내며 누나를 걱정해준 동생이 있었다. 또 가족만큼 그를 챙겨주는 박은하(김예원) 같은 친구도 있었다. 주영도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차가운 날씨에도 꽃을 피우는 나무를 “미쳤다”고 말하지 않고 그 나무가 건물에서 나오는 따뜻한 온기에 봄을 느껴서 라고 말해주는 사람.

하지만 이안 체이스는 따뜻했어야 할 가족에서조차 차가운 겨울을 느껴야 했던 인물이다. 어려서 쌍둥이로 이름조차 없이 버려진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을 느끼지 못하고 자라난 이안 체이스에게는 냉정함이 묻어난다. 살인사건이 주변에서 벌어져도 그다지 놀라지 않을 정도로.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지만 그래도 <너는 나의 봄>이 던지는 질문은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면이 있다. 안도현 시인이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물었듯, “너는 누군가에게 봄인가 겨울인가”를 묻는 듯해서다. 혹은 멜로인가 스릴러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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