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웨이', 떠나기로 결정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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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의 1인 제작 애니메이션 영화 '어웨이'
부드럽지만 강렬한 잔상 남아

애니매이션 영화 '어웨이' 스틸컷.
애니매이션 영화 '어웨이' 스틸컷.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젊은 청년이 눈을 뜬다. 사방이 부옇고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나뭇가지에 낙하산이 걸린 채 매달려 있던 청년은 곧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커다란 무언가를 발견한다. 검은 형체가 청년을 먹으려는 순간 낙하산에서 팔을 빼낸 청년은 바닥으로 떨어져 도망칠 기회를 잡는다. 앞으로 내달리던 청년은 아치를 발견하고 뛰어든다. 

이곳은 어디일까. 수풀이 우거져 있고 물이 흐르고 언덕으로 둘러싸인 공간이다. 검은 형체의 거인은 이곳으로 들어올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청년이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지킬 셈인지 입구에 서서 미동도 하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던 청년은 작은 새를 발견한다. 노란빛의 작은 새는 자신이 새임을 알지 못하는 듯 날지 못한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청년과 작은 새는 그렇게 서로에게 기대어 친구가 된다. 

낙원 같기도 하다. 풍성한 나무열매는 보이기도 먹기에도 좋고 작은 새과 함께 물가에 앉거나 언덕을 걸으며 시간을 보낸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여기서 이렇게 살아가도 좋을 것 같은 환경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청년은 너무나 젊고 공간은 충분치 않으며 아치를 막고 서있는 검은 형체의 거인도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청년은 그 공간에 얼마나 있었는지 모를 해골이 남긴 것이 분명한 지도와 오토바이를 손에 넣고 작은 새를 데리고 다음 아치를 향해 출발한다.  

청년은 꿈을 꾼다. 계속 꿈을 꾼다. 이것은 그의 기억일까, 실제였을까 아니면 그저 꿈에 불과한 것일까. 청년은 자신의 꿈과 검은 형체의 거인에게 쫓긴다. 청년의 마음은 조급해지지만 그를 막는 장애물들이 많다. 낡은 다리, 오토바이로 갈 수 없는 길, 지치지 않고 쫓아오는 정체 모를 거인, 언제까지 달려야 할지 알 수 없는 길…. 이 모든 것이 꿈이 되어 나타난다. 

애니메이션 영화 '어웨이' 스틸컷.
애니메이션 영화 '어웨이' 스틸컷.

<어웨이>. 안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콩트르상을 수상한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말 한마디 없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그림체를 가지고 있다. 아주 단순하게 <어웨이>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동료들과의 비행에서 사고를 만난 주인공이 낯선 장소에 홀로 생존해 우연히 손에 넣게 된 지도와 오토바이로 마을까지 가는 여정. 이것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몰입된다. 

조금만 레이어를 들춰보면 <어웨이>는 인생의 은유 같아 보인다. 어디인지 알 수는 없지만 스스로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이 공간은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만약 움직이지 않고 ‘숨겨진 오아시스’ (Chapter 1의 소제목)에 머물기로 한다면 행동반경은 크지 않겠지만 나름대로 유유자적 만족하면서 평생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오아시스는 우리의 유년이, 보호받는 시기일 수도 있겠다. 이곳을 벗어나면 거인이 쫓아오고 온갖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움직이기로 결정했다면 다음 아치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떠난 여정은 평탄하지 않다. 그리고 아치를 지날 때마다 다른 풍경 속에 놓이게 된다. 마치 우유니 소금사막 같은 곳을 지나게 되기도 하고 포악한 포식자에게 당신의 소중한 친구인 작은 새를 빼앗길 뻔하기도 할 것이다. 목이 마르고 먹을 것이 없어서 힘이 들기도 할 것이고 동물들을 따라가 목숨 같은 물을 얻기도 할 것이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다리를 건너고 바짝 다가온 거인을 따돌리려 사력을 다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도달한 마을은 당신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그 마을은 당신을 환대할 수도 있고 이방인처럼 당신을 취급할 수도 있다. 

영화의 마지막, 청년은 바로 그 마을을 언덕에게 바라본다. 천신만고 끝에 도달한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청년도 당신도 알지 못한다. 1인 제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은 자신의 이름을 감독, 각본, 제작, 활영, 음악, 편집, 미술에 올려놨다. 여러모로 대단한 작품이다. 

게임 같기도 하고 타셈 싱의 영화를 보는 듯하기도 한 애니메이션 <어웨이>. 부드럽지만 강렬하게 당신의 마음을 잡고 놓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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