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대리점주 사망 보도 쏟아낸 조선·동아, '을들의 싸움' 조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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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대리점주 사망 보도 쏟아낸 조선·동아, '을들의 싸움' 조장만
조선·동아미디어그룹 대리점주 사망 보도 2주 동안 절반 차지
민언련 "'갈취' '조폭' 자극적 단어로 노조 매도했지만, 원청 책임은 따지지 않아"
  • 손지인 기자
  • 승인 2021.09.23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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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노조와 갈등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택배대리점주 이모씨의 발인식이 진행된 2일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고인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2021.09.02. ⓒ뉴시스
택배 노조와 갈등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택배대리점주 이모씨의 발인식이 진행된 2일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고인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2021.09.02. ⓒ뉴시스

[PD저널=손지인 기자] 그동안 노동 현안에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보수신문이 한 택배회사 대리점주 사망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택배노조와 대리점 간의 갈등만 조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13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와 3개 경제일간지, 지상파3사와 종편4사가 전한 CJ대한통운의 대리점주 사망 보도 90건을 분석한 결과다. 종합일간지는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경제지는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가 모니터 대상이었다. 

분석 결과, 지난해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가 10명 사망할 동안 지면에 관련 소식을 다루지 않았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이번 대리점주 사망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보도량은 <조선일보>(18건), <동아일보>(12건), 채널A(10건), TV조선(9건) 순으로 많았으며, 조선미디어그룹과 동아미디어그룹에 속한 4개사 보도가 전체 90건 중 54%(49건)를 차지했다. <한겨레>(1건), <경향신문>(2건) 등은 지난해 택배기사 사망 보도량과 비슷했다.

2021년 CJ대한통운 대리점주 사망 신문 지면·방송 저녁종합뉴스(8/31~9/13) 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2021년 CJ대한통운 대리점주 사망 신문 지면·방송 저녁종합뉴스(8/31~9/13) 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 <동아일보>를 포함한 보수 매체는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한쪽 입장만을 다루며 택배노조와 대리점 간의 갈등을 증폭시켰다. <민노총 “죽이고 싶다” “XX벙어리”… 택배 대리점주에 두달간 폭언>(조선일보, 9월 1일)은 “노조가 택배 수수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무거운 생수나 부피가 큰 휴지처럼 배달하기 까다로운 물건들을 거부하기 시작했다”면서 “본사를 상대로 벌이는 투쟁에 이씨를 희생양 삼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택배대리점 운영 40대 가장의 죽음>(채널A, 9월 1일)에는 노조원의 배송거부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앵커의 발언도 등장했다.

민언련은 “택배기사의 배송거부를 두고 ‘고인을 희생양 삼은 것’ 등과 같이 자극적 단어로 비난하거나 ‘불법’이라고 단정 지으면서도 불법이 맞는지, 배송거부 배경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극단 선택’ 대리점주…택배노조 “조합원이 단톡방서 모멸감 줘”>(한겨레, 9월 2일)만 공정거래위원회의 택배 표준약관 등에 따라 배송 의무가 없는 택배여서 배송하지 않았다는 택배노조의 입장을 확인했다고 짚었다. 

<[단독]택배노조원 대화방에 “대리점 먹어봅시다”>(동아일보, 9월 4일), <‘힘내서 대리점 먹자’던 택배노조… “점주 사망 날에도 웃더라”>(조선일보, 9월 11일) SNS 속 대화를 근거로 노조가 고인에게 대리점 포기를 강요했다는 보도 역시 사실 확인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민언련은 고인에게 대리점 포기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택배노조 측 입장과 구조적으로 노조원 입찰이 불가능하다는 대리점연합회 측 입장을 전하면서 “노조원들의 SNS 등을 근거로 ‘실제 대리점 뺏으려 했다’는 식의 보도 역시 섣부른 비난에 가깝다. 대리점주 입찰을 방해하거나 대리점 포기를 강요한 정황이 있는지, 괴롭힘에 가담한 노조원 중 입찰에 참여한 사람이 있는지 등을 살핀 후에야 ‘대리점을 뺏으려 한 내용’이라고 보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택배노조의 SNS 글만을 근거로 ‘고인의 대리점 뺏으려 했다’고 보도한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은 정작 원청이 고의로 고인을 입찰에서 탈락시켰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는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택배노조가 공개한 입찰 탈락 관련 정황 녹취는 <택배노조 "조합원의 대리점주 괴롭힘 확인">(경향신문, 9월 3일) 등 일부 매체만 보도했다. 

9월 9일자 조선일보 사설. ⓒ민주언론시민연합
9월 9일자 조선일보 사설. ⓒ민주언론시민연합

택배노조를 ‘조폭’ 등에 비유한 일방적인 비난성 보도도 이어졌다. <[사설] ‘돈 갈취’ ‘비노조원 폭행’ 조폭 그 자체인 민노총 택배노조>(조선일보, 9월 9일), <노조를 왕처럼 모시는 사회[충무로에서]>(매일경제, 9월 7일)는 “조폭이 업소를 상대로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는 악질 범죄와 다름없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성인들이 한 행동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저열하다” 등 택배노조 전체를 매도하는 기사였다. 

민언련은 “택배노조도 인정했듯 이번 대리점주 사망과 관련해 일부 노조원의 괴롭힘 행위는 있었다. 그러나 그 괴롭힘에 대한 비판도 사실에 기반해야 하고, 양측의 충분한 입장을 듣고 확인 과정을 거쳐 보도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언론이 섣불리 ‘불법’ 딱지를 붙이고, 다른 주장은 외면한 채 이유 없이 특정 입장만 강조한다면 일방적 비난이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무엇보다 원청인 택배회사에 책임을 묻는 보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언련은 “택배업계에서 반복되는 을인 대리점주와 병인 택배기사의 갈등 역시 그 근본 원인은 택배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방치하는 슈퍼갑 원청 택배회사의 무책임에 있다”며 “언론도 개별 사건의 갈등만 선정적, 자극적으로 부각할 게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택배산업 갈등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지를 구조적으로 짚고, 원청에 대한 책임을 묻는 보도를 할 때 또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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