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경쟁 뛰어든 유튜브 ‘쇼츠’, 선정성 장사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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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지난 7월부터 전 세계 대상 쇼츠 서비스 출시
선정적인 영상에 미성년자 '무방비' 노출
“유해 콘텐츠 적극 차단 필요"..."유튜브와 '쇼츠' 플랫폼 분리 바람직”

유튜브 '쇼츠' 화면 갈무리.
유튜브 '쇼츠' 화면 갈무리.

[PD저널=손지인 기자] 유튜브가 새롭게 출시한 숏폼 서비스 ‘쇼츠(Shorts)'에 선정적인 영상들을 무분별하게 노출하고 있어 이용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청소년이나 시청을 원치 않은 이용자들에게는 선정적인 영상이 노출이 안 되도록 유튜브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튜브는 지난해 인도를 시작으로 올 7월부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쇼츠’ 베타 버전을 제공하고 있다. ‘쇼츠’는 유튜브의 새로운 동영상 기능으로, 휴대전화로 최대 60초 길이의 짧은 동영상을 시청하고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별도의 앱을 깔지 않아도 기존의 유튜브 앱에 접속하면 메인 화면에 자동으로 제공된다. 

유튜브 ‘쇼츠’의 등장은 2016년에 출시된 ‘틱톡’을 선두로 한 ‘숏폼’ 콘텐츠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틱톡’은 짧게는 15초, 길게는 3분가량의 영상을 제작 및 공유하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숏폼’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9월 영국 BBC는 모니터링 업체인 ‘앱 애니’의 분석 결과를 설명하며 미국과 영국의 앱 사용자들이 유튜브보다 틱톡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유튜브 ‘쇼츠’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도 뜨거운 편이다. 유튜브에 따르면 ‘쇼츠’ 제작 도구를 출시한 2020년 9월보다 평균 ‘쇼츠’ 최초 제작자 수는 2배 이상 증가(2021년 9월 기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숏폼’ 시장이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28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순간에 열광하는 친구들’ 토론회에서 배정현 틱톡코리아 이사는 ‘숏폼’ 시장의 인기 요인에 대해 “온라인에서 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이고, 그 중에서도 모바일 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75%나 된다. 바야흐로 모바일 영상의 시대”라며 “모바일에서의 인터넷 사용은 매우 분절화, 세분화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짧은 영상이 주목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정현 이사는 MZ 세대의 영향력도 강조했다. 배 이사는 “MZ 세대는 9·11 테러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해 메르스, 코로나 등을 경험한 세대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온라인을 통해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정보·광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그 어느 세대보다 크다”며 “영상에 친숙하고, 온라인에서의 자기표현이 거침없기도 하다. 이들이 갖고 있는 표현의 욕구, 창작에 대한 에너지 등이 숏폼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영상) 생산의 진입장벽이 낮아지자마자 분출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모바일 영상 시대의 도래로 ‘짧은’ 영상이 트렌드가 되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MZ 세대가 부상하면서 다양한 ‘숏폼’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 채널 'YouTube Creators'에 올라온 'YouTube Shors' 영상 화면 갈무리.
유튜브 채널 'YouTube Creators'에 올라온 'YouTube Shorts' 영상 화면 갈무리.

하지만 유튜브가 숏폼 인기에 편승해 선보인 '쇼츠'를 두고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노출이 심한 선정적인 영상들이 왜 ‘쇼츠’ 추천 영상으로 뜨는지 모르겠다며 “유튜브 쇼츠에 원래 이런 영상밖에 없느냐”, “이런 것 본 적이 없는데 왜 이런 영상들만 뜨느냐” 등 의문을 표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로 로그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튜브 앱에 접속하더라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들이 ‘쇼츠’에서 쉽게 발견됐다. 해당 영상들이 미성년자들에게도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유튜브는 신고된 동영상들을 검토하고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를 위반한 콘텐츠들을 삭제하고 있다지만, 사실상 선정적인 쇼츠 영상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일부 이용자들이 관심을 끌기 위해 흥미롭고 재미있는 수준을 넘어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며 “유튜브 측에서 AI라든지 모니터링 요원 등을 통해 부적절한 콘텐츠들을 걸러내고 있겠지만, 투자나 노력을 더욱 기울여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치호 교수는 “선정적인 콘텐츠에 대한 기준 마련 등의 규제 강화와 함께 시청자들 간에도 상호 견제가 필요하다.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세대가 낮아지다 보니까 (유해 콘텐츠에 대한) 인식을 확실하게 갖추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유튜브 ‘쇼츠’가 ‘틱톡’ 등과 다르게 기존의 유튜브 서비스 안에서 제공되는 점이 선정적인 콘텐츠를 더욱 가시화하고, 통제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쇼츠’뿐만 아니라 틱톡, 아프리카TV 등 미디어 플랫폼들은 초기에 성적인 콘텐츠를 중심으로 주목을 끌다가 플랫폼이 보편화되면서 이런 콘텐츠들을 정리했다. 주목 경쟁을 벌이는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라면서 "‘쇼츠’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유튜브 안에서 제공되다보니 문제가 더욱 가시화되고 근본적으로 통제가 더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플랫폼 성격을 고려했다면 ‘쇼츠’를 (유튜브에서)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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