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TBS에 대한 무도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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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D연합회 성명

TBS 사옥의 모습. ⓒ김성헌
TBS 사옥의 모습. ⓒ김성헌

서울시가 TBS에 대한 출연금을 122억원 가량 삭감할 방침을 밝혀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출연금 총액 375억원 중 무려 32.6%를 단번에 삭감하면 TBS의 내년 예산은 전년도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액수가 되어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어렵게 될 거라고 한다. 우리 3천 PD들은 서울시의 무지막지한 방송 탄압에 경악을 금할 수 없으며, 이 황당한 방침을 즉시 철회하고 국민들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출연금 대폭 삭감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시와 결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조치로, 서울시민의 혈세를 무기로 방송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오 시장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겨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취임 초기부터 김어준의 출연료를 문제 삼으며 TBS에 대해 파상적인 정치공세를 펼쳐 온 그는, 최근 김어준의 ‘이재명 지지 발언’에 일부 야권 정치인들이 반발하자 이를 빌미로 다시 TBS 탄압의 칼을 뽑아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번짓수가 한참 틀린 대응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이재명 지지 발언’은 TBS 프로그램이 아니라 다른 유튜브 채널에서 나온 말이다. 이재명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김어준의 TBS 출연을 중단시켜야 한다면, 다른 채널의 시사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야권 후보 지지 패널들도 똑같은 논리로 모두 출연을 금지해야 한단 말인가? 출연자의 개인적 정치 성향을 이유로 방송에서 배제하자는 건 과거 정권에서 은밀히 이뤄진 블랙리스트를 부활시키자는 얘기나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이 프로그램을 칭찬할 수도 있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방송심의제도, 그리고 벌점에 따른 방송사 재허가 제도에 호소하는 게 민주사회의 올바른 절차 아닌가.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TBS 임직원들의 책임이자 권한이다. 예산을 무기로 목을 조여서 방송사가 아예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 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상식과 원칙을 무시한 폭거라 아니할 수 없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의 예산 편성권을 사유화하여 정치적 이익을 도모한다는 비난을 자초하지 말기 바란다.  

오 시장은 최근 한겨레신문이 자기 발언을 검증 보도하자 발끈하여 광고 중단으로 응답한 바 있다. 오 시장은 돈이면 뭐든지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건가? 오죽했으면 한겨레 기자가 “광고비가 오 시장의 돈인가?” 반문했을까. 광고 중단은 역대 독재 정권이 언론을 길들이려고 사용해 온 전형적인 탄압 수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게 오 시장의 지시냐”는 물음에 답하지 못하여 광고 중단이 사실상 그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인정했다. 오 시장은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에서 “서울시가 과거처럼 TBS에 간섭한다거나 방송 내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상 한계가 있다”며 “TBS가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 프로그램이 정치 편향성에서 벗어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불만 때문에 출연금을 삭감하려 한다는 걸 사실상 인정한 게 아닌가.  

예산의 세부 항목도 명기하지 않고 예산 총액을 삭감하겠다는 것도 무원칙하기 짝이 없다. TBS의 전체 예산 515억원 중 서울시 출연금은 375억원이다. 여기서 122억원을 삭감하여 서울시 출연금이 TBS 예산 총액의 절반을 넘지 않도록 한 모양새인데, 이렇게 자의적인 예산 편성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TBS 임직원들은 2019년 재단으로 독립한 뒤 광고도 불가능하고 방송발전기금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분투해 왔다. 협찬을 비롯한 자구노력으로 점차 재정 상황을 개선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의 전액의 프로그램 제작비를 박탈하는 것은 걸음마 하는 아기를 낭떠러지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것과 다름없는 잔인한 조치 아닌가.  

이대로 가면 TBS의 TV와 라디오 제작비는 사실상 97%가 삭감되는 결과라고 한다. 이 제작비에는 작가, 조연출 등 프리랜서와 비정규직의 인건비도 포함돼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오 시장의 자의적인 결정으로 많은 이들의 생계가 직접 위협받게 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해 온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생존의 벼랑 끝에 몰려도 오 시장은 개의치 않겠다는 것인가? 

오세훈 시장에게 알려드린다. 예산을 박탈하여 프로그램 제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간섭이나 영향력보다 훨씬 더 큰 방송 탄압이다.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못하면 방송 편성 자체가 무너지는 것 아닌가. 방송법 제4조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며 “누구든 방송 편성에 관하여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 시장은 부당한 출연금 삭감 조치로 TBS의 편성을 파괴하여 방송법을 위반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오세훈 시장은 방송으로 이름과 얼굴을 알려서 정치인이 된 사람이다. 1994년 MBC <오변호사 배변호사> 출연 당시 그는 서민친화적인 자세로 시청자의 호감을 샀다. 지금 오 시장의 행태는 그때와 너무 거리가 멀다. 방송 출연으로 입지를 굳힌 인물이 은밀한 곳에서 예산을 무기로 방송을 죽이려 하는 행태를 대다수 PD들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 3천 PD들이 주시하고 있다. 오 시장은 TBS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이 모든 사태는 부메랑이 되어 오 시장에게 되돌아갈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2021년 11월 1일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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