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니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맞춤형 좀비물
상태바
'해피니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맞춤형 좀비물
감염병이 일상 된 뉴노멀 시대 그린 tvN 금토드라마 '해피니스'
아파트 배경으로 팬데믹 계급 격차 조명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11.10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vN 금토드라마 '해피니스'
tvN 금토드라마 '해피니스'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tvN 금토드라마 <해피니스>의 여자 주인공 이름은 윤새봄(한효주)이다. 봄이면 봄이지 왜 굳이 ‘새봄’이라 명명했을까. 다분히 포스트 코로나를 염두에 둔 작명이다. 똑같은 봄이라도 코로나19를 경험한 뒤 다시 맞게 되는 봄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새봄일 게다.

 주인공 이름에 투영되어 있듯이 <해피니스>의 시간은 코로나가 종식된 근미래다. 그런데 이제 끝났다 여겼던 팬데믹이 새로운 지점에서 갑자기 등장한다. 경구용 폐렴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부작용이 심해 사용이 금지된 넥스트라는 약이 유출되면서다. 그 약을 먹은 사람들이 목을 물어뜯고 피를 빠는 좀비 같은 부작용을 드러내면서 상황은 다시 팬데믹의 공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경찰특공대 요원인 윤새봄은 이런 증상을 보이는 교육생과 사투를 벌이다 손에 상처를 입게 되고, 그 교육생을 격리수용하려 나타난 중대본 위기대응센터 소속 한태석(조우진) 중령에게 끌려가 수용시설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다행히 감염되지는 않았지만 윤새봄은 버려진 대학교에 꾸려진 격리시설에 엄청난 수의 감염자들이 수용되어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해피니스>는 전형적인 좀비 장르물이다. 그런데 윤새봄은 전형성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이다. 대단히 낙천적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며 생존력도 뛰어난 윤새봄은 좀비들이 창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그다지 충격에 빠지거나 놀라워하지 않는다. 심지어 격리시설에 갇히고서도 아침에 출근 걱정 없이 푹 잘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하는 그런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이 팬데믹 상황에서도 그의 주관심사는 경찰특공대 요원들에게 특별 공급되는 임대아파트에 쏠려 있다. 그 곳에 들어가고 싶은 그는 격리시설에서 한태석에게 도움을 주는 조건으로 근무평점 최고를 요구하고 심지어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온 강력반 형사 정이현(박형식)에게 청혼을 한다.

신혼부부 평점까지 얻어 입주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윤새봄의 청혼을 정이현은 받아들이고(물론 입주하기 위한 것이라 치부하지만) 그들은 함께 아파트에서 살기 시작한다. 

tvN '해피니스' 포스터.
tvN '해피니스' 포스터.

어떻게 <해피니스>는 좀비들이 창궐하기 시작하는 상황을 그다지 놀라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낼 수 있었을까. 그것은 포스트 코로나라는 상황을 전제하고 있어서다. 마치 백신 주사를 맞은 것처럼 <해피니스>의 인물들은 좀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한다.

아니 그보다는 팬데믹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일상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래서 이 좀비물은 특이하다.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좀비물’이랄까. 

<해피니스>는 이제 윤새봄과 정이현이 입주한 세양시 아파트를 배경으로 팬데믹 상황에 나타나는 다양한 군상들의 욕망과 그로 인한 격렬한 파토스의 풍경들을 그려나갈 심산이다.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욕망이 끓어오르는 아파트라는 공간을 가져온 건 우연이 아닐 게다.

아파트는 강남이냐 강북이냐에 따라 빈부, 계층, 지위를 가름하는 잣대가 되어 버린 지 오래고, 심지어 최근에는 한 동네에 있는 일반 분양 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사이에 철책이 놓일 정도로 계층의 갈등이 유발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세양시 아파트는 5층까지 임대아파트이고 6층 이상은 일반 분양 아파트로, 한 공간에 이러한 경계를 세우고 있어 향후 팬데믹 상황에서 벌어질 첨예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해피니스>는 어쩌면 코로나19가 야기했던 사회적 갈등요소들(이를테면 그 생존상황에서도 빈부와 계층에 따라 나뉘는 안전의 차별 같은)을 오히려 다시 꺼내 되새겨보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겪고 있는 일이지만 결국 팬데믹이 알려준 건 편안히 숨 쉴 수 있고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상의 회복에 행복이 있다는 사실 아니었던가. <해피니스>는 그런 점에서 코로나를 겪은 시대에 다시금 찾아낸 행복의 의미를 묻는 좀비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