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만', 누군가에게 희망을 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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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만', 누군가에게 희망을 준다는 것
‘한 사람’만 죽이려다 소중한 ‘한 사람’을 마주하게 되는 휴먼멜로 드라마 JTBC '한 사람만'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2.01.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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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월화드라마 '한 사람만'
JTBC 월화드라마 '한 사람만'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세상엔 그런 사람이 있다. 저 ‘한 사람만’ 사라지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사람. 신문 사회면을 떠들썩하게 차지한 상습적인 가정폭력범과 아동학대 범죄자들이 그렇다. 재작년 벌어진 이른바 ‘정인이 사건’에서 정인이를 입양한 양부모가 그런 인물들이다. 이 양부모가 정인이에게 저지른 잔혹한 범죄들은 도저히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든 짓들이다. 그래서 공분이 피어오른다. 저런 인간 한 사람만 없어도 우리 사회는 얼마나 괜찮아질까.

JTBC 월화드라마 <한 사람만>의 모티브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생겨나지 않았을까.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들이 어차피 갈 거 죽어 마땅한 놈 ‘한 사람만’ 함께 데려가자는 생각. 아빠 같지 않은 인간의 상습적인 폭력 앞에 하루하루를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아이 산아(서연우)를 지켜내기 위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인숙(안은진)은 골프채로 그 아빠를 내려친다. 그리고 이 일에 연루된 호스피스 동기(?) 세연(강예원)과 미도(박수영)는 물론이고, 사실 청부살인을 의뢰받고 그 자리에 왔다가 아이를 구해내는 데 일조한 우천(김경남)도 공모자가 되어버린다.

이들의 살인 공모는 그래서 죽어 마땅한 놈 한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살게 해야 할 한 사람인 산아를 구해낸 일이 된다. 심지어 그 상황을 모두 목격한 산아는 아빠가 죽었다는 사실을 듣고는 슬퍼하기보다는 “살았다...”는 안도의 마음을 드러낸다. 죽은 산아의 아빠는 자식에게조차 ‘살 가치가 없는’ 그런 사람이다. 죽음에 눈물 한 방울 누군가 흘려주지 않는 그런 가치의 사람.

정반대로 산아는 인숙은 물론이고 세연, 미도, 인숙의 할머니인 육성자(고두심)까지 모두 나서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가치의 사람이다. 그는 절망의 가정 속에서 유일한 희망으로 남은 사람이다. 그 한 사람을 위해 기꺼이 나선 인숙이나 우천도 그로 인해 세상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드러내는 희망의 한 사람이 된다.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은 결국 자신 또한 살만한 가치가 충분했다는 걸 증명하는 일이다. 

산아라는 희망을 살린 일은 그래서 시한부 인생이거나 이제 아무런 희망조차 없이 막 살아온 인생에도 작은 불씨를 틔운다. 인숙과 우천은 서로가 살인죄를 뒤집어쓰려 한다.

심지어 진짜 산아의 아빠를 죽인 자가 산아의 엄마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그들은 스스로가 범인이 되길 자처한다. 인숙은 어차피 죽을 몸이었고 그래서 모든 죄를 자신이 뒤집어쓰고 가겠다 고집하고, 우천은 그간 자신이 별 고민도 없이 저질렀던 죄의 대가를 이 사건을 통해 받겠다고 나선다.

물론 우천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건 인숙을 만나고, 그가 어린 시절 동반자살을 기도했던 부모들 속에서 자신을 구해냈던 소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사랑하게 되면서다. 인숙 또한 우천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의 살 길을 열어주려 한다. 

JTBC 월화드라마 '한 사람만'
JTBC 월화드라마 '한 사람만'

산아라는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한 대속의 길을 걸어가려는 인숙과 우천에게서 종교적인 대속과 부활의 의미를 읽어내게 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한 사람만>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기꺼이 남은 이들의 삶을 위해 죄를 뒤집어쓰고 가려는 숭고한 선택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성자의 삶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성자 또한 어떤 특정한 선택받은 자들이 아니다. 어떤 순간에 숭고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자가 성자다. 그 숭고한 선택이란 다름 아닌 단 ‘한 사람만’이라도 살 수 있게 해주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일이다. 

<한 사람만>은 그래서 에둘러 우리가 살아갈 삶의 가치를 묻는 드라마로 읽힌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사람인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절망을 주는 사람인가. 각박하고 치열한 현실 속에서 이런 질문은 호사스럽게까지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단 ‘한 사람만’이라도 살릴 수 있는 삶을 살고 떠날 수 있다면 그건 분명 가치 있는 삶이 분명할 게다.

<한 사람만>에서 산아를 절망에 빠뜨렸던 아빠와 산아를 살 수 있게 희망을 만든 인숙과 우천의 삶의 가치는 똑같은 죽음 앞에서 너무나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과연 우리는 어떤 가치의 무게를 가진 사람일까.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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