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심판', 어른의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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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 촉법소년 다룬 웰메이드 드라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이제 겨우 8세의 초등생을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13세 소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은 그 소년이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 살해 도구인 피 묻은 도끼를 꺼내들며 자수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소년은 알고 있다. 자신이 촉법소년이라 살인을 저질렀어도 형사처벌되어 감옥에 가는 게 아니라 소년법에 의해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는 것을. 

피해자 부모는 오열한다. 그 어린 아이가 끌려가 느꼈을 공포를 떠올리고, 처참하게 살해당한 것이 마치 자신의 탓인 양 자학한다. 하지만 소년법에 의거 최대 처분이 겨우 소년원 2년이 될 수도 있는 상황. 심지어 이 소년은 법정에서 당시 그 잔혹했던 상황들을 진술하며 히죽 히죽 웃음을 터트린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만으로 14살 안되면 사람 죽여도 감옥 안 간다던데. 그거 진짜예요? 신난다.” 피해자 부모는 이 상황이 납득되지 않는다. 자신의 아이가 죽었는데 아이를 죽인 가해자는 소년이라는 이유로 처벌조차 받지 않는다니. 

<소년심판>은 최근 들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촉법소년’을 소재로 가져온 드라마다. 신문지상에 청소년 집단 폭행이나 성폭행 사건 등이 나올 때마다 ‘폐지 청원’이 잇따르는 바로 그 이슈. 특히 잔혹한 사건들이 대서특필되면서 이를 소재로 하는 범죄스릴러들도 적지 않았다. SBS <리턴>이 그랬고, tvN <라이브>에서도 소재로 등장했다. 

<소년심판>은 이러한 소년범죄를 다루는 판사들의 시각을 담아 훨씬 다각도로 심층적으로 이 문제를 파고든다. 범죄스릴러들이 자극적인 범죄양상을 꺼내놓고 이를 사이다 처결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종종 다뤘던 것과는 사뭇 진지한 방식이다. 

하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사안은 찬반양론이 분분한 만큼 지지나 폐지 어느 한쪽의 손을 쉽게 들어주는 방식으로는 위험천만한 소재가 아닐 수 없다. 또 다루는 방식 자체도 쉽지 않다. 즉 폐지를 주장하는 방식으로 그린다면 사이다 판타지는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면에 담긴 현실적인 깊이는 담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사안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그리면 고구마만 가득한 현실을 담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

<소년심판>은 이런 문제들을 심은석 판사(김혜수)라는 문제적 인물을 통해 넘어선다. “저는 소년들을 혐오합니다”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이 인물은 소년이라고 해서 봐주는 면이 없다. 냉정한 얼굴로 소년들이 한 잘못을 하나하나 말해주고 숨기려 하는 것들은 판사의 선을 넘어 수사를 해서라도 밝혀내려 한다. 그래서 심은석 판사라는 인물을 통해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빠져든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에 대한 속 시원한 일갈이 그 무엇에도 굴하지 않고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폭주하는 심은석 판사 옆에서 그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차태주 판사(김무열)가 이야기의 균형을 맞춘다. 재판으로 단죄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심은석에게 차태주는 스스로의 경험까지 꺼내 훈육의 관점으로 소년들을 봐야 한다고 강변한다. 차태주 역시 소년원 출신이었지만 자신을 돌봐주고 믿어준 판사에 의해 변화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어서다.

<소년심판>은 그래서 심은석 판사가 던지는 시원시원한 한 마디 한 마디를 따라가면서도, 차태주 판사가 말하는 훈육의 관점을 유지하려는 균형 있는 접근을 보여준다. 최근 들어 사회적 공분을 자아내는 어떤 사안들을 가져와 통쾌한 사이다로 풀어냄으로써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드라마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일시적인 사이다가 오히려 그 사안을 너무 쉽고 간단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소년심판>이 추구한 이 대중성을 끌고 가면서도 주제의식을 진지하게 유지하는 방식은 여타의 드라마들이 배워야할 지점이다. 

무려 5년 동안의 취재를 통한 조심스런 접근을 한 이 작품이 건네는 메시지는 잔혹한 소년범죄에 있어서 결국 우리 모두 유죄라는 점이다. 한 아이를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뒤집어, 온 마을이 무심하면 한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심은석 판사를 빌어 던지는 메시지가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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