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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각 방송사마다 영화프로그램이란 게 있다. 이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이라면 주말 점심 때 먹는 라면처럼 가볍고 부담 없이, 그리고 재빨리 영화들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와 가벼움이라는 주말프로그램으로서의 미덕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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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프로그램들은 철저히 영화를 파괴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적어도 내겐 tv매체가 가지는 파괴성의 극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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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공들인 현란한 편집, 화면의 구도를 고려한 자막 배치 등 새롭게 가공하는 노력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의 기본 속성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를 철저히 이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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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의 세헤라자데처럼 궁금증만을 유발한다고 보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을 보여준다. 각각의 영화가 가지는 아우라(aura)를 무시한 과도한 내레이션, 우스갯소리, 심지어는 변사 흉내를 내는 성우가 등장해 유성영화를 무성영화로 탈색시켜 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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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재미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이와 같이 tv 프로그램을 위해서 영화가 난도질당하는 나라는 없다고 생각한다. 외국 영화프로그램들을 보면 한 커트, 한 시퀀스를 언급하는데도 그 출처를 밝히고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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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무엇인가. 바로 시청률과 광고수주 때문이다. 꽤 괜찮게 나온다. 꽃미남 꽃미녀,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비주얼, 그리고 새로운 스토리들. 그 시간에 영화프로그램 대신에 다른 프로그램을 배치하더라도 그 시청률만큼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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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이유는 외부에 있다. 개봉영화들의 홍보를 담당하는 홍보사들은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좀 더 노출이 될까하고 고민을 한다. 방송 제작자들은 개봉영화에 맞춰 교묘하게 한 편의 영화를 끄집어내어 맞대결을 시키거나 들러리로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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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되는 영화의 장면과 스토리가 상당 부분 공개돼 실질적으로 영화관을 찾아가는 관객이 줄어들어도 상관없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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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는 시청률과 광고를 가져가고 홍보사는 실적을 올린다. 따라서 꽤 괜찮은 공생관계가 형성된다. 뒤집어 얘기한다면 방송은 영화개봉을 둘러싼 시스템에 종속돼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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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혹자는 영화프로그램을 보지 말고 영화만을 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가 주장하는 문제의 본질은 이와 같은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영화에 대한 엄숙주의적인 태도는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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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을 둘러싸고도 수많은 해석과 관점이 존재하는데도 일단 영화가 tv의 자장으로 포섭되는 순간, 획일화되고 단순해지는 것이다. 어떤 풍경을 사진으로 찍을 때와 비슷하지 않을까. 구도를 잡는다는 것, 이미지를 기록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가능성과 풍경들을 배제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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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화가 역사성과 사회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철저히 오락성과 대중성으로 호소하는 작품들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영화들을 tv 시청률과 대중들의 호기심에 영합해 탈색시켜 버리는 tv 제작방식은 어딘지 모르게 뒤틀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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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의 아우라를 선점하고 파괴하는, 그리하여 수동적인 시청자들을 양산해내는 것이 방송의 진정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비추어 보아 tv는 영화의 내적 목소리와 메시지마저 빨아들이는 무서운 존재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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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그냥 영화를 한 편이라도 오롯이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본다. 감독의 재능보다는 배우의 매력을 선택하고, 대사보다는 과도한 내레이션이 선점하는 이런 영화프로그램에 대해 필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지금 지적하고 있는 이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닐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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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묻고 싶다. 수동적인 시청자들이 만들어내는 높은 시청률, 그리고 능동적인 감독과 관객들이 만들 수 있는 문화적 다양성 중 우리 방송인들은 무엇을 더 높은 가치로 인식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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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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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참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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