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새로운 역사를 쓴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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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11] 애플TV+ '코다'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넷플릭스 가장 많은 후보작 배출
  •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
  • 승인 2022.03.30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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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다'(CODA) 제작진과 출연진이 27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영화 '코다'(CODA) 제작진과 출연진이 27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PD저널=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 지난 27일 열린 제94회 아카데미(오스카상) 시상식은 그 어느 때보다 파장이 크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시상식장에서 윌 스미스가 다큐멘터리 부문 시상자로 나온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렸다. 크리스 록이 탈모 증상을 앓는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스미스가 <G.I.제인> 2를 기대하고 있다는 농담을 하자 윌 스미스는 갑자기 무대로 나가 ‘오스카의 가장 추악한 순간’을 만들었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을 벌이고도 윌 스미스는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에서 아카데미 모든 동료에게 사과하고 정작 크리스 록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그는 시상식이 끝난 후에야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못지않게 충격적인 사실은 넷플릭스가 그렇게 공을 들였던 아카데미 작품상에 애플TV+의 영화 <코다>가 작품상을 포함하여 남우조연상, 각색상 등 3관왕을 차지한 것이다. 코다는 Child Of Deaf Adults의 약자로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뜻한다. <코다>는 <파워 오브 도그>, <돈 룩 업>, <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쟁쟁한 작품을 물리치고 작품상을 수상했다.

<코다>는 OTT 서비스 최초의 오스카 작품상을 받는 기록을 세웠다. 애플TV+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남짓 만에 거둔 성과다.  GE의 CEO 제프리 이멜트는 기존의 기업인 독일 지멘스나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은 절대로 GE를 파괴할 수 없지만 신흥시장에서 떠오르는 거인들은 파괴할 수 있다고 했다. 스타트업의 무서움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애플TV+가 미디어 시장에서 보여주었다.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코다'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코다'

<코다>의 수상은 아카데미상의 변화를 이어가는 연결점으로서 의미가 크다. 최근 오스카상의 변화가 백인 위주의 수상을 탈피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주류 스튜디오를 벗어난 OTT에도 문호를 개방했기 때문이다. 최근 OTT 오리지널의 성과를 보면 OTT 두각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아직도 프랑스에서는 OTT 오리지널의 영화는 영화제에 초청이나 출품을 할 수 없는 점과 비교가 된다.

사실, 아카데미는 백인 위주의 시상식으로 유명했다. 2015년과 2016년 남녀 주·조연상 후보 20명을 백인들로 채우자 2016년 ‘#OscasSoWhite(백인들의 잔치)’라는 해시태그가 퍼졌고, 제이다 스미스 등이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2017년에는 흑인 하층민과 젠더 문제를 다룬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받았고, 이후 흑인의 수상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에는 로컬 시상식이라는 평가를 받던 아카데미가 한국 영화 <기생충>에 작품상 등 4관왕을 주었다. 지난해는 윤여정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여기에 올해는 기존 스튜디오가 아닌 OTT 영화를 수용했다.

넷플릭스는 아카데미상 첫 OTT 수상의 영예를 애플에게 내주었다. 넷플릭스는 2019년 영화제작협회에 가입하는 등 다른 OTT 업체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던터라 아쉬움이 매우 클 것이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7편의 작품상 후보를 냈지만 아쉽게도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2019년에는 <로마>가 <그린북>에 자리를 내주었고, 2020년에는 <결혼이야기>와 <아이리시맨>도 한국의 <기생충>에 밀렸다. 지난해에는 <맹크>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가 아쉽게도 <노매드랜드>에 자리를 내주었다.

그래도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은 넷플릭스가 27개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디즈니는 24개, 워너 브라더스는 16개, 20세기 스튜디오 8개, MGM 8개 순이다. OTT는 40개의 후보작을 배출했고, 이 중에서 넷플릭스가 27개(2021년은 35개)로 압도적으로 많고, 애플 6개, 아마존 4개 순이다. 워너 브라더스와 디즈니는 각각 7개와 6개 부문에서 수상해 기존 스튜디오의 자존심을 지켰다.

<코다>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애플TV+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애플TV+가 선택한 <파친코> 1회 무료 공개 전략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1년 11월 국내 진출한 애플TV+는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했는데, 새롭게 펼친 마케팅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파친코>는 유튜브에 1회가 무료로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조회 수가 150만에 달했고, 4일 만에 600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 향후 애플TV+ 광고모델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은 2022년 오스카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발표할 때 수어로 트로이 코처를 수상자로 호명했다. 생방송으로 이 장면을 보면서 울컥했다. 윤여정의 지난해 여우조연상 수상소감에 이어 올해 센스있는 수어 발표에 감탄했다. 이후 수어로 진행된 수상소감과 통역을 보면서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건강하게 동행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아카데미의 실천을 느낄 수 있었다. 내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계속될 것인지, 올드 스튜디오가 재역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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