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우리 등굣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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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촬영팀 더 반기는 아이들
2년 만에 '정상등교'...흥미진진 하루 이어지길
  • 김지원 EBS PD
  • 승인 2022.04.26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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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첫 등교가 시작된 지난 1월 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매동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뉴시스
2022년 첫 등교가 시작된 지난 1월 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매동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뉴시스

[PD저널=김지원 EBS PD] 코로나19가 지나가는 2년 동안 학교 촬영을 많이 했다.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많은 아이들을 직접 만났다. 

A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1학기에는 등교 수업이 불가하여 학교를 나가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선생님과 수업을 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매일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선생님 모르겠어요” 담임 교사는 몇 번이고 전화를 받아주었다. 드디어 6월에 등교가 가능해지자, A는 기뻐했다. 선생님 얼굴을 보고 직접 수업을 받으면 좀 더 이해하기 수월했기 때문이다. 학교에 나오면서 A는 더욱 즐겁게 지냈다. 마스크를 쓰더라도 체육 시간은 행복 그 자체였다. 

A는 6학년이었지만 졸업 여행을 가지 못했다. 졸업사진도 친구들과 함께가 아닌, 개별로 마스크를 쓴 채로 각각 찍어야 했다.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학교에 나왔고, 친구들도, 선생님도 있으니. 가장 아쉬웠던 것은 12월 말, 밀접 접촉으로 2주간 학교에 나오지 못한 시기였다. 이제 졸업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학교를 못 나오다니... A는 그 시기가 너무 많이 아쉬웠다. A는 학교를 참 좋아했다.

B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유복한 환경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가득 받으며 자라는 귀엽고 붙임성 많은 아이였다. 다만, 코로나가 한국을 덮친 2020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터라, 학교를 나간 날이 나가지 않은 날보다 훨씬 더 많았다. 학교를 가지 않으니 친구들과 같이 놀지 못해서 많이 아쉬울거란 생각이 들었다. 

“학교 가서 수업 듣는 거랑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 듣는 거랑 뭐가 더 좋아요?”
“집에서 수업 듣는 거요”
“친구들 못 만나는데 아쉽지 않아요?”
“엄마랑 같이 더 있을 수 있으니까 괜찮아요”

B는 학교보다 집이 더 편하고, 친구들보다 엄마랑 노는 게 더 좋았다. 그럴 수 밖에. B에게 학교는 아직 너무 낯선 공간이었다.

김석준 부산교육감이 지난 3월 2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개금초등학교를 방문, 1학기 첫 등교한 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부산교육청 제공).ⓒ뉴시스
김석준 부산교육감이 지난 3월 2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개금초등학교를 방문, 1학기 첫 등교한 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부산교육청 제공).ⓒ뉴시스

지난 2년 동안 아이들을 찍으러 집 촬영을 가면서 코로나 이후 달라진 점을 느낀다. 주관적인 감정이라 조심스럽지만, 예전보다 아이들이 촬영팀을 무척 반긴다는 것이다. 유치원 즈음의 아이들부터 초등학교 아이들까지가 특히 그렇다. 촬영이 신기하고, 낯선 과정이 재미난 건 길어야 1시간 혹은 2시간 정도다. 그 시간이 넘어가면 아이들도 지치고, 금방 촬영팀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기 일쑤다. 그런데 요즈음엔 촬영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할 때쯤엔 아이들이 예전보다 많이 아쉬워한다. 다음에 언제 오냐고, 다음에도 꼭 오라는 약속을 받아내야만 평화로운 안녕을 할 수 있다.

만남을 반가워하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아이들이 있어 고맙다. 낯선 이들에게 보내는 아이들의 순수한 열의와 관심. 타인에게 말간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호의. 아이들이 보내주는 애정에 촬영과 관계없이 마음이 따뜻해져서 돌아가곤 했다. 동시에 그것이 학교와, 친구와, 낯선 이들과의 만남이 끊어진 ‘코로나 시대’이기에 받을 수 있었던 결과라는 것 또한 짐작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2년 만에 ‘우리집’에 온 유일한 손님이었을 것이기에. 

작년 하반기에 새로운 교육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던 동료 PD가 아이템을 고민하며 내게 물었다. 

“뭘 하면 좋겠어?”
“있잖아. 우리가 한 번도 건들지 못한 거. 정서. 코로나19가 빚어낸 우리 아이들의 정서. 정말 중요하지만 너무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라 차마 말하지 못했던, 다루지 못했던 아이들의 마음.”

차마 어려워서 나는 아직 용기 내지 못한 얘기였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아이들의 상처를 혹시라도 건드리게 될까 무서운. 그래서 차마 손대지 못한 우리 아이들의 마음.  

다행히 오미크론이 한풀 꺾이면서 전 학년 전면 등교가 시작됐다. 친구, 선생님. 낯선 사람들과 낯선 환경. 아이들을 둘러싼 새롭고 흥미진진한 하루가 이제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 안에서 스펙터클한 모험도, 우당탕탕 소소한 다툼도,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합을 맞춰보는 떨리는 첫 경험도, 옆자리 친구와의 우정도. 모든 아이들이 누릴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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