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진 이적 시장...PD 브랜드 시대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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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진 이적 시장...PD 브랜드 시대 활짝
"기업 가치 1000억원" 보도 나온 김태호 PD 회사
방송사 울타리 넘어 OTT 이적, 제작사 설립 등 활로 다양해져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2.06.06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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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퇴사한 뒤 티빙 오니지널 ‘서울체크인’를 선보이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태호 PD ©티빙
MBC를 퇴사한 뒤 티빙 오리지널 ‘서울체크인’를 선보이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태호 PD ©티빙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제작사 ‘테오’가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으며 100억 원 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호 PD가 MBC를 퇴사한 뒤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에 관한 기사다.

김 PD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투자 유치에서 평가된 테오의 기업가치는 약 1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PD가 연출을 맡고, 이효리가 출연한 티빙 오리지널 <서울 체크인>은 유료가입 기여자수와 시청 UV 모두 6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화제성을 입증했다.

서울과 제주의 대비되는 라이프스타일, 여행, 취향, 쇼핑, 그리고 친구들의 이야기까지 담아내며 새로움을 선사했고, 내달 3일 파트2 공개를 앞두고 있다. 김 PD의 독자적 행보를 향한 관심과 반응은 ‘PD 브랜드 시대’를 예고한다. 

날이 갈수록 PD의 이적이 잦아지고 있다. PD들이 한 방송사에서 오래 몸을 담으며 방송사의 색깔에 걸맞은 프로그램이나 간판 예능을 제작했다면, PD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면 타 방송사 이적뿐 아니라 스튜디오, 국내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자체 레이블 설립까지 활로가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유재석과 조세호가 진행을 맡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김민석 PD, 박근형 PD는 JTBC로 이적했다. MBC<복면가왕>을 연출한 민철기 PD도 tvN을 거쳐 JTBC로 옮겼다. 채널A<도시 어부>를 연출한 장시원 PD는 JTBC 산하에 레이블을 설립했으며, 내달 6일부터 야구 예능 <최강야구>를 선보인다. SBS<정글의 법칙>‧<폼나게 먹자> 등을 제작한 민선홍 PD는 글로벌 OTT 디즈니플러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채널A '도시어부'를 연출한 장시원 PD가 JTBC 레이블로 조라릴 옴ㄹ겨 선 보이는 연'최강야구' 제작발표회 사진.
채널A '도시어부'를 연출한 장시원 PD가 JTBC 쪽으로 자리를 옮겨 선보이는 '최강야구' 제작발표회 사진.

PD의 이적은 과거부터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출범 당시 방송사 간 인력 이동이 한꺼번에 두드러졌다. 지상파 예능 PD들의 잇따른 이적은 방송사의 허리를 담당하는 PD와 함께 10년 차 미만 젊은 PD들까지 줄줄이 나갔다. 김석현, 나영석, 신원호, 여운혁, 이명한 PD 등 지상파 PD들은 CJ ENM, 종편으로 자리를 옮기며 불을 지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진입한 만큼 지상파 방송사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안팎의 평가 때문이었다.

또 신생 방송사인 만큼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좀 더 다양한 변화와 실험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실제 KBS에서 2013년 tvN으로 이적한 나영석 PD는 여행 예능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삼시 세끼>‧<신서유기> 등 ‘시즌제 예능’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나영석 표’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PD들의 잦은 이적은 뉴미디어 시장 확대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유튜브뿐 아니라 글로벌‧토종 OTT,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의 급성장이 PD 이적을 재점화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특수 효과가 떨어지면서 OTT의 폭발적 성장도 주춤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치열한 콘텐츠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PD의 기획력은 여전히 놓칠 수 없는 카드다.

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성패를 좌지우지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방송사 타이틀’보다 ‘차별화된 프로그램’에 무게추가 실리는 추세다. PD의 역할이 전면화된 셈이다. 앞서 언급한 김 PD가 독자적 진출을 통해 자유로운 콘텐츠 제작 환경에 뛰어든 것처럼 자체 제작사나 레이블, 스튜디오에서도 PD의 역량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어 ‘장수 예능’에 박수를 보내던 이전과 달리 트렌드에 걸맞은 다양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원하는 대중적 요구가 PD의 이적을 부추기고 있다. 즉,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서는 플랫폼(방송사)과 무관하게 개성과 특색을 반영한 프로그램일수록 화제성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포맷 수출에 그치지 않고 시즌제, 스핀오프 등 다양한 형태로 프로그램을 변주‧확장하며 세계관을 형성할 수 있어 ‘OOO PD의 프로그램’이라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레이블을 독립한 경우 IP(지식재산권)를 통해 지속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만큼 향후 자신만의 브랜드로 승부를 내려는 PD들의 행보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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