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는 'TBS 조례폐지안’을 즉각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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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D연합회 성명

TBS 사옥.
TBS 사옥.

서울시의회는 TBS를 겨냥한 ‘조례 폐지안’을 밀어붙이면 안 된다. 국민의힘 측은 ‘언론탄압’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미운털 박힌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손보려고 TBS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는 게 삼척동자의 눈에도 훤히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조례 폐지안’은 TBS를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에서 제외해 재정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TBS가 상업광고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조례 폐지안’은 TBS에 대한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프로그램 하나 맘에 안 든다고 방송사의 문을 닫아 버리는 게 과연 합리적인 조치인가. 

다수당이라고 뭐든지 다 해도 좋다는 무제한의 면허를 받은 게 아니다. TBS의 존폐는 TBS 구성원들의 생존은 물론 서울 시민들의 권익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다수당의 정책은 소수당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합리성이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TBS 구성원과 서울 시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수당이 권력에 취해서 선을 넘는 순간 언제든 소수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수없이 목도하지 않았는가. 

<뉴스공장>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사람들의 논리는 참으로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처음에는 “교통 정보를 다뤄야 할 TBS가 왜 시사 프로그램을 하느냐”고 하더니, 이제는 “TBS가 교통 정보를 제공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조례 폐지안’을 들고 나왔다. 느닷없이 TBS를 교육방송으로 전환하겠다더니, 이제는 아예 TBS의 목을 졸라서 고사시키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것은 이들이 TBS의 존재 이유는 물론, 공영방송의 기본 개념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는 게 아닌지 의심케 한다. 

방송사의 평가와 재허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TBS에 대해 “서울시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는 않는다”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 준 바 있다. TBS가 편성의 독립성을 갖고 있는 것은 CBS가 복음 선교에 그치지 않고 뉴스와 교양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논란의 중심이 되어 온 <뉴스공장>은 물론 완벽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호오가 갈릴 수 있고, 시비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뉴스공장>의 내용이 도를 넘을 경우 이를 판단하고 제재하고 방송사 재허가에 반영하기 위해 방송통신심의위가 존재한다. 서울시의회의 ‘조례 폐지안’은 헌법과 방송관계법에 근거한 국가기구의 존재를 부정하고, 합법적 절차와 민주주의 정신을 무시하는 폭거가 아닐 수 없다.  

서울시의회는 “방송 분야에 대한 서울시민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조례를 폐지한다”고 이유를 밝혔는데, 이 자체가 모순이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오히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가. TBS는 2020년 서울시 미디어 재단으로 전환한 뒤 <동네땀사>, <우리동네 라이브>, <시민영상 특이점> 등 시민 생활에 밀착된 다양한 콘텐츠을 개발하며 서울 시민들의 삶에 밀착된 공영방송으로 발돋움하는 중이었다. 서울시의회가 서울 시민들의 권익 향상을 추구한다면 이 ‘조례 폐지안’은 당장 철회해야 한다.  

생존을 위협하는 고강도 압박으로 <뉴스공장>을 없애고 사장을 바꾼 뒤 백지 상태에서 TBS를 길들이겠다는 게 국민의힘 측의 계산으로 보인다. 오세훈 시장이 언급한 교육방송 전환, 자기 입맛에 맞는 시사 콘텐츠 신설, 이도저도 아니면 TBS 전면 해체 등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갈 게 예상된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TBS의 미래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추진하는 것까지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계획은 공론에 붙이고, TBS 구성원과 서울시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서울시는 TBS의 정체성에 대한 시민 의견을 묻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여론조사에서는 ‘조례 폐지안’에 대해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동의하고 있는지, 반드시 물어보기 바란다. 

아무 잘못도 없는 TBS 구성원들이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힘 있는 쪽이 몰아붙이면 힘 없는 쪽은 당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 암담한 상황에서 자구책을 찾는 TBS 양대 노조의 고뇌에 공감한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평가에서 TBS는 타 방송사에 비해서 늘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법과 규정에 따라 합리적인 방송을 해 왔다는 뜻이다. 이 평가점수에는 방통심의위의 벌점 누계도 포함돼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모든 것을 감안해서 TBS가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여 4년의 재허가를 내준 것이다. 

서울시 행정과 의회를 어느 정당이 장악하느냐에 따라서 TBS 재원구조가 바뀌는 불합리한 관행은 이제 종식되어야 한다. 2020년 공영미디어로 도약을 꿈꾸며 법인으로 새출발한 TBS는 시민과 밀착된 지역미디어로 발돋움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일해 왔다. TBS 구성원들은 열악한 제작 여건 속에서도 소중히 간직해 온 ‘수도권 유일 공영방송’이라는 자부심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그것만이 서울 시민의 사랑에 보답하고,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 남아 TBS의 장래를 기약하는 유일한 처방이다. 

TBS에 대한 압박은 KBS, MBC, YTN, 연합뉴스 장악의 신호탄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욱 우려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12명의 요원을 투입하여 고강도 감사를 벌이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임기 내에 끌어내려서 주요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는 방송사를 선거의 전리품으로 보는 낡은 사고방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행태로, 이명박 정부 시절처럼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소모적인 충돌과 갈등을 낳는 불행으로 귀결될 게 분명해 보인다. 

어느 TBS PD의 절규가 귓가에 어른거린다. 미디어재단 TBS를 분유조차 먹이지 않은 채 도로에 버리는 것이 과연 민주국가에서 정의로운 일인가? 2,600만 인구가 사는 수도권에서, 지역 기반의 공영방송은 과연 필요 없는 걸까? TBS의 주인은 시청자 국민이다. 다수당이란 이유로 주인의 뜻을 아전인수로 해석하지 말라. 폭압적인 방송장악을 또다시 시도하는 구태로는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서울시의회는 ‘조례 폐지안’을 즉각 폐지하라.

2022년 7월 20일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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