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만 유튜버의 '해방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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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만 유튜버의 '해방일지'
[라디오 큐시트]
  • 박재철 CBS PD
  • 승인 2022.08.05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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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CBS '한판승부'에 출연한 주언규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지난 7월 30일 CBS '한판승부'에 출연한 주언규씨 유튜브 화면 갈무리.

[PD저널=박재철 CBS PD] 주언규 씨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한 달에 3억 원을 버는 사람이고 183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파워 유튜버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물음에 집요한 사람이다. 본명보다 채널명(신사임당)으로 불리는 사람. 30분 남짓한 방송 인터뷰에서 그를 따라다닌 질문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들은 밖보다는 자기 안을 향하고 있었고 갈등 상황에서 가늠자가 됐다. 원론적인 자신의 질문에 그는 솔직히 직면했다.

1) “난 어떤 사람인가?”

그는 성장을 필요로 하는 이었다. 내외적으로 커나가는 자신을 확인하고픈 욕망이 컸다. 인터뷰에서 그는 ‘성장’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까? 맞다. 우리 모두는 어제보다 나은 자신을 바란다. 그런데 욕망의 정도에서, 실천의 유무에서 변곡점이 생긴다. 
 
“저는 서른 살이 되면 제가 수입차를 타고 있을 줄 알았어요. 그냥 차가운 도시 남자가 자동으로 되어 있을 줄 알았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시간이 지난다는 게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바뀌더라고요. 마치 자동 컨베이어벨트에서 퉁 떨어져서 방출되고 나니까 
그다음부터는 가만히 있으면 진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 거예요. 뛰어야 제자리인.”

시간에 따른 자동 성장의 기대가 깨지자 ‘성장’ 대신 ‘효율’이라도 챙기자는 마음이 일었다. 흔하고 보편적인 직장인의 정서. 

“똑같은 근무시간에 일을 더 적게 할수록 일한 양 대비, 받는 게 더 큰 거잖아요. 그래서 그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줄일까 고민했죠. 커피 마시러 나가서 오래 있다 들어오고 하는...”

그러나 ‘일의 밀도’ 대신 ‘쉼의 빈도’는 의외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성장이 멈춘 일상이었기에. 불만족이라는 결핍은 욕망의 심지를 돋웠다. 그는 당연히 스스로에게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2) “내 꿈은 뭐였지?”

그의 꿈은 돈이었다. 방송에서도 화장기 없이 표현했다. 팔로워들이 보이는 그에 대한 호감은 대체로 이런 솔직함에서 온 듯싶다.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 누구나 꿈꾸지만 취하기는 어려운 것. 

본업 외에 부업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친구와 동업까지. 그 와중에 인간의 밑바닥을 봤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지만 기질상 그는 빠삐용 쪽에 가까웠다. 그 누구보다 자유 그러니까 ‘경제적 자유’를 향한 갈망이 컸다. 자신과 닮은 다른 이들의 부(富)에 대한 열망을 포착, 콘텐츠로 제작해 유튜브라는 바다에 띄워 탈출에 성공했다. 

“저는 돈이 원래 꿈이었어요, 그래서 더 벌고 싶어서 열심히 갔죠. 그런데 거기 가봤더니 거기도 없는 거예요. 꿈이. 10억을 가는 데도 없어요. 20억 가보자 해서 20억 갔는데도 없어요. 30억도 50억도 없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거예요.”

꿈의 시작점은 돈인데 꿈의 도착점은 요원했다. 지평선 같았다. 육안으로는 있지만 실제로는 없는 선. 그래서 가닿을 수 없는 선. 최근에는 자신의 정체성인 신사임당 채널을 매각했다. 그즈음 만난 질문이 하나 더 있었다.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뉴시스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뉴시스

3) “난 언제 행복한가?”
 
“저는 아파트 갭 투자도 많이 했어요. 그때 부동산 스터디 하는 사람들이랑 ‘우리 어디어디 가보자’, ‘뭐 해보자’, ‘거기 시세 알아보자’ 같이 의논하고 아이디어를 확인하고 그랬는데, 그 과정이 되게 즐겁더라구요. 꼭 결과가 좋아서 그런 건 아니었거든요. 돌이켜보니 그때 행복했더라고요.”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오는 생동감. 새롭진 않지만, 목표라는 한 지점에 붙잡혀 있으면 쉬이 놓치는 대목이다. 돈이 많아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행복은 돈과 무관치 않다. 흔히 돈은 수단일 뿐이라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그 수단을 얻기 위해서라도 
그 자체가 먼저 목표가 되어야만 하는 세상에 우린 살고 있다.

주언규 씨는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수단인 돈을 얻었다. 자신을 향한 질문을 벼리면서 목표인 돈에 누구보다 가깝게 다가갔다. 목표까지의 방향타가 되어준 내면의 질문들이 있었기에 그는 지금 이 시대에 자신만의 ‘해방일지’를 쓸 수 있었다. 

이제 그의 다음 질문은 무엇이 될까? 그의 성장과 꿈, 그리고 행복은 이제 어떤 질적 변화를 필요로 할까? 그건 오롯이 자신의 자문자답에 달려있을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질문하는 사람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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