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마우스'·'인사이더' 비현실적인 감옥이 의미하는 것
상태바
'빅마우스'·'인사이더' 비현실적인 감옥이 의미하는 것
무협지 '절벽 서사' 닮은 감옥 설정
계급화한 세상 투영해 복수 판타지 선사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2.08.05 1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전통적인 감옥 서사는 <빠삐용>에서부터 <쇼생크 탈출> 그리고 <프리즌 브레이크>로 이어지는 ‘탈출 스토리’로 기억된다. 하지만 우리에게 감옥 서사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변주되곤 해왔다. 이를 테면 <하모니>나 <7번방의 선물> 그리고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이어지는 휴먼 판타지가 더해진 이야기로 변주되거나 <프리즌>이나 <샤크 : 더 비기닝>처럼 계급구조를 가진 또 하나의 왕국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뼈를 깎는 사투를 벌이고 때론 자기 성장을 이루는 이야기로 그려지기도 했다. 

드라마틱한 사건 전개가 가능한 공간이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확장되다 보니 이제 감옥은 갈수록 현실 공간을 벗어나 허구의 비현실성이 가미된 공간으로 과장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JTBC <인사이더>가 단적인 사례다. 언더커버가 되어 감옥으로 들어간 요한(강하늘)이라는 인물이 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놀랍게도 이 감옥은 교도소장부터 모든 간수들까지 공조해 죄수들의 도박판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심지어 레벨에 따라 등급이 나눠지는 이 감옥은 이른바 VIP들만이 지내는 특별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그 곳은 감옥이 아니라 새로 꾸며진 럭셔리 호텔처럼 그려진다. 결국 드라마의 전반부는 이 감옥에서 도박판에 뛰어들어 그 곳의 고수들을 하나하나 접수해가는 주인공의 생존기로 채워져 있다. 

새로 시작한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는 그 감옥의 서사구조가 <인사이더>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빅마우스>에도 VIP 죄수들을 위한 지하 비밀 공간이 있고 마치 호텔 바처럼 꾸며진 그 곳에서는 감옥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범법 행위들이 벌어진다.

승률 10%의 생계형 변호사 박창호(이종석)가 한 사건에 휘말리고 그래서 희대의 사기꾼이자 마약왕이라는 누명을 쓰고 그 감옥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모든 걸 포기한 박창호가 아내 고미호(임윤아)에게 남긴 보험을 떠올리고 죽기 위해 조직 보스와 희대의 사이코패스에게 시비를 걸지만, 의외로 죽기를 결심하자 자신도 모르던 능력을 발휘하면서 감옥에서 성장해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최근 종영한 JTBC '인사이더'
최근 종영한 JTBC '인사이더'

<빅마우스>나 <인사이더> 같은 작품에서 감옥은 죽음의 끝단에 선 이들의 성장 공간이 된다. 물론 그 공간은 죄수들의 교정 공간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범죄들이 자행되는 곳이고 VIP들만이 지내는 곳은 마치 호텔 같은 호화로움으로 꾸며져 있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두 작품 모두 누아르 장르로 허구적 스토리의 재미를 추구하는 작품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감옥이라는 공간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그려지는 경향과 이걸 그다지 이물감 없이 대중들이 받아들이는 건 무얼 말해주는 것일까. 

무협지에 보면 주인공이 한 번씩 거쳐 가는 통과제의로 절벽 서사가 등장한다. 적들에 몰려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만 그곳에서 오히려 기연을 얻어 고수로 성장한 주인공이 절벽을 빠져나와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다.

<빅마우스> 같은 작품에서 감옥은 바로 이 무협지의 ‘절벽’을 현대화한 느낌이 짙다. 평범했던 인물이 그 끝단에서 떨어지게 된 현대판 절벽 감옥과 그 곳에서 마주하는 여전히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뉘는 위계와 권력은 그 자체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불공정함이 어디에서나 똑같다는 걸 극화해 보여준다(그리고 이건 실제 사실이기도 하다. 이른바 죄수들도 범털과 개털로 나뉘어 불린다고 하지 않는가). 

죄가 없는 이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오게 된 것도 바로 그 기득권과 서민의 공정하지 못한 삶 때문이지만, 그렇게 감옥에 와 똑같은 죄수복을 입어도 여전히 반복되는 계급화 된 세상. <빅마우스> 같은 작품들이 그리는 감옥이 비현실성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선선히 수용하는 이유가 아닐까. 그 세계 속에서 무협지 주인공처럼 오히려 자신을 성장시켜 복수를 펼치는 판타지 가득한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매료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무협지처럼 지극히 비현실적이지만 그래서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달라진 감옥 서사를 보면 현실이 얼마나 뒤틀어져 있는가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