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에 꽂힌 드라마들, 반어적 제목의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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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토일드라마 ‘모범형사2’, 모범의 의미는 무엇인가
시즌2로 돌아오는 '모범택시'·넷플릭스 '모범가족'도 반어적 표현 담아

JTBC '모범형사2'
JTBC '모범형사2'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연쇄살인범으로 지목받고 도망치던 단순 절도범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연쇄살인범 때문에 흉흉해진 민심이 경찰의 무능을 질타하고 있는 상황. 범인을 추적하던 광수대는 서둘러 단순 절도범을 연쇄살인범으로 둔갑시켜 수사종결을 선언하고, 그를 추격했던 강도창(손현주)과 오지혁(장승조)를 비롯한 강력2팀에게 표창까지 내려진다.

하지만 정작 강도창과 오지혁은 속이 좋지 않다. 단순 절도범이 누명을 쓴 일과 진범은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들의 양심을 툭툭 건드린다. 그냥 대충 지나가면 진급도 하고 잘 살아갈 수 있는 인물이 양심 때문에 결코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 이야기. JTBC 토일드라마 <모범형사2>는 그렇게 시즌1의 꼴통 형사 강도창을 시즌2로도 소환해냈다.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는 뻔하디 뻔한 형사물의 서사지만, <모범형사2>가 남다른 감흥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건 바로 이 ‘모범’이라는 키워드 덕분이다. 형사들도 승진과 성공을 원하는 현실적인 존재들이지만, 여기 등장하는 강도창과 오지혁은 그런 현실보다 형사라는 직업이 갖는 본분에 고집스러울 정도로 집착한다.

시즌1에서도 그랬지만 강도창은 결혼식날 우연히 보게 된 범인을 추적, 파혼까지 당한 인물이다. 또 부러울 것 없이 잘 사는 오지혁은 누군가의 돈이나 권력에 대한 회유에 초탈한 인물이다. 그래서 이 콤비는 막강한 ‘꼴통력’을 보여준다. 조직에서 하지 말라고 해도 끝내 수사를 하고, 회유를 해도 결국 사고를 쳐서 조직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들이 온통 정신을 쏟고 있는 건 단 하나다. 진범을 찾고 진실을 밝히는 것. 이러니 시청자들의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강도창과 오지혁이 보여주는 꼴통력은 묘하게 이들이 있는 강력2팀 전체로 번져나가 그 팀원들 모두를 꼴통으로 만든다. 그들 역시 현실적인 걸 판단하고 무엇이 이득이고 피해인가를 알고 있지만 강도창과 오지혁의 리드에 못 이긴 척 끌려간다. 그러면서 이들은 점점 한 팀으로서의 힘을 보여준다. 심지어 어딘가 경찰 윗선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던 우봉식(조희봉) 팀장도 점점 강도창과 뜻을 같이 하고, 심지어 고위층과도 연결되어 있는 범법자들의 압력을 받는 문상범(손종학) 경찰서장도 은근히 강력2팀에 힘을 실어준다. 

결국 드라마는 이렇게 ‘모범’을 지키려 애쓰는 이들이 권력의 시스템에 의해 장악된 이 세계 속에서 ‘꼴통’으로 불리는 상황을 꼬집는다. 즉 이 사회에서 모범을 지키고 산다는 건 스스로 꼴통임을 자처하는 일이 된다는 걸 드러냄으로써 시스템이 가진 부조리를 꺼내놓는 것. 그러면서 이 꼴통들 사이에서 묘한 카타르시스가 만들어진다. 비뚤어진 사회에 날리는 이들의 한 방이 시원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모범가족'.
넷플릭스 '모범가족'.

최근 드라마들을 보면 유독 ‘모범’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걸 발견하게 된다. <모범형사>도 그렇지만, 작년에 방영됐던 SBS <모범택시>,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서비스가 시작된 <모범가족>도 그렇다.

<모범택시>는 법으로도 처벌받지 않는 사법 정의의 모순을 사적 복수와 처벌로 해결하는 모범택시 운수업체를 위장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모범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사실은 사적 복수를 행하는 범죄자들이다. 이들을 범죄자라고 말하기 어려운 건 이들이 처단하는 자들은 더 큰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모범’이란 반어법과 사회 부조리에 대한 비판이 담긴 표현으로 쓰인다.

<모범가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혼과 해체의 위기에 놓인 가족이 마약조직과 연루되면서 겪게 되는 사건들을 담았다. 전혀 모범적이지 않지만 진짜 가족이 무엇인가를 마약 패밀리, 경찰 패밀리와 비교해 담아 놓았다. 다른 작품들이지만 모두 제목에서 ‘모범’을 앞세우고 있다는 건 그래서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긴다. 우리 사회에서 모범은 어떤 의미인가를 이들 작품이 에둘러 꼬집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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